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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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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란
나는 벽처럼 서 있어요. 먹거리들은 곁눈질 하나 없이 수직으로 나를 관통하죠. 입 속의 치석으로 혹은 항문 근처에 난산의 흔적을 새겨놓은 헤모로이드의 돌기로 남아있기도 하지만요.
나는 건물처럼 서 있어요. 직립의 나를 사선으로 혹은 수평으로 관통해가는 세월은 엉성하게 스쳐도 늘이고 찢고 탈색시켜 군중 속을 빠져나왔을 때 들치기로 사라진 지갑처럼 뒤통수 멍해질 때까지 뇌관을 흐르고 있죠.
새끼손가락만한 USB에 남아 있는 하, 사진 몇 장의 세월이 반평생 출사의 흔적이라니 핼쓱한 미소가 다중반사로 원형의 상을 맺은 곡두같은 낯짝, 번개무늬 창살에 걸어둔 맺음눈 속에 벽처럼 건물처럼 서 있는 저 낯익은 얼굴 하나.
 2009-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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