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의자/정용진 시인

2017.01.23 23:33

정용진 조회 수:44

빈 의자

                           정용진 시인


주님

의자 하나를

말끔히 닦아

대문 앞에 놓아두었습니다.

 

이 죄인의 집을

찾아 오셔서

문을 두드리실 때

탐욕에 가려

보지 못하고

마음이 닫혀

듣지 못하여

속히

문을 열어드리지 못 하더라도

용서하시고

잠시 앉아

기다려주십시오

곧 돌아오겠습니다.

 

주님을 향한

믿음으로 살리라고

다짐하지만

늘 반복하는 어리석음에

영안이 흐리고

육신이 지쳐 있음을

고백합니다.

 

오늘도

빈 의자에

먼지를 털면서

주님의 말씀을 상고합니다.

 

볼지어다. 내가 문 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

 

, ,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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