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에 올라

2003.04.03 10:20

정찬열 조회 수:477 추천:36

오늘도
무등은 여기
모시 적삼을 입고
천근무게로 앉아 있구나

망월동 그 억장 무너지는 목탁소리
바람재 넘어 사그라지고

입석대 물어뜯던
저, 저놈의 솔개
어둑어둑 짙어오는 갈대밭 속에
시커먼 삭신을 숨겼다

사냥꾼은 마침내 숨을 고르는데
저 비둘기 살려낼
개미는 어디에 숨었나

바람도 잠든
막막한 이 산중

누가
한 마리 까치가 되어
머리로 종을 때려
새벽을 울릴 것인가


88년 정월 초하루
- 무등산정에 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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