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 -1-
2008.02.26 04:03
삼월-1-
저 나무는 당신을 닮았다
봄도 감당 못하는 삼월을
눈썹 하나 까딱않고 지나가고 있는 거며
혁명이다, 혁명이다 외치며 눈 마구 부릅뜨는 무리와
시뻘건 대낮에도 아랑곳 없이 허벅지 깊은 안쪽
수밀도 속살 마구 드러내는 저것들 사이에서
냉소하듯 바라보고 서있는 거며
당신, 나 처음 만났을 때
몸달아 오른 것은 내가 아니고 당신이 였을텐데
여름 가고 가을 가고 겨울 가고 다시 봄이 와
기다림에 피 흘리며 쓰러진 건 나, 손도 안 끌어준 건 당신
머리 위론 몇 번이고 구름의 식탁이 차려지고 비가 내렸고
바람이 나무를 흔들었고 당신을 지나갔지
삼월의 끝,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유난히 환했다
수천 수 만개의 햇불 켜 든 저 나무아래 당신이 서 있었다
온 몸이 낚시 바늘인 당신
온 몸이 투망인 당신
밤이 깊어 갈수록 햇불에 눈이 부셔 꼼짝할 수 없었다
꼭 닮았다
저 나무는 당신을 닮았다
봄도 감당 못하는 삼월을
눈썹 하나 까딱않고 지나가고 있는 거며
혁명이다, 혁명이다 외치며 눈 마구 부릅뜨는 무리와
시뻘건 대낮에도 아랑곳 없이 허벅지 깊은 안쪽
수밀도 속살 마구 드러내는 저것들 사이에서
냉소하듯 바라보고 서있는 거며
당신, 나 처음 만났을 때
몸달아 오른 것은 내가 아니고 당신이 였을텐데
여름 가고 가을 가고 겨울 가고 다시 봄이 와
기다림에 피 흘리며 쓰러진 건 나, 손도 안 끌어준 건 당신
머리 위론 몇 번이고 구름의 식탁이 차려지고 비가 내렸고
바람이 나무를 흔들었고 당신을 지나갔지
삼월의 끝,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유난히 환했다
수천 수 만개의 햇불 켜 든 저 나무아래 당신이 서 있었다
온 몸이 낚시 바늘인 당신
온 몸이 투망인 당신
밤이 깊어 갈수록 햇불에 눈이 부셔 꼼짝할 수 없었다
꼭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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