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 에피소드

2016.11.30 03:36

김수영 조회 수: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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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김영교 시인의 시집  '파르르 떠는 열애' 북사인회에서 기도 부탁 받고

기도하다가 끝내 눈물을 흘려 얼굴이 퉁퉁 부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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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교 시인이 재미시인협회로 부터 미주 시문학상을 받다.


건망증 에피소드

                                                                                    김수영

    나이가 들수록 건망증이 심해진다. 건망증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도 건망증이 생긴다고 하니 삶을 살아가면서 스트레스 안 받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건망증은 내가 늙어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자연현상인데 어떻게 할 방도가 없다.  치매나 파킨스병이 올 수도 있으니 우리는 부단히 조심하고 건강관리를 잘 해야 될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일어나는 건망증은 부엌에서 요리할 때에 자주 일어난다. 차고에 있는 냉장고에 필요한 것을 가지러 갔다가 왜 내가 차고에 왔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나 빈손으로 부엌으로 되 돌아온다. 요리를 다시 하다가 생각이 나서 다시 차고에 있는 냉장고에 가는 일이 하루에도 다반사로 일어난다.

       몇 년 전에는 은행에 갔다가 debit 카드를 사용하고 지갑을 계산대 앞에다 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현금도 들어 있었지만 신용 카드도 들어 있는데 누가 훔쳐가면 어쩌지 하고 걱정하며 은행에다 전화했다. 다행하게도 내 뒤에 있던 고객이 내 지갑을 발견하고 은행 직원에게 건네주어 잘 보관하고 있다고 해서 얼마나 다행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한 번은 고국을 방문하여 모국관광을 겸하게 되었다. 남해안과 서해안을 돌고 마지막 제주도에 도착하여 관광을 마치고 제주 공항에서 서울로 가는 항공기를 타려고 했다. 그런데 여권을 서울에다 두고 와서 항공기 탑승을 거부당했다. 단체 관광이라 가이드가 안절부절못하는데 수첩에다 여권 번호를 기록해 둔 것이 기억이 나 수첩을 꺼내 번호를 주면서 통사정을 했다. 담당관은 번호를 조회해 보고 오케이 하면서 탑승을 허락했다. 만약 내가 여권번호를 수첩에다 적어 두지 않았다면 얼마나 난감한 일을 당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또 한 번은 LA Fitness Center 에 가서 탈의실에서 벗은 옷을 옷장에 집어넣고 자물쇠로 잠가야 하는데 그냥 걸쳐 놓기만 하고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건망증이 발동되어 그만 깜박 잊어버리고 자물쇠를 잠그지 않았다. 자동차 열쇠를 옷장에 넣어 두었는데 도둑이 내 옷장을 열고 자동자 열쇠를 훔쳐 주차장에 주차해 둔 내 차를 훔쳐 타고 도주하고 말았다. 주차장에 내 차가 없어진 것을 확인하고는 앞이 캄캄했다. 비틀거리며 건물 안으로 들어와 담당 책임자에게 보고 하고 경찰을 불러달라고 했다.

    얼마 후 도착한 경찰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보고서 복사본을 받고 자동차 보험회사에다 보고를 했다. 미국에 수십 년을 살면서 자동차 도적 맞기는 이번이 처음이라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른다. 경찰은 찾을 수 있는 확률이 반 반이라고 했다. 2 주 후 보험회사에서 자동차를 라스베이거스에서 찾았다고 연락이 왔다. 삼 일 만에 자동차 딜러로 견인해 왔는데 그야말로 자동차 안팎이 엉망진창이었다. 폐차처분하겠다는 보험회사를 설득해 수리비용만 받고 차를 찾아와 지금껏 잘 운전하고 다닌다.

    라스베이거스 법정에서 출두하라는 고지서가 왔었다. 왕복 비행기 표와 호텔비와 교통비까지 모두 부담하면서 원고를 법정에 서게 하는 법질서에 매우 놀랐다. 출두하라면 자비를 들여서라도 가야 할 판인데 일체 비용을 다 부담해 주어 미국에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건망증 때문에 차를 도적맞고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일이 많았지만, 미국을 다시 배우고 감사한 일이 많았다. 차고에 들어갈 때마다 텅 비어 있어서 얼마나 마음이 쓰리고 아팠는지 모르는데 차를 깨끗이 수리해서 차고에 두니 다시 부자가 된 기분이다. 나와 동고동락하며 정이 푹 든 차 ….다시 찾았을 때 그 감격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자녀들은 새 차를 사라고 하지만 폐차 될 때 까지 계속 운전하고 다닐 것이다.

    그 후 Locker의 자물쇠를 늘 잠 긋는지 꼭 확인한다. 건망증이 가르쳐 준 경각심이다. 이제 나이가 들어가니 well-being, well-aging, well-dying을 생각하게 된다. 계속 버리고 내려놓고 언제 떠나도 홀가분하게 떠나고 싶다. 동생이 한번은 만나자고 하더니 심각한 얘기를 했다. 죽은 다음 장례식을 거행 할 목사님 등 모두 명단을 짜 놓고 연락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 소리를 듣고 나는 눈물이 핑 돌면서 가슴이 철렁했다. 나는 여태껏 천연만년 살 것 같이 살아온 나의 삶을 뒤돌아보게 되었다. 나도 처음으로 장례식을 집례 할 목사님을 생각하게 되었고 명단을 짜기 시작했다. 어차피 공수래 공수거 인생인데 욕심부리지 말고 well-dying 하려는 준비를 착실히 해서 건강하게 살다가 기쁨으로 생을 마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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