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사랑

2020.02.04 13:41

김용권 조회 수:3

나눔과 사랑

-베트남 호찌민 벤째성 의료봉사 ②-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수요반 김용권

 

 

 아침해는 한국보다 두 시간의 시차로 늦게 떠오른다. 오늘도 어제와 같이 아침 경건 예배와 조식 뒤 바쁘게 버스에 올랐다. 오늘은 의료봉사 2일차로 모까이 남면 안탄동면 보건소로 갔다.

 보건소 앞마당에 의료봉사 현수막을 설치하고, 의료상자를 팀별로 분류하는데 어제와는 사뭇 다르게 스스로 잘 챙기며 진행되었다. 전날보다 진료준비가 신속했다. 팀별로 짧은 기도속에 진료가 시작되었다. 현지 보건소직원들이 접수팀에서 활동을 하여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 접수팀을 도와주는 직원들은 젊은 미인들로 구성되었다. 그중 한 분은 24세이며 아이가 있다고 했다. 또 한 분은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지, 연애인을 좋아하는지 핸드폰을 보여주는데, 보여주는 사진마다 나는 알 수 없는 아이돌들이었다. 나는 솔직히 한국 아이돌인지, 베트남 아이돌인지 분간도 못했다.

 오늘 아침날씨는 어제와 비슷하게 섭씨 24도였지만 한낮은 34도까지 오르며 가슴과 등에서 땀이 흘렀다. 간간히 냉커피와 사탕수수음료로 무더위를 달래지만 대원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도 이국문화를 접하며 맛깔나는 대화 속에  열심히 봉사를 하고 있다. 저 멀리서 화보을 담당하는 서ㅇㅇ 집사님의 카메라 소리도 요란스러웠다.

 

  어느덧 오전 진료가 끝나고 점심은 한국식 쌀국수가 나왔다. 현지 직원들도 한국식 국수로 점심을 같이했다. 그들의 국수와는 다를 텐데 뜨거운 국수를 입으로 후후 불어가면서 후루룩거리는 소리로 보아 그들의 입에도 잘 맞는 듯싶었다. 다행이었다. 한편에서는 선물로 받은 과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늘도 과일을 맛있게 먹고 잠시 쉬는 시간에 주변 마을을 둘러보았다. 보건소 건너편에 이발소 같아 보이는 곳으로 일행 중 넉살 좋은 정ㅇㅇ 집사님이 그 집을 방문하여 사진도 촬영하고 과일도 받아왔다. 청년대원들은 마을 저만치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 들려 빙과류를 입에 물고 나왔다. 그런 모습을 보니 내가 어렸을 때 여름철 아이스께끼를 빨아먹던 모습이 떠올랐다. 어느 집 에는 병아리가 상자에 가득했다. 삐약거리는 병아리를 보니 옛날 봄이 되면 시장에서 병아리를 여러 마리 사다가 상자 안에서 기르다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닭장에  넣어 기르던 일들이 떠올랐다. 현지 주민들의 삶이 우리의 70년대 초반 생활상과 비슷했다. 오후 진료가 시작되자 어느 곳에서 오시는지 순식간에 많은 환자로 분주했다. 마을 주변에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지 않았는데 말이다.

 무더운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긴 옷에 목 단추까지 채우고 오시는 분들이 많았다. 예를 갖추는 것인지, 몸이 불편해서인지, 표정들은 진지했다. 어느 분은 화장도 하신 듯, 목걸이를 하신 분도 있었다. 멋쟁이 할아버지도 계시는 것으로 보아 이 마을은 어제 봉사한 마을보다 부유층 마을인 듯했다. 옷 모양새를 보아 빈부의 차이를 간접적이나마 엿 볼 수 있었다. 전날과 같이 예정대로 목사님을 비롯한 몇몇 분들이 집짓기행사에 참여하고 돌아오니 쌀 나눔 행사가 준비 중이었다. 늦게 오시는 환자분들로 인해 끝냈던 진료를 황급히 다시 마련하는 일이 발생했지만 누구나 반기는 모습에 오히려 베트남 직원들이 감사인사를 했다. 앞마당에 쌀가마니가 수북히 준비되었다. 행사가 진행되고, 선물을 증정하니 답례로 열대과일을 주었다. 내일 점심때도 입이 즐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의료봉사 일정 중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인기행사인 쌀을 일일이 나누어주고 모든 행사가 끝나자 버스가 도착했다. 이들은 저마다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아내와 나도 접수를 도와줬던 젊은 분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호텔에 돌아와 저녁을 하고 난 뒤 장로님께서 열대과일을 섬기신다하여 우리는 메콩강변에서 기다리고, 몇 분이 야시장에 가서 여러 종류의 열대과일들을 사오셨다. 어제의 과일도 맛이 있었는데 오늘은 과일을 당도별로 맛을 보니 어제 보다도 더 맛이 있었다. 그 많던 과일들이 순식간에 없어졌다. 배부르고 따뜻하면 행복이 넘치는 것인지라 호텔 잠자리가 편안했다.

 

                                                             (2020.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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