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택시와 이름 "저는 미국 LA에사는 방문객입니다. 스위스에 사는 질녀 내외와 서울에서 만나 2주 동안 가족을 방문하고 있는 여행자입니다. 그 날은 부여 박물관을 가기위해 목요일 아침, 남부고속 터미널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가족의 도움으로 집으로 온 <친절 콜> 택시를 타게는 되었는데 밀리는 차량으로 길을 모르는 나는 약간 조급해 졌고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습니다. 혹시 저 쪽 길이 더 빠르지 않을까 계산하며 겉으로는 내색 않고 태연 하려했습니다. 약속에 늦을 세라 급하게 나오는 터에 물병도 못가지고 나오는 길이었거든요. 포켓에 있는 약을 만지작만지작하면서 물 없이 먹어 말어 하며 갈등하고 있는데 운전석 옆에 물병이 2개나 놓여 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거스름돈을 안 받고 팁을 후하게 주면 되려나 이런 저런 궁리 끝에 용기를 내어 "기사님 물 한 모금만 얻어 마실 수 있어요?" "약을 먹어야 하거든요." "그럼요. 흔쾌한 대답에 이가 시리도록 시원한 새 물병을 내밀어주어 약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알이 그만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발 놓는 메트 위를 아무리 찾아도 안보여 단념하며 약속시간에 닿으려 그냥 내렸습니다. 다음에 타는 손님이 밟으면 부서져 약가루가 깨끗한 바닥을 더럽힐게 뻔했기에 속으로 좀 미안했습니다. “밟히면 지저분해질 텐데 주워 버리세요, 항암약이거든요." 한 마디 뒤로 남기고 내렸습니다. 올케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고모, 먹는 약이 무슨 약이야? <친절 콜 택시>기사가 약을 가져 오겠데, 연락 해주기로 했거든." "한 알 쯤이야 하루걸러도 별일 있을려고? 괜찮겠지 뭐, 그렇게 전해 줘,” 하고 전화 말을 끊었습니다. 아직도 시간이 좀 남아있어 매무새를 고치고 화장실에서 들렸다 나오면서 질녀를 찾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 때 어떤 남자분이 웃으며 다가오기에 경계의 매무새로 시선을 똑바로 하고 앞만 보고 걸어가는데 내 앞을 가로 막는 손바닥 하나, 거기에는 조금 전에 잃어버렸던 켑술 약 한 알이 놓여있었습니다. 눈물이 핑, 세상에 이런 분도 있구나, 바쁜 시간일 터인데 차를 근처 어디엔가 세워놓고 약 한 알을 들고 약 주인을 찾아 터미널 안에까지 들어와 부여 고속버스가 출발 전인 것을 확인하고 약주인을 찾아다니다가 화장실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고 됬다 싶어 웃으며 다가왔는데 저는 고슴도치처럼 경계의 털을 곤두세웠으니 많이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는 약을 삼키며 그 기사님의 따스한 마음을 삼켰습니다. 고마웠습니다. 그 기사님 이름이 <김종민> - "영주야, 너 지금 어디쯤 왔어? 난 다 왔는데...이모는 오늘 기분이 좋구나, 이 택시 기사님 이름이 종민원장과 똑 같다" 택시를 타고나서 부여 동행하는 질녀가 어디쯤 왔는지 나눈 전화 통화였습니다. 조카 김종민 <밝은 성모 안과병원> 원장 이름과 동명이인이었기에 기억에 선명하게 박히게 된 것이었습니다. 종민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은 내 조카처럼 다 착한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에 그 기사님 이름이 잊혀지지 않았고 그 배려하는 마음이 내 가슴에 오래 남아 서울방문이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습니다. 남을 배려하는 김종민 기사님, 오래 오래 건강하시어 서울 시민의 발이 되고 행복 배달부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3천 궁녀의 낙화암, 백마강, 금강, 인삼공사 관광, 부여국립박물관 관람, 위용있는 고도의 전통과 문화에의 감격이 내 뇌리에 아름답게 입력되었다. 고층 건물이 없는 고도 부여의 자존심은 깎아 놓은 알밤 같았다. 거부감 없이 잔잔한 감동의 강물이 구비 구비 내 몸을 관통하며 흘러가고 있었다. 그날 밤 인간관계에서 오는 이 잔잔한 감동을 어쩌지 못해 올케에게 다 털어놓았더니 친철 콜 택시 인터넷에 들어가 <칭찬합시다> 코너에 글 한 줄 남기라며, 짧고 간결하게, 올케의 말이었다. 그런 글 올리면 읽는 모두에게 격려가 되고 밝은 이웃, 밝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펜을 잡아들었다. 예의 바름과 친절을 우선으로 훈련시킨 <친절 콜> 택시 회사 당국, 수도 없이 많은 김종민기사님들이 배출되도록 동기 부여하는 기업관리 정신에 힘찬 박수를 보냈다. 회사이름에 부응되는 기업정신이 직원에게 배어있는 게 여간 고맙게 여겨지지 않았다. 누구나 이름 석자가 있다. 알게 모르게 조그마한 선행 하나라도 하면 자존감에 기쁘다. 이름이 있기 때문에 이름에 걸 맞는 인품으로, 이름에 부합되는 삶을 살고저하는 게 우리 인간의 기본성정이 아닐까싶다. 서울을 다녀온 그 이후 내 이름을 찬찬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주머니 없는 수의를 생각해보면 마지막 순간에 가지고 갈 것이 무엇이 있는가. 죽은 다음에 남기는 게 이름밖에 더 있겠는가, 털도 없고 가죽도 없으니... 김영교 미주문협 부회장 이사 국제 펜 한국본부회원 수필집 <길 위에서>외 다수 모짜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제3번 G장조 K216
Violin Anne-Sophie Mutte
제1악장 Alleg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