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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쿠 · 바쇼 · 이싸 · 모리다케 · 기가쿠 · 소칸 · 부손 · 료칸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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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쿠 (はいく)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번개를 보면서도
삶이 한 순간인 걸 모르다니... (바쇼·芭蕉1644∼1694)
내 앞에 있는 사람들
저마다 저만 안 죽는다는
얼굴들일세... (바쇼)
꽃잎 하나가 떨어지네
어, 다시 올라가네
나비였네! (모리다케)
외로움에
꽃들을 피웠는가,
산벗나무야... (부손)
나는 떠나고
그대는 남으니
두 번의 가을이 찾아오네 (부손)
한밤중에 잠이 깨니
물항아리
얼면서 금 가는 소리... (바쇼)
달에 손잡이를 매달면
얼마나 멋진
부채가 될까? (소칸)
이 가을 저녁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가볍지 않다... (이싸)
허수아비 뱃속에서
귀뚜라미가
울고있네... (이싸)
죽은 자를 위한 염불이
잠시 멈추는 사이
귀뚜라미가 우네... (소세키)
도둑이
들창에 걸린 달은
두고 갔구나... (료칸)
이 첫 눈 위에
오줌을 눈 자는
대체 누구인가? (기가쿠)
이 눈 내린 들판에서 죽는다면
나 역시
눈부처가 되리... (초수이)
인간이 있는 곳 어디에나
파리가 있고
부처가 있다... (이싸)
걱정하지 말게, 거미여
나는 게을러서
집 안 청소를 잘 안 하니까 ...(이싸)
아이들아,
벼룩을 죽이지 말라
그 벼룩에게도 아이들이 있으니...(이싸)
내 집 천장에서 지금
자벌레 한 마리가
대들보 길이를 재고 있다... (이싸)
밤은 길고
나는 누워서
천년 후를 생각하네... (시키·正岡子規·1867-1902)
저 세상이
나를 받아들일 줄
미처 몰랐네... (하진)
죽음을 맞이하며
내 것이라고 생각하면
우산 위의 눈도
가볍게 느껴지네... (기가쿠)
내 전 생애가
오늘 아침은
저 나팔꽃 같구나... (모리다케)
생애 마지막으로 쓴 시
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이 매미 허물은... (바쇼)
눈사람에 대해 나눈 말
눈사람과 함께
사라지네... (시키)
눈 내린 아침!
얼마나 아름다운가
평소에는 미움받는 까마귀조차도... (바쇼)
쌀을 뿌려 주는 것도
죄가 되는구나
닭들이 서로 다투니... (이싸)
오래된 연못
개구리
풍덩! (바쇼)
우리가 기르던 개를 묻은
뜰 한구석에서
귀뚜라미가 울고 있네... (시키)
겨울비 속의
저 돌부처는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 (이싸)
한번의 날까로운 울음으로
꿩은 넓은 들판을
다 삼켜 버렸다... (이메이)
나무 그늘 아래
나비와 함께 앉아 있다
이것도 전생의 인연... (이싸)
이 숯도 한때는
흰 눈이 얹힌
나뭇가지였겠지 (타다토모)
봄의 첫날
나는 줄곧 가을의
끝을 생각하네... (바쇼)
우리 두 사람의 생애
그 사이에
벗꽃의 생애가 있다... (바쇼)
너무 오래 살아
나 역시 춥구나
겨울 파리여! (타요조)
인생의 마지막 시
내가 죽으면
무덤을 지켜 주게
귀뚜라미여... (이싸)
이 미친 세상에서
미치지 않으려다
미쳐 버렸네... (시메이)
이슬의 세상은
이슬의 세상
하지만,하지만...(이싸)
어린 두 딸을 잃고 아들마저 죽은 뒤 쓴 시
사립문에
자물쇠 대신
달팽이를 얹어 놓았다 (이싸)
은하계 어디에서
기다리고 있는가
나의 떠돌이 별은... (이싸)
땔감으로 쓰려고
잘라다 놓은 나무에
싹이 돋았다... (본초)
물고기는 무엇을 느끼고
새들은 무엇을 느끼는가
한 해의 마지막 날... (바쇼)
대문 앞에 난
단정한 노란 구멍,
누가 눈 위에 오줌을 누었지? (이싸)
모든 종교와 말들을 다 떠나니
거기 자두꽃과
벗꽃이 피었구나... (난후꼬)
태어나서 목욕하고
죽어서 목욕하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가...(이싸)
임종때 남긴 시
절에 가니 파리가
사람들을 따라
합장을 하네...(바쇼)
지금부터는
모든 것이 남는 것이다
저 하늘까지도...(이싸)
쉰 살 생일을 맞아
울지마라, 풀벌레야
사랑하는 이도 별들도
시간이 지나면 떠나는 것을!
너의 본래 면목은
무엇이니,
눈사람아... (소세키)
매미 한 마리 우는데
다른 매미들은 더 이상 울지 않는다
이 늦은 가을... (이싸)
뻐꾸기가 밖에서 부르지만
똥 누느라
나갈 수가 없다...(쇼세키)
정치인의 초대를 받고서 답장으로 쓴 시.
작년에 우리 둘이 바라보던
그 눈은 올해도
내렸는가...(바쇼)
그녀가 젊었을 때는
벼룩에 물린 자리조차도
예뻤다네...(이사)
하루 종일
부처 앞에 기도하며
모기를 죽이다...(이사)
하이쿠 (はいく)란 일본에서 시작된 한줄 짜리의 짧은 시를 말합니다.
때로 그들에게는 한줄도 너무 길었다.
한 줄짜리 시보다 더 짧은 생의 한때에...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먼 길을 여행하면서 유유자적 방랑
하면서 한 줄의 시를 남기고 있는 그 옛날 하이쿠 시인들.
참으로 멋지지 않습니까?
2009년 02월 16일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유럽 일본연구소에서 수여하는
제4회 마사오카 시키 국제 하이쿠상을 수상했다. 저서 '하이쿠의 시학'
(일본의 하이쿠와 한국의 시조를 비교, 분석해 한·일 문학의 특성을 규명한 책)
으로 수상자로 결정돼 15일 일본 현지에서 상을 받았다.
일본 근대
하이쿠(俳句 : はいく)의 개척자인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1867-1902)의
이름을 딴 이 상은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유럽 일본연구소가 하이쿠 연구와 보급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지금까지 미국의 게리 스나이더,
프랑스의 이브 보느푸아 등 시인과 연구자들이 수상했다.
※ 2009-04-15 에 올린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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