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2017/ 샌디에이고.2월호(중앙일보) 정용진 시인

 

초록 잎으로 태어나서

뜨겁고 붉게 살다가

지금은 갈색으로 변하여

모토(母土)로 돌아가려는 나뭇잎들 위로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리고 있다.

 

떠나가려는 자의 어깨 위를

토닥여주는 부드러운 손길

어느새 가지마다 맺힌 이슬이

눈물처럼 빛나고 있다.

 

나의 창가에는

낙엽을 떨구고

또 하나의 생명들을 예비하면서

설월한풍(雪月寒風)

온 몸으로 견디는 벗은 나목들...

동구 밖에 어스름이 깔리기 전

그리움을 남기고 떠난 너의

회귀(回歸)의 발소리가 그립다.

 

들녘에는 여명의 아침을 위하여

낡은 추억을 몰고 떠나가는

바람소리로 가득하다.

아직도 창밖에는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리고 있다.

(전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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