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팽이 ··· - 반칠환(1964~ )
김수영의 시 가운데 ‘달나라의 장난’이라는 게 있다.
팽이 돌리는 게 달나라의 장난 같다는 내용인데,
이 시를 보니 그게 무슨 말인지 알겠다.
달팽이는 “달”과 “팽이”의 결합이다.
제 몸의 뿔(실제로는 더듬이 끝에 달린 눈이다)로,
제 집(=팽이)을 후려치니, 달이 돌아간다.
처음에는 얻어맞아서 턱이 “얼얼”하고,
그 다음엔 만월이어서 “月 月 月” 돌더니,
반달이 되자 턱이 빠져서 위태롭게 “달달달” 돈다.
휘영청 밝은 달이 그냥 밝은 게 아니구나.
제 몸을 위태롭게 지탱하면서 팽팽 도는 것이구나.
김수영은 팽이가 “수천 년 전의 성인(聖人)”과 같다고 썼다.
제 몸을 쳐 끊임없이 복종시키는 신독(愼獨)의 주인공이니 그럴 수밖에.
앞으로 에스카르고(프랑스식 달팽이 요리) 먹을 때엔,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자문해볼 일이다.
나는 얘처럼 최선을 다하며 살았던 걸까?
-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권혁웅·시인> 2011-06-03
달, 달, 달팽이
팽이, 팽이, 달팽이
달 뜨면 달 이고 더듬 더듬
밤길 홀로 가는 달팽이
(‘달팽이’)의 분위기를 섬세한 펜 선과 수채물감으로 표현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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