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장미

2003.04.03 10:10

정찬열 조회 수:560 추천:34

지난 밤, 친구들이 놀다 간 다음
병마다 남은 맥주를 모두 모으니
네 병하고도 반이나 되었다
김 빠진 맥주가 꽃나무에 좋다는 말이 생각나
화단에 있는 장미 나무에 맥주를 대접했다

꼭두새벽, 목이 말라 물 한 대접 마시고
방문을 열고 나갔더니
얼굴이 발개진 장미가 배시시 웃는다
장미가 술에 취했다
나는 술이 깨는데 녀석은 오르는 중인가
바람 탓일까
몸을 흔들며 제법 술 주정을 한다

하도 이뻐서 가만히 손을 내밀자
톡 쏘며 슬쩍 물러선다
장미가 내뿜는 술 냄새는 향기롭기도 해라
발갛게 부끄럼 타는 이 이쁜 놈
요놈
데리고 들어가
접 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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