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에게 휘말리며 사는 사람들

2020.09.30 23:05

이인철 조회 수:1

5. 정치인에게 휘말리며 사는 사람들

    이인철

 

   

 

  고교야구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1976년 어느날,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야구의 명문 대구상고와 신생 군산상고가 맞불었다. 이날 대구시내 거리는 TV앞마다 시민들로 북적였다. 결국 1대 0으로 대구상고가 패하자 여기저기서 아쉬운 탄식소리가 터져나왔다. 통금이 있던 시절, 이날 밤 대구시내 밤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아쉬움이 가득한 시민들로 술집마다 문전성시를 이뤘다.그런데 술에 취한 일부 시민들이 전라도를 비하하는 얘기도 서슴치 않았다. 경상도 말에 익숙치 않았던 나는 슬며시 자리를 떠 하숙집에서 홀로 술잔을 기울였다.

 당시 모든 영화나 드라마는 깡패나 사기꾼 등 나쁜 역할은 전라도 몫이었고, 경상도는 의리의 사나이로 통하던 때였다. 이런 선입견으로 하숙생활에도 적지않은 불편을 겪었다. 지금도 선거때마다 되풀이되는 지역감정은 오히려 해가 갈수록 더욱 기승을 부리며 좀처럼 꺽일 줄 모른다. 대통령 선거일이면 마치 전라도와 경상도가 서로 눈치를 보듯 투표율 경쟁이다. 양 지역의 투표율이 실시간 공개될 때마다 현장에서는 각종 유언비어가 난무하면서 서로 투표율 앞지르기에 안간힘을 쏟는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그날밤 한국의 밤거리는 그야말로 승자와 패자로 나뉘어 광란의 밤을 연출한다. 어느쪽은 축배의 잔을, 어느쪽은 앞으로 5년간 죽어 지내자는 푸념도 서슴치 않는다. 언제까지 반쪽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인가?

 이런 현상은 퇴임후에도 마찬가지다. 재임기간 각종 비리와 부정행위로 재판을 받는 중에도 계속된다. 재판정 입구는 분노한 이들 열성 추종자들로 북적인다. 그러다 보니 죄를 뉘우치는 모습은 볼 수 없고 오히려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화답하는 등 인기연예인을 방불케 한다. 그들은 모든 비위사실이 한낯 정치공작에 불과할 뿐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래서 지금도 선거때가 되면 편가르기가 극성인가 보다. 자신들의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때론 어려울 때  그들을 여론의 방패막이로 가능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해방후 70년이 지났지만 그게 달라지지 않는 한국의 정치행태다. 선거때마다 기승을 부리는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폭언들, 역사의식마저 부인하는 망언들, 이를 통제하자는 법안들이 수없이 논의돼 왔지만 매번 유야무야로 끝나고 만다. 국민들은 한 평생을 적대감만 키워가며 안타까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결국은 정치인들의 밥그릇 싸움에 불과할 뿐인데도 선거때마다 되풀이되는 인물을 뽑자는 공약을 꼼꼼이 살피자는 선거캠페인은 오늘도 공허한 메아리로 그치는 게 아닐까?

 용산참사 5주기 집회에서 유족들이 울부짓던 "나쁜 짓을 하고도 더 잘 먹고 잘 사는 세상." 그러기에 왜곡된 진실이 가려지지 않도록 각 분야에서 고군분투하는 시민단체의 모습이 떠오른다.

 사회제도나 법적 그늘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이젠 시민들이 직접 나서야 할 때인가 보다.  

                                                                        (2020.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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