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교육

2020.10.01 15:05

정남숙 조회 수:4

밥상머리 교육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정남숙

 

 

 

  '아이 하나 키우는 데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우리는 자주 인용한다. 아이 하나 제대로 키우기 위해 온 동네가 나서야 한다는 말인 것 같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생은 배움의 과정이라 하여 인생은 태어나면서부터 배우며 살아가는 전인교육을 말하고 있다. 아이들이 맨 먼저 접하는 가정에서 보고 느끼게 되는 가정교육 즉 ‘밥상머리 교육’을 시작으로 학교 교육과 사회교육이 연계되어 성숙한 한 인간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국립전주박물관은 우리 지역의 특성을 살려,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으로 선비문화를 재조명하여 선비박물관을 계획 중이어서 선비에 대한 특별기획전과 선비 아카데미 강좌를 개설하고 있었.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질적 풍요에 비해 인간성 상실, 정체성과 소속감 부재, 공동체 문화의 해체 등으로 인성을 잃어버리고 몸과 마음을 둘 곳 없어 방황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때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제도적 교육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도리를 깨우치는 인간 학문을 옛 성현들의 가르침 속에서 찾았으면 한다. 사람이 사람답지 못할 때 사람들은 싸가지(싹수)가 없다고 한다. 싸가지는 새싹을 말하기도 하지만 학문적으로는 4가지 즉, 네 가지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네 가지는, 인간존재의 본질인 인의예지(仁義)로서 인간에게 들어 있는 마음의 요소인 덕()을 말하한다.  

 

 선비문화 아카데미 과정 중에 ‘조선의 밥상머리 교육’이란 소제목이 있는 날이었다. 이 시간에 항상 고전이나 역사와 문화강좌에 늘 참여하는 낯익은 한 사람이 강의가 시작하기 전 나를 찾아왔다. 밥상머리 교육이 무슨 뜻이냐며 물었다. 시간이 없어 대강 설명을 해주니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하는 말이 ‘밥상을 펴놓고 그 앞에서 가르치는 공부’로 알았다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늦은 30대인 것으로 알고 있는 그의 가정 자녀교육은 어떻게 하고 있었는지 상식 부재가 놀랍기도 했다. 그러나 조선 시대의 밥상머리 교육은, 오늘날의 지식 중심의 교육만을 강조하는 현상에서,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며 시우(時雨)에 맞게 관계를 인정하는 소통의 학문으로, 도덕성 부재와 인성의 결함을 보완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인간성 학문이라 했으니 ‘조선의 밥상머리 교육’은 이 시대에 절실하게 요구된다.

 

   '선비' 하면 사전적 용어로는 학식과 덕망 있고 인격을 갖춘 조선 시대 유학자를 말한다.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지식인들로 학식은 있으나 벼슬하지 않은 사람을 이른다. 학식이 있고 행동과 예절이 바르며 의리와 원칙을 지키고 배운 것을 반드시 실천하는 인성을 가지고, 관직과 재물을 탐내지 않는 고결한 인품을 지닌 사람들을 일컫는다. 사대부(士大夫)란 벼슬에 나아간 선비를 말하는 것으로, 관료층을 나타내낸다. 사대부의 사()와 대부(大夫)를 아울러 이르는 말로 문무 양반(文武兩班)을 일반 평민층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이며, 벼슬이나 문벌이 높은 집안의 사람으로. 선비(,)+대부(大夫,관료), 로 앞의 사는 학문으로서의 선비이고, 뒤에 관료는 행정적인 실무 능력을 뜻한다고 한다. 현대의 공무원들이 사대부의 덕목을 갖춘 자들이 많았으면 한다.

 

  밥상머리 교육이 필요한 것은 사람이 태어날 때 성품은 하늘을 본받고 기질은 부모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했다. 태교(胎敎)의 중요성은 부모와 자식(父子 愛)의 원리이고, 태어나서는 사람이 사람으로서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마음을 키워주는 인성교육은 가정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아이는 태어나서 3~4세에 인격 형성이 이뤄지기 때문에, 열 달 태교도 중요하지만, 하루아침 아비의 가르침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이렇듯 인성교육의 시작은 가정에서 이뤄지며 학문에도 선() 인성, () 교육법이 조화롭게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학문은 일방적으로 가르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묻고 대답하는 가르침이며 일방적 교육과는 다르다. 밥상머리 교육이 구태의연하고 고리타분하다며 꼰대들이나 하는 방법이라고 현대인들은 말하지만, 사람의 성품은 교육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학문이기 때문이다.

 

  내가 한문 공부를 할 때, 제일 먼저 배운 것이 동몽선습(童蒙先習)과 격몽요결(擊蒙要訣)이었다. 동몽선습(童蒙先習)은 조선 시대 동몽교재 중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저술되었고, 초학 아동들이 천자문 다음 단계에서 반드시 학습하였던 대표적인 아동교육교재였다. 현종 대 이후에는 왕실에서 왕세자의 교육용으로도 활용되었다. 어리석음을 쳐내는 방법이라는 뜻이다. 학문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내 어리석음을 스스로 버리되 학문의 중요함을 새기며 배우도록 하라’는 율곡의 뜻이 담겨있는 격몽요결은, 조선 시대 대학자 율곡() 이이(李珥)(15361584) 선생이 42세 때인 선조 10(1577), 처음 글을 배우는 아동의 입문교재로 쓰기 위해 저술한 것이다. '초학(初學)이 향방을 모를 뿐 아니라, 굳은 뜻이 없이 그저 아무렇게나 이것저것 배우면 피차에 도움이 없고 도리어 남의 조롱만 사게 될까 염려하여, 간략하게 한 책을 써서 대략 마음을 세우는 것, 몸가짐을 단속하는 일, 부모를 봉양하는 법, 남을 접대하는 방법을 가르쳐, 마음을 씻고 뜻을 세워 즉시 공부에 착수하게 하기 위하여 지었다'고 서문에 밝히고 있다. 정조는 이 책이 '소학의 첫걸음'이라는 네용의 서문을 썼다.

 

  때맞춰 우리나라 서원(書院)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기념으로 서원에 대한 세미나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지정된 9개 서원의 사액전이 열렸다. 서원은 관학(官學) 교육기관과도 다르며, 또한 순 사설(私設) 교육기관인 서당(書堂)과도 다른 사림(士林) 유생들의 반관반민(半官半民)인 교육기관이다. 서원은, 선비들이 선현들을 제사하는 사당(祠堂)을 가지고 양반자제들을 교육하는 기관으로 국가로부터 토지와 노비를 받았으며, 지방 토호들의 기증에 의하여 튼튼한 경제적 기반을 갖추고 있었다. 우리나라 서원의 기원은 1543(중종 38)에 풍기군수 주세붕이, 조선의 공자라 칭함을 받던 안향(安珦)을 추념하기 위해 백운동서원을 세운 데서 비롯되었다. 그 후 각지에 많은 서원이 생겼으며, 1550(명종 5)에는 퇴계 이황()의 건의로, 임금이 백운동서원에 소수서원(紹修書院)이라는 편액을 하사하고 책․노비․토지 등을 주어 장려하였다. 사액서원(賜額書院)은 국왕이 책이나 논밭, 노비를 내려 보내고 면세의 특전까지 주던 서원을 말한다.

 

  오늘날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서당은, 고려 시대부터 조선 시대에 걸쳐서 민간 대중의 자제들을 위한 사설 교육기관이다. 서당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학과 향교에의 입학을 위한 준비기관으로, 일정 과정을 마치면 중등과정으로 진급할 수 있는데 중등교육 기관은 한양의 동·서·남·중부인 사부(四部)와 각 고을 단위로 설립된 향교(鄕校)에서 수학할 수 있다. 재학 중 솟과인 생진과(생원, 진사)에 응시할 수 있어 합격하면 최고학부인 국립대학 과정인 성균관(成均館)에 입학 자격이 주어지며, 드디어 대과에 응시할 수 있는 사회적 교육제도로 되어있었다. 서당은 실제적으로는 지방의 청소년에게 한문의 독해력을 이해시키고, 유교에 대한 초보적 지식을 이해케 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서당의 입학 자격은 신분적 제한이 없었다. 사농공상은 물론이고 천인의 자제들도 입학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서당의 학생은 7, 8세부터 15, 6세의 아동들이 그 중심이 되었으나, 때로는 20세 안팎으로부터 25세 이상이 있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우리가 배워야 할 제도적 학교 교육과 사회교육도 중요하지만, 옛 선조들의 지혜로운 인성교육이 중요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요즈음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인간성 학문의 기본이 되는 ‘밥상머리 교육’이 많은 사람들에게 요구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20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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