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입니다., 나의 연인 융프라우

2012.07.24 10:55

강학희 조회 수:795 추천:83




Jungfrau03.jpg


      나의 연인 융프라우 / 정용진


      님 그리워하는 마음
      나날이 깊어
      백옥장삼을 걸치고
      억만년을 기다렸네.

      기다리는 세월이 너무 길었다.
      서있는 세월이 너무 길었다.
      내 너를 찾아
      구름으로 외지를 떠돌고
      물결로 강산을 굽어 도는 동안
      너는
      고향마을 알프스 산록에서
      주야 사시장철
      춘풍추우(春風秋雨) 혹서동설(酷暑冬雪)을
      온 몸으로 안았구나.

      기다림의 세월이 너무 길었다.
      서있는 세월이 너무 오랬다.
      숱한 세월의 맥박 속에
      바람이
      구름이
      별빛이
      눈비가
      네 곁을 스쳐 지나가며
      마음을 흔들고
      가슴을 두드리고
      옷소매를 잡아당겨도
      곧은 절개로 버티고 서서
      처녀의 머리위에
      백발이 서렸구나.

      날마다 너를 찾아온다, 온다하면서
      칠순을 넘어 너를 찾아
      흰 눈이 펄펄 내리는 3,454미터
      알프스 융프라우 산정에 오르니
      기다리다 지친 노여움으로
      짙은 안개 커튼을 드리우고
      얼굴을 숨기는구나.

      타는 연정(戀情)의
      불길 같은 사랑을 억누르고
      발길 돌려 떠나오는 내 마음 애닯어
      따라오며 차창에 부딪치는 눈물방울
      차가운 빗소리!
      너의 발소리로 믿으련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내 너를 일찍 찾지 못하여
      네 가슴에
      만년설이 덮혔구나,
      내 너를 사랑하여
      네 가슴위에 소복이 쌓인
      흰 눈 위에
      다섯 손가락을 펴서
      나의 손도장을 찍어
      카메라에 담아
      울며 떠나가노라.

      잘 있어, 또 올께
      아! 아!
      나의 사랑
      나의 연인
      융프라우.

      *Junfrau 알프스의 영봉으로 처녀라는 뜻임.








Back music : Gabriel Faure
Romances sans paroles (3) for Piano, Op.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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