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은가락지
2016.12.22 14:15
울 엄마 은가락지
정해정
나는 엄마를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오는 아픔이 하나 있다.
나는 일곱째 막내로 쉰둥이다. 엄마는 늘 몸이 약해 아픈 치레를 많이 했다.
그런 엄마의 풍선에 바람이 빠져 버린 듯 쪼글쪼글한 젖을 나는 초등학교 들어 갈 때 까지 빨았다. 당시 내가 자란 소도시에는 유치원이 하나 있었다. 그 유치원도 그놈의 젖 때문에 갈 수가 없었다.
엄마는 초등학교 입학식 날, 내가 입고 갈 주름치마를 은가락지 낀 주름진 손으로 정성 드려 만지시고 날마다 당신 요 밑에 깔고 주무셨다.
입학식 날 이었다.
울타리에 노오란 개나리가 만발했다. 하얀 손수건을 가슴에 달고 엄마 손을 잡고 생전처음 학교 운동장에 들어섰다. 저마다 엄마 손은 잡고 모인 아이들이나, 엄마들도 모두 흥분에 들떠 있었다.
다른 엄마들은 새로 파마를 하고, 원피스나 투피스로 모양을 낸 젊고 예쁜 엄마들이다. 그런데 우리엄마는 얌전하게 쪽진 머리에 손질이 잘된 명주 한복을 입은 어디로 봐도 할머니다.
그리고 유독 하얀 피부에 주름이 그렇게 많은 것도 처음 보았다. 엄마는 내 곁으로 다가왔다. 손을 꼬옥 붙잡았다. 순간 나는 늙은 엄마가 창피한마음이 들어서 손을 살짝 빼고 곁으로 숨었다. 엄마는 속도모르로 더 바짝 붙어서 무슨 말인지 말을 걸었다.
돌아오는 길에 엄마는 내게 말했다.
아가. 오늘 힘들었지? 업어줄까? 나는 그것조차 옆 사람이 듣기라도 한 듯 창피했다. 나는 결국 엄마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을 뱉고 말았다.
엄마! 담에는 학교 오지 마! 애들이 할매라고 놀린단 말야. 할매~ 할매~
어느새 할매가 된 나는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내 주름치마를 만지던 주름진 엄마 손가락에 끼워진 은가락지가 생각이나 더 가슴이 더 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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