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을 수만 있어도

2020.02.27 23:18

김길남 조회 수:2

걸을 수만 있어도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길남

 

 

 

 건강할 때는 성한 몸의 고마움을 모른다. 손톱 밑에 가시가 끼어 봐야 손가락의 고마움을 안다. 잘 걸을 때는 다리의 소중함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어려서부터 걸어왔기에 항상 걸을 수 있는 것으로 안다. 늘 숨을 쉬면서도 공기의 귀함을 모르는 것과 같다. 항상 있는 것은 의식하지 못하기에 그런 것이다.

 작년 11월에 건강에 위기가 왔다. 10월부터 허리가 아파 파스를 붙이기도 하고 부황을 뜨기도 했다. 찜질도 하고 안마도 했으나 별 효험이 없었다. 그래도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다 11월 초에 사촌 동생이 감을 가져가라하여 차를 몰고 가서 가져왔다. 쌀 포대에 담아 주어 무거웠지만 세 포대를 싣고 왔다. 너무 많아 아들 딸네 집에도 택배로 보냈다. 좀 무거웠지만 들고 가서 택배로 부쳤다. 허리를 너무 써서 그러는지 고장이 났다. 엉덩이가 몹시 아팠다. 병원에 갔더니 좌골신경통으로 진단을 내렸다. 주사를 맞고 약을 먹으니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다. 그런데 또 김장을 한다고 무를 사와 또 들게 되어 허리와 엉덩이가 더 아팠다.

 11월말경에는 약을 먹어도 낫지 않고 허리, 엉덩이, 다리, 발바닥까지 저리고 아팠다. 심할 때는 앉아도 아프고 서도 아프고 누워도 아팠다.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렇게 아플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 것 같기도 했다. 다시 병원에 가니 허리디스크 중세라고 CT를 찍어보자고 했다. 결과는 허리디스크였다. 45번 사이가 심하게 나왔다고 했다. 공식명칭은 추간판탈출증이다. 이 진단을 받고 놀랐다. 이제 나의 건강은 끝이 났구나 했다. 움직이지 못하고 고생만 할 것을 생각하니 앞이 캄캄했다.

  그 병원에서 통증을 완화하는 약을 먹고 3주간 견인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약기운이 떨어지면 다시 아팠다. 3주일이나 치료해도 낫지 않으니 이대로 치료해서는 되지 않겠다는 판단을 했다. 병원을 바꿔 통증크리닉으로 갔다. 아내도 나와 비슷한 증세로 치료해서 나아지는 병원이었다. 아픈 곳에 주사를 놓는 치료다. 진통제가 아니고 막힌 신경 길을 뚫어주는 치료다. 주사약이 들어갈 때는 뻐근한 느낌이 들었다. 한 번 맞았는데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먼저 갔던 병원에서 처방 받은 진통제를 점점 줄였다. 2주일째부터는 약을 먹지 않아도 되었다. 3주째는 주사약이 조금 통했다고 하더니 4주째는 완전히 통했다며 2주일 뒤에 오라고 했다. 마지막 다섯 번 주사를 맞고 완전히 통했으니 그만 오라고 했다. 어찌 고맙던지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나왔다. 꽉 막혔던 앞길이 열리는 것 같았다.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 뒤에 아들이 사다준 찜질기로 하루에 3회 찜질을 하고 조심하니까 완전히 나아간다. 아직도 엉덩이 쪽에 이상한 느낌이 있지만 생활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등산도 하고 그동안 중지했던 도인체조도 하고 있다. 그래도 허리에 충격을 주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어서는 아니 된다. 오늘도 친구들과 등산을 가기로 했는데 눈이 많이 와서 미끄러워 포기했다. 만약 미끄러져 허리를 삐끗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허리 디스크로 아픈 넉 달은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책도 읽을 수 없었고 수필 한 편 쓸 마음도 없었다. 몇 십 년 계속했던 도인체조도 못하고 등산도 못했다. 산 것이 산 것이 아니고 죽은 몸이나 같았다. 아픔을 참고 모임에 겨우 참석하는 정도였다.

 이번 허리 아픈 일로 건강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챙길 일이다. 아픈 뒤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 미리미리 예방해야지 고장이 나면 속수무책이다. 내가 아파 못 걸을 때 가장 부러운 것이 걷는 일이었다. 바른 자세로 걷는 사람이 몹시 부러웠다. 이제 다시는 고장나지 않도록 아주 조심하며 살아가려 한다.

                                                         (2020.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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