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임 섬

2020.02.05 23:30

김창임 조회 수:0

창임 섬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김창임

 

 

 

  창임 섬아, 잘 있었니?  

  나는 나의 섬이 잘 있는지 알고 싶어 자주 그곳에 가본다. 바로 내장산 자락에는 맑고 아름다운 호수가 있다. 그곳의 호수 가장자리에 앉아서 보면 왼쪽에 자그마하게 산을 이루고 있다. 그 이름은 남편이 꼭 나처럼 귀엽고 아담하다며 '나의 섬'이라고 이름을 지어 주었다. 드라이브할 때면 꼭 그곳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한참 동안 앉아서 그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하기도 한다.

  나는 처음에 그곳은 들어갈 수 없는 곳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가뭄이 심하게 들었다. 그곳이 물이 말라 길이 열렸다. 그곳에 들어가기 좋았다. 내 예상대로 사람은커녕 동물도 없고 그저 산새들만 섬을 지키고 있었다. 식물은 진달래, 개나리, 버드나무, 철쭉, 소나무가 상당히 있었다. 산길 밑에는 질경이, 쑥, 냉이와 강아지풀이 옹기종기 모여서 그나마 나를 반겨주었다. 파란 하늘을 보니 흰 구름도 씩 웃으며 지나갔다. 그 산 규모로 봐서 100년쯤 전에 생긴 것 같다. 맑은 호수에는 버드나무 그림자가 있어서 나의 눈은 그쪽을 자세히 보게 된다. 길바닥에는 곤충인 개미만 자기 집인 양 부지런히 소풍을 가고 있었다.

 

  호수공원에 세워진 전봉준 장군 동상과 물속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오리떼가 '창임 섬'을 지키고 있었다. 오리는 먹이를 찾아 줄을 지어 어디론가 헤엄쳐 다녔다. 물 밖으로 나타났다가 물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물속에서 먹이를 구하고 있겠지 싶다. 처음에는 일곱 마리였는데 다섯 마리만 있으면 이상했다. 그 두 마리가 어디로 갔지호수 전체를 찾아보아도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물속에서 먹이를 찾느라 그랬던 것이다.

  요사이는 그 주위에 둘레길을 만들어 놓아 사람들이 훨씬 많이 그곳을 찾는다. 나도 한 시간 정도 걷다가 중간에서 쉬면서 앞을 바라본다. 물보라가 잠잠하게 일기도 한다. 멀리서 보니 물색도 짙푸르다. 그곳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또 다른 섬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 속에는 버드나무 몇 그루만 있을 뿐이다. 아마 이쪽 버드나무에서 씨나 묘목이 떠내려가다가 그곳에서 자리를 잡은 모양이다. 창임 섬의 자손들이다. 그 버드나무 가지에는 참새들이 서로 마주 보고 대화를 하는 것 같다. 서로 알 수 없는 대화가 오간다. 귀엽기 짝이 없다.

 

  그곳은 한 폭의 동양화처럼 아름다웠다. 사진 예술가들에게 이미 멋을 한껏 뽐내었나 싶다. 아니면 화가들에게 모델을 서준 곳이었을 것 같다. 어느 날 홍수가 심하게 났었다. 우리 자식섬이 숨어버렸다. 얼마 후에 가보니 가지에 지푸라기나 휴짓조각이 걸려있었다. 괴롭지만 그나마 다시 엄마섬을 볼 수 있다고 안심하는 듯 보였다. 아마 그곳도 먼 훗날에는 창임, 섬처럼 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랄 것이다. 그러면 우리 손자 손녀들이 우리 할머니 섬이라며 즐거워할 것이다. 그곳에 멋진 펜션을 지어 우리 가족 모두 가서 그곳의 오리와 새들과 같이 노래하고 춤추며 즐겁게 놀고 싶다.

 

  때로는 그곳에서 보물찾기 놀이도 한다면 우리 손자 손녀가 아주 좋아할 것 같다. 가장 중요한 먹거리는 도시락과 간식을 가져와 벤치에서 맛있게 먹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곳에 보트를 설치하면 좋겠다. 보트를 손자 손녀들과 타고 물살을 가르면서 호수의 둘레를 빙빙 돌고 싶다크게 소리를 질러본다. 오리도 태워준다. 사진도 찰칵한다. 우선 급한 것은 벤치다. 중간마다 벤치 몇 개라도 설치하면 좋으리라. 그 변두리에 금계국이나 코스모스, 구절초를 잔뜩 심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곳은 철 따라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선물할 것이다. 향기 또한 매우 좋아 사람들이 그 향기에 취하게 되리라. 사람들은 그곳을 멀리서 보면 가고픈 꽃 섬이라 칭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관광수입도 올리고, 덤으로 나의 섬인 ‘창임 섬’도 유명해지지 않겠는가?

                                                (2020.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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