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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d_high.gif   김갑수의 인문학 열전 '한국의 시인을 말하다'
 〈 김갑수의 인문학 열전 〉

  평론가 · 한국의 시인을 말하다


  시(詩) 란 무엇인가 ?



- 시(詩)란 미메시스(mimesis, 모방, 模倣)이다.
- 미메시스는 그리스어로서 현실의 모방이나 재현을 이름.
- 지각할 수 있는 대상을 모방하는 것이 곧 미메시스란 것이다.

예술(詩)에 대한 플라톤의 주장

- 이데아는 영혼의 눈으로만 볼 수 있는 형상이므로,
인간이 지각할 수 있는 대상은 이데아의 외형(그림자)일 뿐이다.
이데아의 외형을 모방한 예술(詩)은 허구이며 가상이다.

예술(詩)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

- 이데아는 지각할 수 있는 대상 자체에도 존재한다.
이데아는 정체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이데아는 움직임(activity)이다.
즉 이데아는 교육을 받아야되고 끊임없이 확장돼야 되고. 더 높이
상승해야 하는데 이는 구체적인 사물의 모방을 통해서 가능하다.
즉 시(詩)를 통해서 이데아는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한다. 비유로 말한다면
씨가 자라서 뿌리, 둥치, 잎, 꽃이 형성되는데 그 원형은 씨에 있는 것으로
하나의 혼(soul)이라 생각할 수 있으며 그 혼(魂)인 이데아는 더 높은
단계적 발전을 하는 것이다.


한국 현대시와 영미권 시의 차이점?

영미권의 시(詩) 계통에는 순수시와 참여시의 구분이 없고 두 가지 요소가
혼합되어 있는데 요즘 경우에는 사회문제등 참여에 좀 기울어져 있음.
- 자연과 인생의 아름다움만을 노래하는, 순수시.
- 사회문제에 대한 저항의식이 담긴, 참여시.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 1865∼1939, 아일랜 시인 · 극작가)나 엘리어트(Thomas Stearns Eliot,1888~1965, 영시인 평론가 극작가) 는 존재론적인 문제에 깊이 천착(穿鑿,깊이 파서 연구)되어 있었지만, 우리의 현대시(詩)의 경우는 나누어져 가지고 순수니 참여니 고집을 하고, 자연을 노래하고 인생의 아름다움만을 얘기해야 참 좋은 시다 하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그런것은 뜬 구름같은 얘기다. 사회문제, 정신문제에 투쟁정신을 얘기해야된다느니, 이런 강박관념에 쫒기기 때문에 → 둘(순수시와 참여시)의 구분으로 시가 좀 자유스럽지 못했던 것이 한국의 현대시다. 그럼에도 미학적인 어떤 깊은 지적인 충격이 많이 노출되었기 때문에 오늘날의 한국 현대시도 영미권의 시와 큰 차이가 없는 같다고 말할 수 있다.


소월에서 이상까지~

저의 평론집에서 한국 현대시의 정체라고 이름한 것은 역사적인 맥락이 있어서이다. 딱히 표면적으로 이러 이런 사람이 어떤 때 나와 짧게 무슨 활동을 했다는 얘기를 하는 것보다도 〈 폴드만 (Paul de Man, 1919-83, 문학이론가) 〉이
“평론가의 문학적 해석이 훌륭한 것이라면 그것이 문학사가 될 수 있다” 라고
주장했듯이 문학사의 큰 자장(磁場)을 넓히고 작가에 대한 수직적 연구의 확대는 그 파장 자체로 문학사(文學史)가 된다.


김소월 (金素月 1902∼1934, 본명은 정식廷湜)에 대한 평가?

소월의 시는 1920년대 모더니즘(modernism)시대에 현실 너머의 세상을
노래했던 낭만주의 시인이다. - 워즈워드(Wordsworth), 불레이크(Blake),
쉘리(Shelley)같은 서구 낭만주의 계열 시인들과 소월(素月)의 차이점은?
- 워즈워드, 불레이크, 쉘리등의 시에선 낭만주의 시대에 서정성은 있어도
감상주의가 없었다. 즉 서정적(抒情的)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감상적
(感傷的)인 면이 없는 것이 서구의 낭만주의 시이다. 왜냐?

우선 「The Reconciliation of the Opposite」 : 상반되는 두 요소의 화해 · 융합. 다시말하면 하나의 한계와 또 다른 한계를 연결지어가지고 통합할려는 의지가 서구의 낭만주의 시다. 워즈워드의 시에서 산을 보면 산 정점의 라인과 하늘과를 연결지을려는 지적인 노력, 상상력이 이루어 집니다. 그러므로 목표가
뚜렷하니까 이데아이면 이데아이고, 또한 이데아를 찾아서 만나니까요. 즉
상반되는 두 세계가 만나(Reconciliation, 조합)는 것이 서구의 낭만주의 시인데 반해. 소월시의 경우는 만나질 못하기 때문에 계속 슬프기만 한, 감상적(感傷的)인 恨의 뿌리를 잡질 못하는 것이 소월의 시이지요. 그런 차이이다.


정지용(鄭芝溶 1903∼?)의 시에 대한 평가?

대단하지요. 김소월이 하지 못했던 부분을 정지용 시인이 해낸 겁니다.
우선 정지용 시는 언어 자체가 날카롭고 차가운 촉수(觸手)를 지닌 시어.
예로서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雨水節)들어 바로
초하루 아침. (후략)"
독특한 지적인 촉수때문에 감상적인게 전혀 없다.
즉 감정을 배제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정서를 한 단계 높이 끌어올렸던
것이 바로 정지용의 시다. 또 하나 그의 「백록담(白鹿潭)」이란 시에서 보면,
높은 산중에 피어있는 야생초에 대해 얘기한다. 그 야생초가 높은 산 중에
피었을 때 얼마나 고고한가. 피었다가 지는데 그 죽음이 얼마나 비극적인
죽음인가. 어떤 대상이 있을 때, 상대에게 복종하지 않고 저항해서 장렬한
죽음을 맞이하는, 비극미(悲劇美). 그런 면을 시로 썼다.
그래서 시가 높은 수준으로 갈 수 있었다.

정지용의 시 「백록담 (白鹿潭)」

백화(白樺, 자작나무) 옆에서 백화(白樺)가
촉루(앙상한 뼈,해골)가 되기까지 산다.
내가 죽어 백화(白樺)처럼 될 것이 숭없지 않다. (중략)
나의 얼굴에 한나절 포긴 백록담은 쓸쓸하다.
나는 깨다 졸다 기도조차 잊었더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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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의 시 「유리창」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새처럼 날아 갔구나!


정지용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지적이고 미학적인 시적 전율이죠.
또 하나 기억나는데 한라산에서 벌목하는 사람들이 큰 소나무를 짤라요,
소나무가 넘어지는데, 그 소리나는 것을 시어로 독특하게 묘사했는데, 그것도 비극적 현상이죠. 큰 소나무가 쓰러질 때 나는 소리가 얼마나 장엄하고 비극적입니까. 그냥 복종해서 쓰러지는게 아니라 큰 나무가 뭐와 싸워서 졌지만 그런 장엄함을 보여주고 있는 시적인 효과, 공감각적인 효과를 나타낸 시이다.

벌목정정(伐木丁丁)이랬거니 아람도리 큰 솔이 베혀짐즉도 하이
골이 울어 멩아리 소리 찌르릉 돌아옴즉도 하이 (후략)



이상(李箱 1910∼1937)의 시에 대한 평가?

이상(본명. 김해경(金海卿). 난해한 작품들를 발표한 시인 · 소설가.

- 이상 시의 매력?
이상시인은 우리 문학사에서 '자의식(自意識) 문학의 한 유형을
처음 보여준 시인'이다. 즉 처음으로 정신과 육체가 분리되어 있는 것이다.
- 정신을 신성시하고 육체를 경멸하는 이분법(二分法, dualism)적 생각을
가졌던 이상(李箱).
- 항상 정신은 육체에 갇혀 있는 인간의 구조, 즉 삶의 구조는
부조리하다고 느낀 이상(李箱).
-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자연적인 현상에 대해 반항했던 이상(李箱).
(아무리 노력해봐야 일정한 발전이 없이 또 되돌아오고 하니 의식이 강한
사람은 싫증나거든요. 그것은 의식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하게되죠)

이상의 시 「꽃나무」

벌판한복판에꽃나무하나가있소
근처에는꽃나무가하나도없소
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를
열심으로생각하는것처럼
열심으로꽃을피워가지고섰소
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에갈수없소
나는막달아났소
한꽃나무를위하여그러는것처럼
나는참그런이상스러운흉내를내었소



보통 사람들은 이상의 시를 문명에 대한 권태(倦怠), 염오(厭惡), 심지어는 분노(憤怒)로 읽기도합니다. 각각 다른 독법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런 감정들이 혼재되어 있지만 어떤 시각으로든 가이드 해주시죠.(김갑수)
- 이상의 작품에 나타나는 분노와 권태에 대한 생각?

이상의 권태(倦怠)는 '삶 자체에 대한 권태'입니다.
이상은 모더니즘(바꾸자는 것, 더 좋게 만들자는 것)이거든요
자연을 인간의 힘으로 바꾸고자(더 좋게 만들자는 것) 했던 모더니즘과 자연적 현상에 분노하고 권태를 느꼈던 이상(李箱). 그게 너무 지나치니까. 나중엔
환경문제등이 생기므로 포스트모더니즘에 와선 자연친화적이 되지만...


서정주(徐廷柱 1915∼2000) 의 시에 대한 평가?

서정주 시인은 토속적, 불교적 내용을 주제로 한 시를 많이 쓴 생명파 시인.
- 서정주의 시에 대한 평가?

서정주 시인은 영(靈)과 육(肉)을 합치는 문제를 자꾸 얘기을 해요
육체는 영혼을 더 높은 단계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 서정주.
「화사」는 굉장히 육적인 것(보드레르적)인데 그것이 저며가고 세월과 더불어서 수련을 통해서 거기까지 올라가는 「동천」을 보면 겨울에 나르는 새의 정신적인 세계에선 몸이 없어 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분의 언어가 좋죠.
언어의 함축의 세계를 다채롭게 만들어 놓은 시어들...

서정주의 「화사(花蛇)」시 中에서..

사향(麝香) 박하(薄荷)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
얼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몽뚱어리냐. (후략)


서정주의 「동천(冬天)」시 中에서..

(중략) 동지 섣달 날으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김수영(金洙暎 1921∼1968)의 시에 대한 평가?

김수영 시인은 한국의 대표적 참여 시인.
4.19혁명을 기점으로 현실비판의식과 저항정신을 바탕으로 한 참여시를 발표.
- 김수영의 시에 대한 평가?

김수영의 시는 (李箱처럼) 전통적인 시 형식에 혁명을 일으킨 시인, 김수영.
김수영의 시는 모더니즘으로, 김소월시의 감상적(sentimental)인 것(민요적 가락을 많이 수용한)이 전혀 배제된, 즉 그걸 전부 부셔버리고. 이미지와 메타포(metaphor,은유법,隱喩法), 파라독스(paradox,역설), 위트(wit) 등의 도입으로
새로운 시 형식을 보였던 시인, 김수영.

김수영의 시 「공자의 생활난」

꽃이 열매의 상부(上部)에 피었을 때
너는 줄넘기 작란(作亂)을 한다
나는 발산(發散)한 형상(形象)을 구(求)하였으나
그것은 작전(作戰) 같은 것이기에 어려웁다
국수 - 이태리어(伊太利語)로는 마카로니라고
먹기 쉬운 것은 나의 반란성(反亂性)일까

동무여 이제 나는 바로 보마
사물(事物)과 사물(事物)의 생리(生理)와
사물(事物)의 수량(數量)과 한도(限度)와
사물(事物)의 우매(愚昧)와 사물(事物)의 명석성을
그리고 나는 죽을 것이다


- 김수영의 ‘공자의 생활난’ 어떻게 이해하시는지?
저도 오랫동안 생각해봤는데 저나름데로 이해를 해봤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를 이해하고는 정말 희열감을 느꼈습니다.
그 시 중에 '너, 나' 는 이렇게 모노로그(monolog)같이 나옵니다.

“너는 줄넘기 작란(作亂)을 한다.
나는 발산(發散)한 형상(形象)을 구(求)하였으나”

그런데 그 문제가 도무지 해결이 안될겁니다. '너, 나'는 혼자 얘기한 거예요.
→ ‘너’와‘나’의 대화가 아닌 자문자답. 네가 바로 나다.
즉 화자가 자기자신을 말함.

“너는 줄넘기 작란(作亂)을 한다.”
→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패러디(parody, 풍자)하다 !
줄넘기하면 휙 올라갔다가 또 내려와야 하거든요. 그 작란(作亂), 그 상황을
패러디한 겁니다. 이상(李箱)의 시에서 꽃이 피어올라오고 시들어 내려오는 것과 같이 올라갔다 내려오는 반복작용을 작란(作亂)이란 표현(줄넘기작란)으로 풍자한 것. 왜 작란(作亂)이란 말을 썻는가하면 작란 그 자체가 패러디예요.
모방이지만 거기선 비꼬는 말인 것입니다. 진지한 것을 작란한다면 비꼬는 느낌으로 오지요. 그러므로 감정이 배제된 냉철한 것, 지적인 지성이지요.

“그것은 작전(作戰) 같은 것이기에 어려웁다”
의 작전(作戰)이란 표현도 거기에 가질 못하니깐
이렇게 던지는 것을 그렇게 한번 해 보겠다는 작전에 지나지않는다는 뜻임.
→ 꼭대기에 오르지 못하고 줄을 돌리는 행위는 한번 해보겠다는 작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국수 - 이태리어(伊太利語)로는 마카로니라고
먹기 쉬운 것은 나의 반란성(反亂性)일까”

→ 국수, 줄넘기의 줄을 비유한 것.
먹기 쉽다는 표현도 굉장히 비틀어 놓은 것임.
→ 공자 같이 어렵게 생활한 사람이 국수가 먹기 쉽다는 것은
반어법, 곧 어렵다는 의미임. 그걸 뒷바침해주는 얘기가 바로 밑에 있죠.
즉 말을 비틀지 않고 정면으로 얘기한다.

“동무여 이제 나는 바로 보마 (중략)
그리고 나는 죽을 것이다”

란 말이 뒷바침해주는 것이죠. 진실을 밝혀놓고 죽겠다는 뜻이죠.
→ 생의 부조리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죽겠다는 의미를 병치(倂置)시켜
놓은 것이다. 콜로퀴얼(colloquial, 구어체의, 일상 회화형식)한 것이다


시를 제대로 일기 위해서는?

어느 작가(시인)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작품의 의미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요절(夭折) 시인에 대한 평가?

기형도(奇亨度, 1960년 2월 16일 ~ 1989년 3월) 시인은 주로 幼年의 우울한 기억이나 도시인들의 삶을 담은 독창적이면서 개성이 강한 시들을 발표.
- 그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감상적으로 흐르지 않았던 기형도의 시.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고(눈물짜지 않는) 높은 수준에 오른, 허무주의적
저항을 보인 기형도의 시 세계. 목탄화 같다로 평했다.


오늘날 시가 받아들여지는 풍토에 대해?

외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는 시를 많이 읽는 편.
현대생활에서 소설 읽기는 좀 바쁘거든요. 시가 압축되고 좀 난해하지만 읽으면
소설읽는 시간의 10분의 1정도로 "시를 통해 문학의 정수(精髓)와 삶에 대한
지침(指針)을 건질 수 있는,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얻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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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릇배와 行人」 한용운 (萬海 韓龍雲, 1876~1944, 충남)의 시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 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 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 여기 '당신은 행인'에서 당신이 아마 신(神)인지도 모르죠.


- 시는 한 번 읽어서는 모릅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의미를 더해가는, 또 다른 의미가
나타나고 하므로 그때문에 우리는 시(詩)라고 얘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잡다한 이 세상, 소음이 많은 세상, 시를 읽으며 마음을 달래고
평화로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 시인 김수영과 이태동 교수의 대화 〉

  김수영 · 金洙暎, 1921.11.~1968.6.



- 한국의 대표적 참여시인. 4 · 19를 기점으로
- 현실비판의식과 저항정신을 바탕으로한 참여시를 발표.


이태동
- 저보다 연배가 많으니까 김수영 시인이라고 해야겠지요.
- 김수영 시인의 죽음은 그 자체로도 비극이지만
- 삶에도 비극성이 담겨 있어요.

김수영
- 공자의 생활난이었나...
- '그리고 나는 죽을 것이다.'
- 이 말이 주문(呪文)이 되어 비극이 탄생한 걸까...


이태동
- 고작 당신의 나이 마흔일곱...
- 하지만 당신은 우리 한국시의 거대한 뿌리가 되었죠.
- 그런데 김수영 시인. 당신은 선천적으로 슬픈 것들에 대한 연민.
- 비극에의 당김이 있는 것 같아요. ‘아버지의 사진’이라는 시였나요?
- 가난한 지식인의 아버지의 흑백사진을 굳이 숨어서까지 보고야마는
- 당신의 혈연적 끌림은 인간적인 설움에 대한 연민이 이유라고 봐요.

김수영
- 좋게 말해줘서 고마우이.
- 난 날개를 갖고 싶었어. 제 자리에서 몸부림만 치고야 마는 팽이.
- 그리고 고작 힘없는 날개를 가진 풍뎅이와 거미..
- 당시 우리의 모습이 그런 것이었지.


이태동
- 극한까지 몰고 가는 당신의 집념이야말로 미학적 성취를 이룬 게 아닐까요.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 당신의 시 ‘눈’ 에서 보여준 당신의 모습에서
- 저는 치열한 저항정신을 보았습니다.

김수영
- 난 결국 깨달았소.
- 끈질긴 생명력이야말로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었소.
- 풀. 그리고 단단함에 갇힌 복사씨와 살구씨...
- 이것들은 스스로 생명이 되어 해방되지.


이태동
- 그래도... 당신의 ‘공자의 생활난’ 에 나온 싯구.
- 그리고 나는 죽을 것이다...
- 그 비극성은 잊을 수가 없어요.

김수영
- 그 시를 쓴 게 1945년. 내 나이 스물넷이었소.
- 당시 그런 나라에서 사는 우리에게 죽음에 대한 생각은 필연적이었지.
- 이태동 교수. 당신 나이 스물넷. 당신도 그러지 않았나.
- 물론 나보다는 좀 나앗겠지. 시대가 다르니까...


이태동
- 스물넷... 저도 기억이 나는군요.
- 아마 저도 그랬을 것 같습니다.
- 지금 스물넷을 사는 우리 친구들은 이 시의 절절함을 알까요...

김수영
- 모르면 어때...
- 내 시에 그들이 갇히지 않고
- 그들이 내 시를 나로부터 해방시켜줬으면 좋겠네...
- 그들이라면 할 수 있을 거야.


이태동
- 그렇죠. 스물넷의 비극성엔 희망도 자리하고 있으니까요.
- 김수영 시인. 살았을 적 힘들었죠. 이젠 편히 쉬시지요.

김수영
- 허.. 내 걱정은...
- 이태동 교수. 내 시 평하느라고
- 꼴딱 밤새지 말고. 누워 잘 자게나...
- 풀은 눕는다... 기억하게...



  - 이태동 (李泰東,1939년~, 서강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 문학평론가)
  - 저서 〈한국현대시의 실체〉 〈현실과 문학적 상상력〉 〈나목의 꿈〉
  - KTV 한국정책방송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문화 칼럼/이태동]

문화권력, 검은 휘장을 걷어라

영국 시인 토머스 그레이는 그의 유명한 시
‘시골 묘지에서 쓴 비가(悲歌)’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고요한 맑은 빛을 발하는 수많은 보석들이/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두운 동굴 속에 잠겨 있고/
수많은 꽃들이 아무도 가지 않는 황야에서 그 향기를 헛되이 뿌린다.’


그레이가 노래한 이렇게 슬픈 현상은 자연에서만 일어나지 않고 인간 사회
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무질서하고 모순된 사회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유토피아적인 비전으로 진실만을 추구한다는 문단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1990년대에 어느 젊은 문학 평론가가 문단을 지배하는 문화 권력의 문제점을 지적해서 한참 동안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켰지만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났다.

우리 문단의 주류를 이루는 문화 권력은 문학의 질적 향상을 이룩하는 등
많은 부분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때가 없지 않았다. 이를테면 문화 권력이 학연과 지연 또는 이념으로 높은 벽을 쌓았기 때문에,
문학적인 재능은 있지만 서클에서 소외된 자는 절망하거나 문학을 포기
하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그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새로이 생겨난 많은 수의 문예지는 소외 그룹에 작품 발표의 지면을 넓혀주고 문학 인구의 저변 확대를 유도했다. 그러나 그것 또한 문학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노출시켰다.

재능있지만 인맥없는 작가들

문단에 군림하는 문화 권력의 장벽 때문에 능력이 있으나 자의식이 강하고
영악하지 못한 일부 작가는 잠재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스스로
국외자 길을 걷거나 망각 속에 묻혀버린다. 이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양에서도 유대인이기 때문에 생전에 전혀 빛을 보지 못했던 20세기의
비극적인 천재 작가 프란츠 카프카가 그러하고 나치가 통치하던 독일로부터
탈출하려다 실패하자 자살을 한 비평가 발터 베냐민도 이와 유사하다.
하지만 지연 혈연 학연으로 얽힌 우리의 문화 환경은 서양보다 더욱
편협하고 폐쇄적이지 않은가.

2007년 겨울 필자는 영세한 모 출판사의 간곡한 청탁에 못 이겨 소외된
작가 A 씨의 창작집 해설을 쓴 경험이 있다. 작품을 읽어가는 도중 나는 나의
편견에 대해 말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작품의 수준이 기대와는 달리
여러 문학상을 수상한 대부분의 유명 작가 못지않게 훌륭했기 때문이다.
필자만의 느낌이 아니었다. 창작집이 출간되고 난 후 작품을 읽은 서울대 교수
세 사람도 필자와 같은 견해를 가졌다. 그러나 어느 주요 신문이나 문예지도 그의 작품에 대해 한마디 언급을 해주지 않았다. 그 작품집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는 다시 침묵 속에 묻혀 버렸고 곰팡내 나는 습기 찬 골방에서 절망 속의 굶주림과 싸워야만 했다. 그의 작품이 이렇게 빛을 보지 못하게 된 원인은 인맥을 펼칠 만한 학벌이 없고 너무나 가난한 데다가 문학 작품을 쓰는 일밖에 모르는 어리석은 은둔자적인 태도 때문이리라. 작가 생활 30여 년이 지난 지금 현재 그의 전 재산은 책과 그릇 몇 개가 전부다.
“갈 곳도 없고 혈혈단신 부랑신세, 아직도 글을 쓸 수 있는 여력을 주신 신께 감사할 뿐이다.”

그가 벼랑 끝과도 같은 가난한 상황에서 창작집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예술위원회와 같은 국가의 지원금에 의해서가 아니라 문학과 일치된 삶을 굽히지 않고 처절하게 살아가는 삶의 자세와 문학 가치를 알아본 지방의 어느 독지가가 후원회를 만들어 헌신적으로 도왔기 때문이다.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어느 예술가에게 이 후원회의 회장처럼 아름다운 도움의 손길을 펼치는 일은 우리 사회에서는 매우 드물지만 서양에서는 흔히 있다. 19세기 영국의 위대한 시인이자 평론가인 새뮤얼 콜리지는 돈이 없어 목사가 되려고 했지만 부유한 도자기 업자였던 토머스 풀과 조사이어 웨지우드의 도움으로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었으며 말년에 그의 병을 치료했던 의사 제임스 길먼의 집에 머물며 그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임종 때까지 글을 쓸 수 있었다. 차이가 있다면 전자는 사회적인 편견 때문에 지하에 묻혀 있는 전설적인 무명작가라는 사실이고, 후자는 이미 영국 문단에서 천재로 이름이 나 있었던 큰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풍요속 빈곤’ 만들지 말았으면

다행히 위에서 언급한 작가는 문학이 무엇인가를 아는 지적인 독지가의 도움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나마 작품을 쓰는 중이다. 재능은 있지만 세속적인 처세에 어둡고 학연이나 지연이 없다는 이유로 버림받고 소외된 영역에서 가난과
싸우면서 근근이 생명을 이어가는 비운의 예술가가 그만은 아닐 것이다.
문화 권력은 변화와 다양성이 있는 보다 큰 조화로운 그림을 그리도록 편견의 검은 휘장을 걷고, 지하의 그늘진 곳까지 빛을 비춰 ‘풍요 속의 빈곤’을 만들지 말았으면 한다. 개인적으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낭비이기 때문이다.
  - 이태동 문학평론가 · 서강대 명예교수

※ 김갑수의 인문학 열전 · 평론가 · 한국의 시인을 말하다 / 2009-09-16 에 올린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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