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즐거움

2020.02.04 13:03

김용권 조회 수:4

달콤한 즐거움

-베트남 호찌민 벤째성 의료봉사 ①-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김용권

 

 

 

 호텔 창밖은 어둑어둑하지만 정겨운 소리가 들렸다. 새벽 벤째성 "꼬끼오" 소리였다. 저 소리는 옛날 옛적 소리인데, 귀와 눈도 열렸다. 얼마 만에 듣는 소리인가?

 아침 경건예배와 식사를 마치고, 의료봉사 현지마을을 향하는 버스밖 풍경은 설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그런지 거리마다 물건들이 풍성했다. 전통적으로 중국영향을 받아 음력을 사용하며, 이로 인해 설날이 가까워 거리와 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었다. 호찌민 벤째성은 메콩강삼각지대로 야자와 코코넛농장이 많았다. 거리 곳곳마다 야자나무와 각종 열대과일들로 입에서는 침이 솟구치고, 눈은 호강을 했다.

 버스길이 좁아 일행은 소형차량을 이용하여 현장에 도착하여 많은 의료가방과 상자를 머리에 이는 사람, 가슴에 한 아름 안은 사람, 캐리어를 끌고 가는 사람, 무거운 상자를 합심하여 들고 가는 사람 등 각양각색의 짐들을 옮기는 모습들이 이채로웠다.

 우리의 목적지인 모까이 남현 빈칸동면 보건소에 도착했다. 첫날이라 그런지 진료시작 전부터 어수선하다보니 이번 의료봉사팀 통역자매 이름인 "에라"가 떠올랐다. 곧바로 안정을 되찾고 진료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다행스럽게도 베트남 보건소직원들이 주민들의 주요증상을 확인해 주어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나는 사전 주 임무가 환자안내를 맡았으나 직접 환자를 접하는 혈압, 체온, 진료과 분류는 접수팀의 긴급 지원을 하게 되었다. 매월 국내의료봉사를 같이 하시던 연세 많으신 정OO 장로님께서 환자 첫 대면을 하시는 모습이 노익장을 과시했다. 아내는 약제팀을 담당했고, 목사님을 비롯한 모든 대원들의 진지한 모습에 무더위는 저 만치 물러갔다.

 우리의 영원한 마스코트 예담이와 어린 대원은 나름대로 진료중인 대원들을 대상으로 아동 타투스티커로 역할을 하며 무더위를 잊게 하는 청량감을 선사했다.

진료는 내과, 피부과, 한방1, 한방2과로 분류하여 오전에 70여명을 진료 했으며, .미용팀 과 준비한 옷 나눔 봉사, 쌀 나눔, 집짓기 봉사가 진행됐다.

 이른 점심으로 한국에서 준비한 떡국으로 현지직원들과 같이 식사를 했다. 보건소측에서 메콩강 생물인 왕새우를 삶아 와서 2~3마리씩 맛있게 먹었다. 직원들의 노고에 찬사를 보냈다. 잠깐 휴식후 오후 진료가 시작되었다. 아동들이 학교에서 수업 종료 후 진료소를 방문했기에 진료소 안팎이 아이들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무더위 속에 오후진료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어느덧 진료의 끝자락이 보이기 시작하여 오후 4시에 진료가 종료되었다. 예정된 집짓기행사를 끝낸 대원들이 돌아오자 다음 행사가 준비 중이었다. 쌀 나눔 행사였다. 본 행사 전 젊은 당서기와 관계자들이 환영사를 했으며, 이에 담임목사님은 담례사와 준비된 선물을 전달하자 당서기도 현지 열대과일로 답례를 했다. 베트남 청년동맹 단체장의 호명으로 100여 명의 주민들에게 쌀 20kg씩을 전달했으며, 많은 주민들이 명절을 맞이 설빔식량을 지원 받았으니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진심어린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오후 진료 시작 전에도 어느 주민은 사탕수수음료 두 잔을 준비해서 바디랭귀지로 진료 전 감사함을 표하는 주민의 얼굴이 착해보였다. 현지 선교사님의 통역과 해설 속에 더 많은 벤째성의 현실을 온 몸으로 느꼈다. 오늘 예정된 의료봉사 일정이 170여 명의 진료로 막을 내렸고, 주민들의 환대 속에 피로감이 사라졌다. 그들의 표정도 맑고 밝은 미소와 반짝이는 눈빛 속에서 내일의 베트남을 엿볼 수 있었다.

 봉사일정이 AFC U23 축구경기가 이웃나라 태국에서 진행되고 있어 베트남과 요르단의 축구경기를 핸드폰으로 중계방송을 보는 젊은이들의 모습에서 박항서 감독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찌하여 그들은 박 감독에게 열광하는 것일까? 소 그들이 엄지를 치켜세우는 이유를 나름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엄지척에 하루 분량 비타민C 와 다이돌핀이 샘솟는 것 같았다. 저녁 식사 후 담임목사께서 오늘의 감사와 노고에 과일로 섬긴다는 말씀에 선교사님을 비롯한 일행은 주변 야시장을 방문하여 각종 열대과일을 맛보는 시간을 가졌다. 눈에 들어오는 과일마다 저 과일은 무슨 맛일까? 이것저것 다 맛보고 싶었다.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맛을 즐기고 있었다. 여러 가지 과일을 맛보니 신선하고 입이 즐거웠다. 내심 과일값도 걱정이 됐지만 시원한 메콩강 밤바람을 맞으며 달콤한 즐거움과 웃음소리가 주변 바이클 소리를 압도하는 모습에서 내일의 일정도 주님의 동행과 역사하심 속에 모든 것을 맡기고 오늘보다 더욱 내일을 약속하는 기도 속에 첫날의 봉사 일정이 마무리 되었다.

 

                                                                                        (2020.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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