이만구의 문학서재






오늘:
8
어제:
190
전체:
261,398

이달의 작가

산그늘, 저 등걸아!

2024.10.27 19:10

Noeul 조회 수:31

산그늘, 저 등걸아! - 이만구(李滿九)

   내가 이곳의 아스팔트 산길을 걸은 지 오래다. 순례의 길이라 불리는 이 길에는 떡시루 둘레의 시룻번처럼 도톰하게 놓인 햇볕에 그을린 중앙선 블록 위에 12피트마다 야광 식별핀이 박혀있다

   산은 우거진 육산도 아니요, 그렇다고 돌산도 아닌 바윗돌 잘 생긴 산허리의 등선을 깎아 놓은 둘레길. 그 돌아가는 산책길의 산과 산사이, 겨울엔 장맛비로 봇물이 차고 넘치는 강물 흐른다

   날이 저무는 골짜기 숲 속, 산그늘이 진 등걸. 그것은 죽어간 자의 유령처럼 희게 보이기도 하였고, 민들레 홀씨 날리던 오월의 이곳은 가끔은 흰 눈이 내리는 버몬트 산을 생각게 했다

   우거진 나뭇잎이 단풍 들기 시작하는 11월, 말라서 비틀어져 부러진 나무 등걸들이 듬성하게 보인다. 밑동에서부터 살아보겠다 비집고 나온 몇 개의  잔가지들 있어, 그 질긴 삶의 기운이 애도하는 마음을 무겁게 한다

   나무는 혼자 느끼는 사랑과 증오에서 고립되어, 천둥 치고 번개 맞고 우듬지 꺾어져도, 숨겨진 뿌리가 있어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저물녘, 희게 비치는 저 나무 등걸이 어렴풋이 그 누구의 넋 인양 다가와 서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1 노을 시선 100편 Noeul 2024.11.02 5
100 봄의 자리 Noeul 2024.11.02 8
99 낙산, 그 푸른 파도여! Noeul 2024.11.02 8
98 만추 Noeul 2024.11.02 8
97 장미꽃은 지고 Noeul 2024.11.02 10
96 타인의 해후 Noeul 2024.11.01 10
95 도시의 자유인 Noeul 2024.11.01 10
94 자카란다꽃 Noeul 2024.11.01 10
93 길가의 소나무 Noeul 2024.11.01 12
92 토끼와 씀바귀 Noeul 2024.10.31 18
91 낙엽 한 장 Noeul 2024.10.31 24
90 프리지어꽃 Noeul 2024.10.31 20
89 눈 오길 기다리며 Noeul 2024.10.30 32
88 익모초 들꽃 Noeul 2024.10.30 31
87 마지막 편지 Noeul 2024.10.29 29
86 꽃피는 언덕에서 Noeul 2024.10.28 30
» 산그늘, 저 등걸아! Noeul 2024.10.27 31
84 오늘의 그네 Noeul 2024.10.27 26
83 자기야, 꽃 봐라! Noeul 2024.10.26 31
82 나무와 해 Noeul 2024.10.16 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