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의노래-시와 정신-이 계절의 시인
2022.01.29 14:22
부엉이의 노래
유봉희
마을 입구 큰 소나무 우둠지에
쌓이던 부엉이 울음
습습한 잠자리로 흘러든다
창밖은 달무리 촉촉한 깊은 밤
오늘밤 부엉이는 사각모와 뿔테안경 벗어놓고
달무리 할로햇(halo hat)을 썼을것이다
세명의 목격자들*이 땅에 떨어진 할로햇에 놀랄 때
누군가 부엉이성운에 감추어 두었던 그 모자
소리 날개를 짜던 부엉이가 드디어
날개소리도 들리지 않게 부드러운 깃털을 펴서
이천육백 광년을 날아 그 모자 찾아 쓰고
역병에 시름 살 깊은 여기, 푸른 점으로 돌아 온
달무리 서늘한 오늘 밤
울음도 걸러내고 어루만지면 노래가 되는 것이지
솔바람이 걸러내고 달빛이 어루만진 부엉이 노래
그 속에 창백한 별에게 보내는 새 처방전 있을 것인데
마음 귀 밝은이 어서 나와서
그 노랫말 풀어내어야 할 터인데
*halo hat : 세 사람 증인과 아기 예수를 체벌하는 성모 마리아
막스에른스트 1940년대 독일 초현실주의 화가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