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냐 고시인과 함께 하는 문학산책 6월 6일의 시 (산양-이 건청)
2009.06.11 07:15
아버지의 등뒤에 벼랑이
보인다. 아니, 아버지는
> > 안 보이고 벼랑만 보인다.
> >
> > 요즘엔 선연히 보인다. 옛날, 나는
> 아버지가
> > 산인 줄 알았다.
> >
> > 차령산맥이거나 낭림산맥인 줄
> > 알았다. 장대한 능선들
> > 모두가 아버지인 줄 알았다.
> >
> >
> > 그때 나는 생각했었다.
> >
> > 푸른 이끼를 스쳐간 그 산의
> > 물이 흐르고 흘러, 바다에
> > 닿는 것이라고,
> >
> >
> > 수평선에 해가 뜨고 하늘도
> > 열리는 것이라고.
> >
> > 그때 나는 뒷짐 지고 아버지
> > 뒤를 따라갔었다.
> >
> > 아버지가 아들인 내가 밟아야 할
> > 비탈들을 앞장서 가시면서 당신 몸으로
> >
> >
> > 끌어안아 들이고 있는 걸
> > 몰랐다. 아들의 비탈들을
> > 모두 끌어안은 채,
> >
> >
> > 까마득한 벼랑으로 쫓기고 계신
> > 걸 나는 몰랐었다.
> >
> > 나 이제 늙은 짐승 되어 힘겨운
> > 벼랑에 서서 뒤돌아보니 뒷짐 지고 내
> > 뒤를
> >
> > 따르는 낯익은 얼굴 하나
> > 보인다.
> >
> > 아버지의 이름으로 쫓기고 쫓겨
> > 까마득한 벼랑으로 접어드는 내 뒤에
> >
> > 또 한 마리
> > 산양이
> > 보인다.
> >
> >
> > 겨우겨우 벼랑 하나 발 딛고 선
> > 내 뒤를 따르는 초식 동물 한 마리가
> > 보인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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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인다. 아니, 아버지는
> > 안 보이고 벼랑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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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엔 선연히 보인다. 옛날, 나는
> 아버지가
> > 산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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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령산맥이거나 낭림산맥인 줄
> > 알았다. 장대한 능선들
> > 모두가 아버지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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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때 나는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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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 이끼를 스쳐간 그 산의
> > 물이 흐르고 흘러, 바다에
> > 닿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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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평선에 해가 뜨고 하늘도
> > 열리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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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때 나는 뒷짐 지고 아버지
> > 뒤를 따라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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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가 아들인 내가 밟아야 할
> > 비탈들을 앞장서 가시면서 당신 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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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끌어안아 들이고 있는 걸
> > 몰랐다. 아들의 비탈들을
> > 모두 끌어안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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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마득한 벼랑으로 쫓기고 계신
> > 걸 나는 몰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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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이제 늙은 짐승 되어 힘겨운
> > 벼랑에 서서 뒤돌아보니 뒷짐 지고 내
> > 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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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르는 낯익은 얼굴 하나
> >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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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의 이름으로 쫓기고 쫓겨
> > 까마득한 벼랑으로 접어드는 내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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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한 마리
> > 산양이
> >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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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뒤를 따르는 초식 동물 한 마리가
> >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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