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을 쓰고 싶으세요

2018.12.16 17:38

두루미 조회 수:12

1. 좋은 글을 쓰고 싶으세요?

 

 

 ‘신언서판’(身言書判)이란 말이 있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중국 당나라 때 관리로 등용되기 위해 갖추어야 했던 네 가지 조건, 즉 신수, 말씨, 문필, 판단력을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첫째 몸가짐(身)이 반듯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외형적으로 인물이 잘난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건강한 심신의 구비를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사람의 인물이 출중하더라도 심신의 건강을 상실할 때 그 사람의 재능은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영국의 존 로크는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은 인생 최대의 행복"이라고 했습니다.

 둘째. 말(言)을 잘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말은 때와 장소와 대상에 알맞게, 자기의 의사를 조리 있게 전달하는 화술입니다. 맹자를 비롯한 중국의 제자백가들은 말을 잘 했기 때문에 명성을 얻었고 후세에 이름을 남겼습니다. 명심보감에 나오는 "입을 지키기를 병(甁)과 같이 하라"는 금언은 입은 재앙과 근심의 문이니 말조심할 것을 강조한 것입니다 또한 중국성언에 "자기가 입에 올린 말이면 그 말에 충실하고 믿음이 있어야 한다. 열성과 진실로써 약속한 일을 행동에 옮겨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언행일치의 중요성을 깨우쳐 주고 있습니다.

 셋째. 글(書)과 글씨를 잘 써야 한다는 말입니다.

 글과 글씨는 문필력을 가리킵니다. 책을 많이 읽어서 무형의 자산인 지식을 축적하고 소화해서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표현할 수 있는 문장력을 기르고 서자심화(書者心畵) 즉 글씨는 마음의 그림이라는 말을 되새겨 글씨의 한 획 한 획을 바른 자세로 정성을 들여 쓰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독서의 생활로 마음의 양식을 쌓고 교양을 넓혀 나가야 할 것이며, 글씨를 쓸 때는 수도자(修道者)의 자세로 바른 글씨를 쓰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넷째. 판단(判)을 잘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람이 공사생활(公私生活)에서 직면하는 일이나 문제를 슬기롭게 처리하기 위해서 행동방향을 결정하는 판단력을 가리킵니다. 판단을 할 때는 선입견, 경솔성, 편견성, 사리사욕을 지양하고 도덕성, 합리성, 객관성, 효율성 등을 고려하여 공명정대하게 결단을 내려야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일이나 문제 해결의 성패를 좌우하는 판단을 할 때는 미시적 안목을 지양하고, 거시적 안목에 최대 공약수를 추출할 수 있도록 결단을 해야 합니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이 신언서판이 사회적 성공 여부를 가름하는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한 번 생각해 보세요. 한 직장에서 똑같은 출발을 했더라도 이 조건을 갖춘 사람이 갖추지 못한 사람보다 훨씬 더 인정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닙니까?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한 사람이라 해서 사회적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공부는 별로였는데 사회에 들어가서 눈부신 활약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사회적 성공을 거둔 배경에는 뛰어난 신언서판의 역할이 컸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몸가짐이 바른 사람은 상대방에게 신뢰를 줄 수 있습니다. 말과 글이 좋은 사람은 주위 사람들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판단력이 뛰어난 사람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적절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공부만 잘하고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성공하기가 힘듭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력을 해야만 능력이 배양될 수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요즈음 일부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이것저것 오려붙여서 글을 쓰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게으른 태도가 글쓰기 능력을 좀 먹는 주범입니다. 좋은 글감을 발견하면 바로 메모하고 구상하고 써 보려고 노력해야 글쓰기 실력이 늘어납니다. 그런 노력은 하지 않고 잘라서 오려붙이기만 해서야 어떻게 글쓰기 실력이 늘어날 수 있겠습니까? 글쓰기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우선 자신이 이런 게으름에 빠져 있는지를 반성해 보아야 합니다.

 학생들이 나에게 자주 던지는 질문 중 하나는 학교 다닐 때도 글을 잘 썼느냐는 것입니다. 그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언제나 한 가지입니다.

 “난 학교 다닐 때 교내 백일장이니 문학상 공모니 하는 데서 입선 한 번 해 본 적이 없다.”  

 이건 사실입니다. 하다못해 교실에서 담임선생님이 내 글 잘 썼다고 칭찬해 주신 것도 별로 기억에 없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공부 잘한다는 소리는 좀 들었지만 글 잘 쓴다는 소리 들은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일 년에 한 번씩 발간되는 교지에 글을 내놓고 막상 교지가 나온 걸 읽어 보니 어디에도 내 글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뒤져 봐도 내 글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그 선생님을 원망하기도 했지만, 조금 지나 생각해 보니 당연히 잘렸어야 하는 글이었습니다. 교지라는 것은 읽는 사람에게 흥미를 북돋아줄 수 있어야 하는데, 내가 쓴 글처럼 재미없는 글을 싣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지요. 내가 무슨 권력자의 아들이나 되었다면 모를까,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당연히 잘렸어야 하는 글이었습니다. 그때는 부끄럽기 짝이 없었으나 지금 생각해 보면 나에게 좋은 약이 된 것 같습니다. 그 뒤로 나는 글을 쓸 때 언제나 읽는 사람들이 이걸 읽고 흥미를 느낄지의 여부를 미리 생각해 보는 버릇을 갖게 되었습니다. 나는 읽는 사람의 흥미를 끌 수 없는 글은 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분명 읽다가 중간에 때려치울 텐데 그런 글 써봤자 시간만 낭비되는 것 아닙니까? 읽는 사람의 흥미를 끌 수 있는 글만 써라. 그때의 뼈저린 경험이 나에게 이런 귀중한 교훈을 가르쳐 줬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소싯적의 내 글 솜씨는 별로 훌륭하지 못했습니다. 그 동안 나는 어마어마한 분량의 글을 썼습니다. 2백자 원고지로 계산하면 수만 장을 썼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많은 분량의 글을 쓰면서 글 솜씨가 조금씩 향상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내가 쓴 글을 퇴고할 때 내 글 솜씨가 향상되었음을 느낍니다. 불과 몇 년 전에 쓴 글인데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발견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것은 그 몇 년 사이에 내 글 솜씨가 다소간 늘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요즈음 내가 글 좀 쓴다는 과분한 칭찬을 받을 때가 가끔 있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그토록 많은 분량의 글을 쓰면서 연습한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많은 연습만으로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아니오.”입니다. 절대로 글쓰기 연습만으로 그런 대가의 글을 쓸 수는 없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로 다음 두 가지를 들어 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글이 좋은 핵심적인 이유는 그 안에 들은 내용이 좋다는 점입니다.

 글을 아름답게 꾸미는 능력만 있다고 해서 좋은 글이 나오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글의 콘텐츠라는 간단한 진리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니까 좋은 글을 쓰려면 우선 배움의 깊이부터 더 챙겨야 하겠지요. 좋은 생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좋은 글을 쓸 수 없습니다. 생각을 가다듬을 생각은 하지 않고 글 솜씨 없는 것만 탓할 일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쓰는 연습만으로는 글쓰기의 대가가 절대로 될 수 없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글쓰기에도 역시 타고난 재능이라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똑같은 나이에 피아노 배우기를 시작하고 매일 똑같은 시간을 연습해도 실력에 차이가 납니다. 아마데우스(Amadeus)라는 영화에서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보면서 “왜 세상은 이리도 불공평할까?”라고 한탄하는 장면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런 재주를 타고나지 못한 사람에게는 불공평한 일이지만, 글쓰기에도 타고난 재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확실히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훌륭한 글을 쓰는 데는 타고난 재능이 반, 그리고 의식적인 노력이 반입니다. 우리가 위대한 문필가로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 두 측면에서 모두 남보다 뛰어난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이나 나처럼 타고난 재능의 축복을 받지 못한 사람은 좋은 글 쓸 생각도 말고 체념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노력만 열심히 하면 훌륭한 글은 쑬 수 없을지라도 그런대로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앞으로 글로 먹고 사는 직업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면, 그 정도의 글쓰기 재능으로도 충분히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좋은 글이라는 것이 과연 뭘까요?

 의미가 정확하게 전달되며 동시에 아름답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좋은 글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내 생각에 아름다움의 측면에서는 타고 난 재능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정확한 글을 쓰는 데는 노력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할 때 글 솜씨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정확한 글을 쓰지 못해 그런 것이지 아름다운 글을 쓰지 못해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누가 공무원, 법조인, 회사원, 은행원에게 아름답기까지 한 글을 요구하겠습니까?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졸렬한 글을 쓰니까 문제가 되는 거지요. 그렇다면 타고 난 재능과 관계없이 노력만으로 충분히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런 노력을 할 때 막연하게 할 게 아니라 요령 있게 하면 성과가 훨씬 더 좋겠지요? 그런 뜻에서 필자가 그 동안 글을 쓰면서 축적해 두었던 몇 가지 노하우를 여러분에게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이런 점들에 유의해 열심히 글쓰기 연습을 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을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⑴. 무엇보다 우선 생각을 명쾌하게 정리하자

 

 글쓰기 기술이 아무리 탁월하다 해도 좋은 생각이 없으면 좋은 글을 쓸 수 없습니다. 또한 생각이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명쾌한 글이 나올 리 없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데도 이 점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늘 자신의 글쓰기 재주가 없음만을 탓하지 생각을 가다듬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생각의 깊이를 더하는 일은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지기 힘듭니다. 그러나 지금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을 명쾌하게 정리하는 것은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바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생각이 제대로 정리되어야 무슨 말을 어떻게 할지의 전략이 나올 수 있는 법입니다. 글 쓰는 데도 좋은 전략이 필요합니다. 좋은 전략이 없으면 글을 읽는 사람의 관심을 계속 붙들어둘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생각을 정리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글을 쓰는 한 절대로 좋은 글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많은 사람이 그저 생각이 가는 대로 글을 쓰는 습관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미 한 말을 또 하게 되고, 앞뒤도 없이 뒤죽박죽으로 얽힌 논리를 전개하게 됩니다. 여러분들 어떤 글을 읽으면 혼란스러워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느낄 때가 있지 않습니까? 미리 무슨 말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치밀한 전략 없이 그저 생각이 가는 대로 글을 쓰면 그런 글을 쓰기 십상입니다. 정말로 혼란스러운 것은 그런 글을 쓴 사람의 머릿속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글을 쓸 때 기승전결(起承轉結)의 구조에 주의해야 한다고 배운 적이 있을 겁니다. 바로 이 기승전결이 매끄럽게 이어져야 글을 읽는 사람의 관심을 계속 잡아둘 수 있습니다. 내가 말하는 전략이라는 것은 이 기승전결의 구조를 어떤 방식으로 짤 것이냐에 관한 결정입니다. 이 전략을 짜는 데 시간을 아끼면 안 됩니다. 여러분 스스로 어떤 글을 쓰기 전 생각을 정리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을 썼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 일에 거의 시간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각하리라고 생각합니다.

 

⑵. 짧은 문장으로 승부하라

 

  탁월한 글 솜씨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길고 복잡한 구조의 문장을 쓰더라도 의미 전달에 아무 문제가 없을 겁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나나 여러분은 그런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의미가 정확하게 전달되는 글을 쓰려면 짧은 문장으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습니다. 주어와 술어가 각각 하나뿐인 단문은 오해의 소지가 거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짧은 문장으로 말을 계속 이어나가면 의미 전달에 문제가 생길 리 없지요.

 그 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판단해 보면, 긴 문장과 짧은 문장에 나름대로 장점이 있습니다. 긴 문장을 쓰면 어딘가 부드러운 느낌이 나고 글 쓰는 이의 능력에 따라서 멋스런 글이 되기도 합니다. 반면에 짧은 문장은 그런 느낌이 없는 대신 힘이 느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어떤 선언문 같은 것을 보면 아주 짧은 문장으로 계속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긴 문장으로 선언문을 만들면 어딘가 맥이 빠지는 느낌을 주게 되지요.

 글을 정말로 잘 쓰는 사람이라면 이 사실을 이용해 긴 글과 짧은 글을 적재적소에 배합해 자신이 뜻하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느낌을 제대로 살릴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런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안전한 전략은 무조건 짧은 문장만을 쓰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최소한 글을 둘러싼 오해는 발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설사 아름다운 글이 아니라 하더라도 글 쓴 사람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 족하다고 믿습니다.

 나는 경제학연습이라는 과목을 통해 학생들에게 글쓰기 훈련을 시키고 있는데, 제일 많이 지적하는 것이 바로 이 점입니다. 학생들에게는 대략 한 줄짜리 글을 쓰는 것이 좋다고 가르칩니다. 부득이 해서 한 줄로 안 되면 더 길게 쓰되 절대로 두 줄이 넘지는 말라고 가르칩니다. 내가 지도한 경험에 따르면, 세 줄 이상의 긴 문장은 어김없이 뜻이 불분명하다든가 주어와 술어의 대응이 안 되든가 하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나에게 지도 받지 않아도 되는 탁월한 글쓰기 능력의 소유자라면 세 줄이든 네 줄이든 마음대로 긴 문장을 써도 됩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다면 두 줄이 넘는 긴 문장은 쓰지 말라는 게 내 지론입니다.

 

⑶. 문단을 적절하게 나누는 일도 중요하다

 

 어떤 글을 보면 두세 줄짜리의 짧은 문단들과 거의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울 정도로 긴 문단들이 섞여 있어 무질서하다는 느낌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런 글들 중에 좋은 글을 찾기는 지극히 어렵습니다. 문단이 무질서한 것처럼 글 자체도 들쑥날쑥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반적으로 좋은 글 쓰는 사람들 보면 문단의 길이를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적절한 길이의 문단을 선택해 그 길이를 계속 유지하는 방식으로 글을 써나간다는 거지요.

 하나의 주제에 대해 글을 쓴다고 할 때 그 주제와 관련되어 여러 가지 얘기를 하게 됩니다. 어떤 얘기가 짧은 것이라면 하나의 문단으로 표현하면 되지만, 만약 긴 것이라면 다시 더 세분된 얘기로 나누어 여러 문단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이렇게 자기가 할 얘기를 적절한 단위로 나누는 과정에서 문단 구성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논리적인 글이란 문단 구성이 잘 이루어진 글을 뜻하며, 이런 글을 써야 읽는 사람이 글쓴이의 생각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문단을 어떻게 구성하느냐는 글쓰기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거의 한 페이지에 이를 정도로 긴 문단은 그 속에 여러 가지 얘기가 함께 담기게 됩니다. 그래서 읽는 사람이 스스로 알아 교통정리를 해 가면서 읽어야 합니다. 읽기도 불편할 뿐 아니라 글쓴이의 생각이 정확하게 전달되는 데도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설명하고 있는 것을 한 문단으로 묶어서 써놓았다고 생각해 보세요. 극단적으로 이 글 전체가 한 문단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그걸 읽는 여러분이 얼마나 피곤할지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것을 생각해 보면 적절한 곳에서 문단을 바꿔 주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글을 읽을 때는 전적으로 눈을 사용하기 때문에 시각적인 측면에서 독자를 배려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시각적인 측면에서 볼 때 적절한 문단 구성은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짧은 문단, 긴 문단이 어지럽게 섞여 있는 글은 무엇보다 우선 보는 이에게 어딘가 불안한 느낌을 줍니다. 한 페이지나 되는 긴 문단을 보면 눈에 피로감이 옵니다. 반면에 비슷한 길이의 문단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글은 어딘가 시원해 보입니다. 이것이 단순한 문제 같지만 실제로는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좋은 글을 쓰고 싶으면 적절한 곳에서 문단을 나누는 훈련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⑷. 정확한 표현을 추구하라

 

 우리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것이 있습니다. 비슷한 말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읽는 사람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려면 심지어 사소한 조사 하나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선택해 표현해야 합니다. 영미 권에서 글로 먹고 사는 사람들 보면 동의어사전(thesaurus)을 많이 활용하더군요. 비슷한 뜻을 가진 말이라도 정확하게 구별하면 어떤 의미가 된다는 걸 설명해 놓은 사전이지요. 동의어사전을 이용한다는 것은 자기가 생각하는 것과 가장 가까운 단어를 선택해 사용하겠다는 뜻입니다. 이런 정성을 들여야 좋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여러분에게 동의어사전까지 써가면서 글을 쓰라는 말은 아닙니다. 나 역시 그런 것 써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심지어 우리말 동의어사전이 존재하고 있는지조차 모릅니다. 다만 글을 쓸 때 상황에 꼭 들어맞는 단어의 선택이 아주 중요한 점임을 강조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아무 단어나 적당히 써서 두루뭉술한 표현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기로 하겠습니다. 경제학원론 교과서를 보면 어떤 정책을 쓴 결과 국민소득이 커지고 물가가 올라가는 결과가 생긴다는 설명이 자주 나옵니다. 그런데 어떤 책은 ‘국민소득이 커진다’라는 표현 대신에 ‘국민소득이 올라간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물가가 올라간다’라는 표현 대신에 ‘물가가 커진다’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써도 대충 뜻은 통합니다. 그러나 100% 정확한 표현은 되 지 못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의미 전달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의 글을 평가할 때 주격조사, 즉 ‘이, 가’와 ‘은, 는’을 제대로 구별해 사용하고 있는지를 유심히 관찰합니다. 이 두 가지 주격조사가 비슷하게 들려도 어감은 아주 틀리다는 사실을 알고 있겠지요? 그 차이를 모르고 이걸 써야 할 자리에 다른 걸 쓰면 글이 아주 이상해집니다. 아주 기초적인 사항이지만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이 점에 대해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안전한 방법은 글을 쓸 때 이 두 가지 조사를 모두 붙여 시험해 보고 더 낫다고 생각하는 쪽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아무 것이나 적당하게 갖다 붙이는 버릇은 반드시 고쳐야 합니다.

 한 문장에서 글을 어떤 방식으로 맺느냐에 따라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건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라는 말을 “사람들은 건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건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건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본다.“, ”사람들은 건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분명하다.“ 등 수없이 많은 비슷한 표현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표현들이 저마다 약간 다른 뉘앙스를 갖고 있습니다. 좋은 글을 쓰려면 이런 데까지 신경을 써서 적절한 표현을 선택해야 합니다.

 

⑸. 첫 문장, 첫 문단이 아주 중요하다

 

 사람을 판단할 때 첫 인상이 중요하다고 말하지 않습니까? 글의 경우에도 첫 인상이 중요하고, 따라서 첫 문장과 첫 문단에 특히 많은 신경을 쓸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글을 읽을 때 첫 문장에서 강한 느낌이 전달되어 오기 마련입니다. 멋진 첫 문장과 그렇지 못한 첫 문장 사이의 차이가 생각 밖으로 큽니다. 첫 문장이 깊은 인상을 줬다면 읽는 사람은 기대에 차서 나머지 글을 읽어 나갑니다. 반면에 첫 문장이 시시하다고 느끼면 그 다음에는 꼬투리를 잡는다는 태도로 글을 읽어 나가게 됩니다. 그러다가 조금이라도 시시하게 느껴지면 바로 글 읽기를 중단해 버리고 맙니다.

 첫 문장이 중요한 것처럼 첫 문단도 중요합니다. 이 첫 문단에서 자신이 쓰는 글의 요지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에 따라 읽는 사람의 관심을 잡아놓는 정도가 달라집니다. 그 한 문단에서 자신이 그 글을 통해 할 말을 총체적으로 요약해 전달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 문단에서 읽는 사람에게 강력한 인상을 심어 주면 그것만으로도 그 글은 반 이상 성공한 셈입니다. 어떤 때는 쓰기 시작한 지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 첫 문장을 완성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글쓰기에 자신 없는 사람들이 글을 쓰려고 하는데 한 줄도 쓰지 못하겠다고 불평하는 것을 자주 듣습니다. 글 한 줄 못 쓰겠다는 것은 첫 문장을 완성하지 못하겠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글 한 줄 쓰는 게 어렵다고 느끼는 점에서는 나도 똑같습니다.

 글을 많이 써본 사람도 첫 문장 쓰는 데 몇 시간이 걸릴 정도로 어렵다면 여러분이 그런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공연히 자신의 서투른 글 솜씨 타령이나 하지 말고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글쓰기 연습을 해 보세요. 자꾸 써보면 첫 문장 만드는 데 드는 시간이 점차 줄어들 테니까요. 그러나 시간만 줄인다고 능사는 아니고, 인상적인 첫 문장을 만드는 게 중요한 일입니다. 참고로 대학입시의 논술에서도 첫 문장과 첫 문단을 잘 쓰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 비해 월등히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⑹. 자신이 쓴 글을 마음속으로 읽어 보라

 

 이번에는 좀 더 아름다운 글을 쓰는 방법으로 내 나름대로 터득한 것을 하나 소개합니다. 내가 쓴 글인데도 영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문장 구성이나 의미 전달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이상하게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는 대개 그 글의 느낌, 즉 어감이 좋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판명됩니다. 비슷한 말이라도 어떤 것은 듣기 좋은데 어떤 것은 듣기 싫은 차이가 있지 않습니까? 좋은 시를 읽으면 그 속에 아름다움이 배어 있는 것을 느끼지 않습니까? 좋은 글을 쓰려면 이 점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자신이 쓴 글을 마음속으로 읽어 보면 대충 느낌이 옵니다. 어떤 때는 자신이 생각해도 멋진 글이라는 느낌이 오기도 하고, 어떤 때는 “뭐 이런 글이 다 있어”라는 느낌이 오기도 합니다. 이 느낌에 따라 한 문장, 한 문장 고쳐가다 보면 더 좋은 글로 거듭 태어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자기가 쓴 글을 퇴고(推敲)하는 과정에서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은 글쓴이가 쏟아 부은 노력만큼 더 좋아집니다. 더 좋은 글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내가 교과서 하나 개정할 때 쏟아 붓는 노력을 여러분이 옆에서 지켜본다면 놀랄지도 모릅니다. 비교적 글에 자신이 있다는 나도 그렇게 많은 노력을 쏟아 붓는데 여러분은 과연 얼마만큼의 노력을 쏟아 붓고 있는지요?

 내가 앞에서 좋은 글을 쓰는 데는 절반이 타고 난 재능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사실 지금 말하고 있는 부분이 타고 난 재능과 가장 깊은 관련을 갖고 있습니다.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차이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라는 말입니다. 따라서 누구나 아름다운 글을 쓰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아름다운 글을 쓰는 요령은 분명합니다. 자신이 쓴 글을 마음속으로 읽고 온 신경을 곤두세워 그것이 주는 느낌을 모니터하면 됩니다.

 이상으로 내가 그 동안 글을 써오면서 나름대로 모아둔 노하우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내가 가르쳐준 요령이 실제로 여러분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군요. 그러나 최소한 여러분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나름대로 용기를 내서 이 글을 쓴 것입니다. 이 글을 계기로 해서 여러분이 글쓰기에 취미를 붙일 수 있다면 나로서는 더 이상 큰 기쁨이 없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훌륭한 글을 쓸 수는 없어도 사회활동에서 성공을 가져다주기에 충분한 괜찮은 글은 얼마든지 쓸 수 있습니다. 공연히 자신의 재주만을 탓하지 말고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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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7 전통수필과 현대수필의 비교 손광성 2018.12.20 5
356 대상을 여는 일곱 개의 열쇠 손광성 2018.12.20 4
355 노년의 안식처 이윤상 2018.12.19 9
354 으아리꽃 백승훈 2018.12.18 9
353 박사골 쌀엿 최기춘 2018.12.18 5
352 이종여동생 김세명 2018.12.18 7
351 내 조국도 사랑해다오 한성덕 2018.12.18 5
» 좋은 글을 쓰고 싶으세요 두루미 2018.12.16 12
349 배추의 변신 김학 2018.12.16 11
348 누구나 나이가 들면 곽창선 2018.12.15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