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방이라는 개념

2020.10.03 23:27

이인철 조회 수:6

9. 우방이라는 개념

    이인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오스카상 4개 부문을 휩쓴 쾌거를 이루는 순간, 온 국민은 감동의 순간을 만끽했었다.  오스카상은 철저한 백인위주의 수상을 자랑하는데다 처음으로 변방인 한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작품상까지 휩쓸면서 한국 영화예술의 대단함을 세계에 알린 쾌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상의 기쁨도 채 가시기 전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상을 못마땅하게 평가하면서 한국은 무역관계에서도 우리와 좋은 관계가 아니라고 일침을 놓았다. 가뜩이나 터무니 없는 방위비를 요구하면서 한국 협상팀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터에 이런 발언이 계속되면서 우방이란 개념을 다시금 생각케 했다.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가 우호적인 관계일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  청와대에서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통일에대한 집념을 말하면서 삼팔선의 정의를 당시 강대국들이 땅 따먹기식으로 그어논 선이 지금도 우리 통일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지금까지 자립도 못하는 국방력에 대한 처지를 통렬히 비판했다. 그 자리에는 보수신문들이 쭉 지켜보고 있었다. 아, 내일이면 상당히 시끄럽겠구나 생각하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그자리를 빠져 나왔다. 아닌 게 아니라  상당기간 시끄러웠다. 미국을 무시하느니,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주느니, 국가안보에 구멍이 뚫리는 것 아니냐는 등. 이를 빌미로 결국 대통령 탄핵사건으로까지 이어졌다.

 미국은 또 한미FTA를 들고 나와 불공정한 협의라며 다시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상당 부문에서 우리나라가 불리한 협상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또 미국과 대립관계에 있는 나라들과의 수출입조차 우방이란 명분으로 통제할 움직임이다. 이란에서 수입하는 원유값이 불안정하고 상대국과의 교역이 타격을 받으면서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도 엄청나게 커질 것이 우려되지만 아무런 보상책임도 없이 고스란히 피해는 우리나라 몫이다.  더구나  최근 방위비협상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6조 달러를 계속 동의하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빼내라고 지시했다는 말까지 보도되면서 더욱 우리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앞으로도 수많은 난제들이 우방이란 명목으로 우리앞을 가로막고 있다.

 코로나 사태에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언제 또다른  선택을 우리에게 요구할지 모를 기로에 서 있다. 물론 미국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우방에 대한 일련의 정책들에 비판도 많다. 결국 우방을 잃게되면 미국의 고립을 자초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를 다시금 생각케하는 것은 왜 우방에 대해 그토록 매달려야만 하는가 하는 문제다. 해방후 7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제나라조차 지키지 못하고 매년 엄청난 방위비를 지불해야만 하는가? 도대체 자립이란 것은 어떤 것인지, 우방이란 개념을 다시 한 번 음미해 보면서 더욱더 허리띠를 졸라맬 때가 아닌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2020.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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