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소리

2007.12.06 00:26

정용진 조회 수:0

윙 윙 윙
애절하게 쌓인 민중의 한(恨)
징소리로 울려 퍼진다.
험한 세상에 태어나서
악식(惡食) 천업(賤業)으로
주름진 얼굴들
하나같이 얼룩진 흔적이다.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절망하고
때로는 눈물지으며
갖은 고비 길을 넘느라
해진 옷자락과
굽은 허리로 엮은 삶
외진골목을 굽이돌며
목 메이는 징소리.

꽹과리와 북, 장구의
합창이 아니었다면
어찌 그 멀고 긴 험로를
헤치고 나왔으랴
지난 세월이 꿈결같구나.

애절한 여운이
벌을 지나고 강을 건너
산마루에 부딪친다.

민중의 애달픈 한(恨)이여
상록수로자라
후손들의 푸른 꿈으로 영글거라.
윙 윙 윙
이 저녁에도
가슴을 파고드는 슬픈 징소리.

한여름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듯
구절구절이 갈라진
아픔의 틈새로
소낙비 스며들듯
헐고 빈 가슴을
가득히 채우거라.


윙 윙 윙
저문 하늘 빈 가슴을
민중의 가난한 염원
갈구하는 외침으로
징소리가 울린다.

왜정의 칼날 앞에
지도자들의 못난 길안내에
종처럼 살다 가신
우리들의 아버지!
저들의 숨결로

윙 윙 윙
징소리가 이 저녁에도
온 강산에 메아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