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탄생100년 - '바이칼' 호숫가 돌칼 外

2015.01.18 10:25

arcadia 조회 수:881 추천:4

    미당 탄생 100년 새롭게 찾은 시 · ⑤ 서울에 두고 온 것

서울에 두고 온 것


서울 공덕리에 나는 안 잊히는 멫
포기의 풀니파리들을 두고 왔습니다.
이미 내 눈앞에서 멫 송이의 국화꽃이
피였다 사그라져버린 자리,
그런 데를 보며 밤중에 일어나서
원고를 쓰고 있던 방 아랫목,
낮이면 처마 밑에 따스한 햇빛,
이웃집 경기 사투리,
그런 안 잊히는 것들을 두고 왔습니다.


6·25전쟁이 일어나자 미당은 황급히 피난을
간다. 해방 직후 이념갈등이 극심할 때
그는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우파 활동을
했으며 전쟁 중에는 종군문인이 되기도 했다.
인민군에 잡힐 것을 대비해 늘 청산가리를
지니고 다녔다.

환청에 시달리는가 하면 정신질환을 심하게 앓아 청마 유치환의 부산 집에서 요양하기도 했다.
그리운 서울집 공덕동 301번지.
수수 심어 사운거리는 소리 듣고 싶어
지은 ‘청서당(廳黍堂)’ 택호. 그 집의 기억 속에
찾아드는 시심의 신(神)들. ‘안 잊히는 것들’
가만히 불러내는 피난 중의 시인.
어느새 광복 70년, 전쟁발발 65년 되었네.
<윤재웅 · 동국대 교수>
- 중앙일보 2015.01.19


미당 탄생 100년 새롭게 찾은 시 ⑤ 서울에 두고 온 것




    미당 탄생 100년 새롭게 찾은 시 · ④ 노스캐롤라이너의 장미밭

노스캐롤라이너의 장미밭

살고 싶다고
"살자, 살자, 살자, 살자" 고
영어로 "to be, to be, to be, to be"
우는 새한테 불리어 나오니

영불군(英佛軍)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에 죽은 것이야?
어느 의좋던 불인(佛人) 내외의 넋이 합쳐진 것이 된 듯
"뭇슈우우이! 뭇슈우우이! 뭇슈우우이!
못 참아 우는 새 소리 따라 나오니.

이건 또 어느 하늘의 너무 깊은 곳에서
어느 저승의 막 조용한 데에서
갓 잠깨어 날아온 이상한 나비냐?
새로 피는 장미에 앉아
바르르르 떨고.

천길 바다 속에서 쫓아 나온 듯한
새파란 두 눈의 페르샤 고양이 한 마리
네 발을 하늘로 치켜들고 누워서
사타구니까지 온통 다 드러내며
냐옹! 냐아웅! 냐아웅!
솔직하게는
피는 장미 너를 찬송하누나.


노스캐롤라이너 랄리시(市)는 미당의
큰아들이 사는 곳. 한적한 숲속에 자리한
이곳에서 미당은 이따금 머물곤 했다.
to be, to be…, 살자, 살자….
번역 솜씨가 이 시의 묘미.
새소리에서 삶의 의지를 듣고
‘못 참아 우는’ 혼백의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는 지상의 진경(珍景)을 보여준다.
저승에서 날아온 나비는 새로 피는 장미에
앉고 푸른 눈의 고양이는 하늘 향해 누워서
장미를 찬송한다. 육도윤회(六道輪廻)와
극락이 나란히 있는 듯하다.
<윤재웅 · 동국대 교수>
- 중앙일보 2015.01.13



미당 탄생 100년 새롭게 찾은 시 ④ 노스캐롤라이너의 장미밭




    미당 탄생 100년 새롭게 찾은 시 · ③ 정말 보기 좋은 것
③ 정말 보기 좋은 것

정말 보기 좋은 것


겨울에 까치들을 부르기 위해
내가 놓아둔
감나무 붉은 홍시들 옆에
두메산골의 계집애 같은
시누대 나무들이
나란히 솟아올라
그 푸른 잎들을 파다거리고 있나니,
이것은 정말 보기 좋더라.
그래 나는
저승에 가서도
이 두가지가 함께 노는 것만큼은
꼭 보고 지내고 싶어라.


제일 기쁜 것. 제일로 좋은 것. 정말 보기 좋은 것.
미당의 시에 이 세 가지가 나온다. 앞의 둘은 발표작.
‘고목나무에 푸르므레 봄빛이 드는 거와,
걸어가는 발뿌리에 풀잎사귀들이 희한하게도 돋아나오는 일’ 이 제일 기쁘고,
‘백일쯤 되는 어린 애기 옹알’ 대는 소리가 제일로 좋다고 했다.
정말 보기 좋은 것은 홍시와 시누대가 함께 노는 것이란다.
사내의 붉은 마음 옆에 계집애의 푸른 잎들이 ‘파다거리는’ 순간.
『시경』에도 이런 조화의 경지가 있지. ‘솔개는 날고 물고기는 뛴다(鳶飛魚躍)’.
<윤재웅 · 동국대 교수>
- 중앙일보 2015.01.08


    미당 탄생 100년 새롭게 찾은 시 · ② '바이칼' 호숫가 돌칼

'바이칼' 호숫가 돌칼


내 전 재산 중에서
그래도 아무래도 가장 나은 건
1742미터 깊이의
시베리아의 바이칼 호숫가의
바이칼 산맥의 비취(翡翠) 옥(玉)으로 만든
10만 년 전의 구석기시대를 본 딴
모조품의 초록빛 돌칼 하나이로다.

이 세계에서 제일 깊고도 맑은
바이칼 호수를 닮은 내 이쁜 돌칼로
나는 내 글쓰는 종이도 자르고,
꼭 먹고 싶은 과일도 벗겨 먹으며,
10만 전의 한 샤만처럼
아침이면 아침보고
“내 젊은 어머니 아침” 이라고
소리 밝히 부르며 살다 가리로다!



새해 아침이다. 팔순의 미당은 겨레의 기원을 찾아 바이칼 일대를 여행하고
와서 몇 편의 시를 남긴다. 마지막 시집에 이 돌칼에 대한 시가 하나 더 있다.
이란성 쌍둥이처럼 비슷하지만 또 다르다.
미당은 어느 산문에서 우리말 ‘사람’의 기원이 ‘샤만’에서 유래한다고 했다.
‘10만 년 전’의 그 ‘사람’이 ‘내 젊은 어머니 아침’ 이라고 ‘소리 밝혀’
부르던 마음을 생각해 본다. 새해 아침에. 미당의 초록빛 돌칼(사진)은
고창 선운리 미당시문학관에 보존 전시돼 있다.
※ 1994년 음력 7월 6일에 쓴 시. <윤재웅 · 동국대 교수>
- 중앙일보 2015.01.05

바이칼 호수 알혼섬 불한곶의 전경. 바이칼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신성한 곳이다. 밤 10시가 넘었는데도 백야로 사위는 훤하다

※ 백두산이 한민족의 성지라면 바이칼 호수는 한민족의 시원으로 간주된다.
바이칼 호수는 러시아의 시베리아 남쪽에 있는 호수로서, 북서쪽의 이르쿠츠크 주와
남동쪽의 부랴트 공화국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바이칼 호수 남쪽에는 몽골의
후브스굴 호수가 있으며 러시아 현지인들은 두 호수를 자매 호수라고 부른다.

※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는 2,500만년 전에서 3,000만년 전에 형성됐다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담수호(淡水湖)다. 바이칼 호수는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이며,
이름은 타타르어로 "풍요로운 호수" 라는 뜻의 바이쿨에서 왔다.

※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는 길이 636 km, 폭 20~80 km, 면적 31,494 km²,
깊이 1637 m로, 아시아에서 가장 넓은 민물 호수이자,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호수로서,
호수의 바닥은 해수면보다 1,285 m 아래로, 내륙에서는 가장 낮다.
또 투명도가 뛰어난 호수(약 40m)로서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 바이칼 호수의 부피는 23,000 km³로, 북아메리카의 오대호를 모두 합한 크기이며, 지구상의 민물의 20%에 해당하는 양이다. 생물 다양성에서 바이칼 호수에 비길 만한
다른 호수는 없다. 852개 종과 233개 변종의 조류와 1550여 종의 동물이 살고 있으며, 이 중 60%이상이 토종 짐승이라고 한다. 어류의 경우 52종 가운데 27종이 토종 어류
이며, 바이칼 물범과 같은 물범 종류도 서식하고 있는 것은 물론, 주변에 곰과 사슴도
가끔 나타난다고 한다.

※ 214년 1월 1일부터 대한민국과 러시아 간 일반 여권 사증 면제 협정 발효
: 대한민국과 러시아 간 일반여권 사증면제 협정이 발효되면서, 유효한 일반 여권을
소지한 양국 국민은 근로, 유학, 거주가 아닌 목적으로 방문 기간이 60일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 사증이 면제됐으며, 최초 입국일로부터 180일 기간 내에서는 30일을 추가로 사증 없이 방문할 수 있게 됐다.

숙소인 앙가라 호텔을 나와 이르쿠츠크 역 청사 근처 버스 터미널에서 서둘러 바이칼
호수 행 승합 버스를 탔다. 이르쿠츠크 역 청사 근처 버스 터미널을 러시아 승합 버스가 떠난 지 정확히 1시간 10 분만에 러시아 바이칼 호수가 그 거대한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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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 호숫가의 비취(翡翠)의 돌칼>

서정주(徐廷柱, 1915. 05. 18 ~ 2000. 12. 24)

공부하며 시(詩)를 쓰고 살다가
마음이 너무나 울적해질 때,
생각하며 느끼고 있다가
가슴이 그만 두근거릴 때,
그대 그리워 애태우고 있다가
두 볼이 불그스레 달아오를 때,
나는 할 수 없이 구석기(舊石器) 시대의
싸늘한 돌칼을 집어 뺨에 댄다.
2십만 년 전의 구석기 문명(文明) 때에
우리 '퉁구스'족이
'바이칼' 호숫가의 '바이칼' 산맥에서
캐낸 비취로 만든
그 싸늘한 쑥빛의 돌칼을
더운 내 두 뺨에 대고 또 대며
내 감정과 사상(思想)을 식힌다.

1,742미터 깊이의 이 세상에서 가장 맑은 '바이칼' 호숫가의
'바이칼' 산맥에서 캐낸 비취옥의 돌칼!
이것을 뺨에 대고 또 대어
내 감정과 사상을 식힌다
그러면 그 구석기 문명 시절의
그 맑은 해가 떠올라와서
나를 제대로 일깨워 세운다.
<출전>제15시집 '80 소년 떠돌이의 詩'(시와 시학사, 1997)


소설 <유정>의 무대 바이칼 호수

우리나라 현대소설의 개척자로 불리는 춘원 이광수(1892-1950)는 20대 초 젊은 시절 시베리아 지방을 여행하였다. 1913-14년 사이이니 그의 나이 21세에서 22세 무렵이다. 춘원은 바이칼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것 같다. 이때의 경험이 <유정>에 녹아있다.
이광수의 소설 <유정(有情)>은 바이칼에서 시작해서 바이칼에서 끝난다. 일제강점기,
지금으로부터 80년 전인 1933년에 쓴 소설인데 그 시절 바이칼, 이르쿠츠크 등
시베리아를 주요 무대로 소설을 썼다는 것이 경이롭다.

<유정>은 남편(최석)이 중국에서 데려와 자식처럼 키운, 죽은 남편 친구의 딸(남정임)
과 남편 사이를 불륜으로 오해한 부인의 사실상의 난동으로 인해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는 내용이다. 남편은 부인이 퍼뜨린 소문 때문에 교장직에서 물러나고 여론의 뭇매를 맞는 사태를 맞아 결국 집을 나와 시베리아로 간다. 세상을 등지기 위해서다. 그러나
가족들이 친구 N에게 보낸 그의 편지를 통해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된다. 일본에서
서울에 온 남정임이 병중임에도 최석의 딸 순임과 함께 그를 찾아 시베리아로 떠나지만 최석은 남정임이 도착하기 직전 세상을 떠난다는 비극적인 스토리이다.

바이칼 호수 알혼섬은 남북 길이 70㎞가 넘는 큰 섬부랴티야 공화국 수도 울란우데/바이칼 호수 알혼섬

한민족의 기원 성지, 바이칼(Baikal)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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