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 역전

2020.10.02 14:51

정남숙 조회 수:4

나의 인생 역정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정남숙

 

 

 

  ‘숭고한 정신, 우애’

 내가 좋아하는 많은 봄꽃 중 목련의 꽃말이다목련을 좋아하는 이유는 꽃말도 좋거니와, 겨우내 눈보라 속 봉오리를 품고 새봄이 오기를 기다리다 앙상한 나무에 잎보다 먼저 탐스러운 꽃을 피우는 봄꽃 중 으뜸이라 칭하는 목련을 닮고 싶어서이다. 목련꽃 같은 그 사람이 내가 되고 싶은 바람이다. 내가 살아온 나의 인생역정(人生)을 반추해 본다.

 

 ‘자존감을 갖고 살았다.’ 나는 태어나서부터 ‘예쁘다’는 소리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하고 자랐다. 엄마가 예뻤고 엄마를 닮은 언니는 여성스러운데, 나는 아빠를 닮아 남자답게 태어났고 자신도 예쁘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에, 예쁜 척하지 않고 내 개성을 살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최선을 다하여, 인정을 받고 사랑받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어려서부터 예쁘다는 말보다 영특하다는 말과 무엇을 해도 잘한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다. 공부를 잘 한다는 말을 들어도 아빠를 닮았으니까 당연하다 여겼고, 지혜롭다 칭찬해도 역시 천재소리를 들으셨던 아빠를 떠올렸다. 아빠와 같이 훌륭하고 남에게 인정받고 존경받는 사람이 되려고 언제나 내 우상은 아빠였고, 아빠를 더 닮고 싶었다.  

  ‘욕심 없는 내조의 여왕이었다.’ 우리부부는 외면적으로는 성()이 바뀐 듯했다그러나 어려서부터 돈이란 제게 주어진 만큼만 쓰면 되는 것이라 생각하면서 달리 욕심낼 줄 몰랐다, 결혼해서도 남편의 수입한도 내에서 규모 있는 살림에 재미를 붙이며, 남편의 성실성을 도와 작정된 계획에 맞춰 욕심 없이 살아 제 구실을 다했다. 남편이 한 지아비로서 보호본능을 충족시키며 긍지를 가지고, 살맛나는 인생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가장의 위치와 권위를 살려주며, 이불속 송사로 밖에서 남편이 기를 펴고 자신의 위엄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아내, 그리하여 남보다 일찍 자가용을 소유하게 했으며, 30대 후반에 큰 교회의 장로(長老)의 반열에 올린 내조의 여왕이었다.

 

  ‘남편의 기를 살려주는 지혜로운 아내였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그러나 남편이 하도록 맡겨둔다. 남편이 나에게 도움을 청하도록 유도(誘導)했. 콧대를 높이지 않고 큰소리로 남편을 쫄게 하지도 않았다. 어떤 경우엔 남편의 이해부족과 성급한 판단으로 가정에 찬바람이 일어도, 참고 견디는 중에 따사롭게 포용하는 오지랖이 있을 뿐이었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임을 알기에 남편을 무시하거나, 엉뚱한 일을 저지르는 어리석은 일은 아예 하지 않았다. 참을 줄 알고 양보할 줄 아는 너그러움을 지니고 있어야 했다. 우리내외는 비밀이 없었다 .속이는 일도 없었다. 맘을 터놓고 서로 믿으며 살고 있었으니 항상 협조와 양보와 이해로 잉꼬부부란 말을 듣고 살았으며 남들이 부러워하는 가정을 이룰 수 있었다.

 

  ‘자아발전을 위해 투자와 노력이 필요했다.’ 나는 항상 배움에 목말라 했다. 허황된 꿈이 아닌 나름대로 자아발전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사회교육을 통해 종교, 사회, 경제, 문화, 취미 등 많은 분야를 섭렵할 수 있었고, 전국 각처에서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홀로 명성을 드높이는 위치도 확보할 수 있었다. 30대에 산업경제대학수료와 운전면허, 40대 이후 보육교사, 사회복지상담사, 대체의학사, 60대 이후엔 부동산공인중개사, 한자1급 한자한문전문지도사1급 등, 공인된 자질과 자격도 갖추었고, 인정받는 지방자치단체 내 유관단체장으로 10여 년 동안 활동할 수 있었던 것도, 자아 발전을 위한 투자와 남편의 절대적 외조로 가능했었다. 지역에서 나의 호칭(呼稱)은 영원한 회장님이었다.

 

  ‘가족에게 인정받는 지혜로운 안주인이다.’ 천재소리를 듣고 자란 연년생 두 아들은 한 번도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도 예[yes]. 속어나 반말로 대응하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나 우리 엄마아빠가 최고라 했다. 사람이 사는 데는 의·식·주 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것들이 충족돼도 정신적인 즐거움이 없으면 스위트홈이 되지 않는다. 남편의 장점을 살려주고 인정해 줌으로서 가장의 기를 살려주며, 자녀들을 믿어줌으로서 순종하고 화목함을 유지하여 서로를 의지하며 즐거움을 느낄 때, 의식주의 부족함도 달게 참을 수 있게 된다. 가정의 실질적 지주는 남편의 신뢰를 받고 자녀들에게 존경을 받는, 슬기롭고 지혜로운 여인으로 실상은 강한 의지를 지닌 안주인이다.

 

  ‘사회봉사도 남편의 지지가 절대적이다.’ 집안에 있으면 시들시들하던 나는 현관문만 나서면 기운이 펄펄 솟구치는 외부형이다. 그러니 밖으로 더 나돈다. 지역사회는 물론 전국 지방을 싸돌아다니며 봉사를 했다. 공무적인 성격도 있지만 성격이 급하니 아무 일이나 오지랖을 펴고 끼어들기를 좋아했다. 남편은 한 술 더 떠 나를 부추겼다. 실속 없이 남의 일을 도와주라 했다. 결과는 빤해 고맙다는 인사대신 욕을 먹어도 상관없다며 그 사람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주라 했다. 지역 민원도 해결해 준다. 골목포장, 쓰레기처리. 주차위반, 인허가 등 물론 대가를 받고 한 것은 절대 아니다. 보답이라면 밥 한 끼 정도, 우리지역 경찰서 시민경찰12, 내 위치는 수석부회장, 음주운전 단속, 청소년 선도, 유해업소 단속으로 밤을 지새워도 괜찮다 했다. 나한테 관심이 없다며 투정을 부려봐도 내 동선(動線)을 알고 있기에 너그러울 수 있었나보다.  

 

  ‘가끔은 약한 척 엄살을 부려 보았다.’ 우리 가족은 남자만 넷이라 한다. 내가 여자인 것을 잊을 때가 있다. 일 년을 살고 십년을 살아도 그 흔한 고뿔 한 번 앓지 않는 건강한 난, 너무 씩씩해 남편에게 도리어 의지의 존재가 되었다. 평소 명랑하고 튼튼한 사람이 때로는 시름시름 창백한 얼굴로 남성의 보호본능을 발휘할 기회를 주며 게으름을 피워 보았다. 남편이 자원하여 청소기를 돌리고 연탄불을 갈아도 불평하지 않았고, 자신의 힘으로 연약한(?) 아내를 도우는 자기만족을 누릴 수 있어 콧노래를 부르며 기쁘게 감당하게 했다. 그러니 이런 남편이 신경 쓰지 않도록 시댁도 먼저 챙겼다.

 

 ‘절대로 바가지는 긁지 않는다.’ 친구들은 남편 모르는 딴 주머니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우리부부는 그런 것이 없다. 한 번도 속여본 적 없고 돈이 없다 바가지를 긁어보지 않았다. 돈벌이에는 재주가 없어 남편이 최선을 다하는 것을 알고, 한도 내에서 생활을 꾸리며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맞벌이를 하고 부동산투기와 거액의 계돈으로 경제권을 쥐고 중소기업의 운영자금을 좌우하며, 남성보다 월등히 많은 고액연봉의 전문직 여성들을 부러워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살림은 궁색하지 않고 아들들은 명문대를 걱정 없이 마쳤으니, 우리 정도에 맞게 넘치지도 않았지만 부족함도 없었다.

 

  부끄러운 허물도 많았음을 어찌하랴. 남편은 그 허물까지도 용납해 주었다. “세상에 태어나서 제일 잘한 것이 당신을 만난 것”이라 했다. 다시 태어나도 나와 만나겠단다. 평생 동안 콩깍지를 끼고 산 게 내 남편이다. 긴 인고(忍苦) 끝에 수명은 짧아 잠깐 동안 자태를 뽐내는 목련꽃처럼, 아주 평범함 속에 기품 있고 품위 있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화려함은 아닐지라도 초라하지 않은 의연함으로 ‘숭고한 정신, 우애’를 그려본 나만의 인생역정(人生)으로 위로받고 싶을 따름이다.

                                                                                         (2020.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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