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륜
2008.02.10 14:27
어제 하얗게 칠한 담장 밑에
벌써 초록 이파라기 하나 담장을 올려다본다.
전에 올라오지 못하도록 잘라 버린
호박 넝쿨이 슬며시 고개 들고
나팔꽃도 가만히 호박꽃 넝쿨 옆에 기대여 있다
하얗게 채색한 햇빛 줄기를 타고
힘차게 올라오던 오후 한낮
호박 넝쿨인지 나팔꽃인지 더불어 살자고
배배 꼬여서 올라온다.
이민 와서 고향의 하늘을 이고 있으면서
뿌리박으려고 낫선 옷을 입고 살던 집
달빛이 휘영청 뜨면 고향 뒷동산에 가고
낮에는 그를 닮아 가려고 엉키어 살아갔다
하얀 모습인지, 붉은 모습인지 엉거주춤 하게
뻗어 가던 넝쿨들
거기 내 삶이 하얀 벽을 타고 오르고 있었다.
무수하게 박힌 옹이들이 있다
굵게 패인 연륜이 박히어 있다
2,9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619 | 샤워를 하다가 | 박정순 | 2008.12.16 | 1 |
4618 | 양란(洋蘭) 앞에서 | 이용애 | 2008.10.26 | 0 |
4617 | 삶이란 | 성백군 | 2009.04.13 | 0 |
4616 | 大哭 崇禮門 燒失 | 정용진 | 2008.02.14 | 4 |
4615 | 사랑에게 | 박정순 | 2008.02.13 | 7 |
4614 | 마지막 | 안경라 | 2008.02.13 | 6 |
4613 | 신호등 | 정국희 | 2008.02.13 | 7 |
4612 |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데 | 정국희 | 2008.02.13 | 4 |
4611 | 하얀 국화들의 눈물은 | 정문선 | 2008.02.12 | 8 |
4610 | 초월심리학과 정신이상 | 박성춘 | 2008.02.11 | 6 |
4609 | 눈치우는 풍경 | 강성재 | 2008.02.11 | 9 |
4608 | 기역자 속에 숨어 있는 것 | 안경라 | 2008.02.11 | 5 |
» | 연륜 | 김사빈 | 2008.02.10 | 7 |
4606 | 잠 못 이룬 밤에 뒤적인 책들 | 이승하 | 2008.02.10 | 8 |
4605 | 불타는 남대문 | 오영근 | 2008.02.13 | 5 |
4604 | 유년의 꿈 | 권태성 | 2008.02.13 | 5 |
4603 | 사회자 필요하세요? | 노기제 | 2008.02.10 | 4 |
4602 | 12월 | 정국희 | 2008.02.09 | 6 |
4601 | 한국에서2 | 정국희 | 2008.02.09 | 5 |
4600 | 한국에서 | 정국희 | 2008.02.09 |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