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포도가 익는 7월엔
-조국애를 노래한 민족시인들-
                                                  조옥동/시인
짙고 푸른 녹음의 계절 7월, 이글거리는 태양은 깊은 그림자를 땅에 심는다. 7월의 보석이 정열과 사랑을 상징하는 빨간색의 루비라 한다. 허나 7월의 정염도 이제 식을 것이니 만남은 잠간이요 영원이란 오직 조물주의 속성인가 보다.
삶이 곤궁하고 신체의 고통과 피폐로 용기를 잃을 때 우리는 자연과 인류를 자유자제로 다스리는 능력의 소유자, 보이지 않는 어떤 전능자의 도움을 희구한다. 아마도 비상과 낙하, 인력과 척력 등 음과 양의 관계를 절묘하게 자유자제로 운용하여 자연과 인간을 다스리는 전능자일 것이다. 그가 영원하기에 자연도 인류도 변하고 진화 할지언정 완전한 소멸은 없다고 희망을 가져본다. 시인으로 하여금 작열하는 태양의 계절, 7월을 노래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마음을 품게 하는 것도 이 희망과 정열이 있기 때문이다.

7월의 태양에서는 사자새끼 냄새가 난다./ 7월의 태양에서는 장미꽃 냄새가 난다.(박두진) 아, 칠월은 버드나무 그늘에서 찐 감자를 먹는,/복숭아를 따며 하늘을 쳐다보는/칠월은 다시 목이 타는 가뭄과 싸우고/지루한 장마를 견디고 태풍과 홍수를 이겨내어야 하는/칠월은 우리들 땀과 노래 속에 흘러가라/칠월은 싱싱한 열매와 푸르름 속에 살아가라// (이오덕) 사랑은 큰일이 아닐 겁니다/ 사랑은 작은 일입니다/ 7월의 느티나무 아래에 앉아/한낮의 더위를 피해 바람을 불어 주는 일…7월의 이 여름날 우리들의 사랑은/ 그렇게 작고, 끝없는/ 잊혀지지 않는 힘입니다// (박철) 이외에도 많은 시인들은 7월을 노래했다.

애송되는 7월의 찬가는 아무래도 “내 고장 칠월은/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 주절이 열리고/먼데 하늘이 알알이 꿈꾸며 들어와 박혀…”이육사의 ‘청포도’일 것이다. 죽었던 전설들이 포도송이처럼 되살아나 주렁주렁 열리고 암울했던 하늘도 먹구름을 벗고 꿈꾸듯이 들어와 박히며 바다가 닫혔던 가슴을 연다는 표현처럼 막혀 있던 어려운 문제들이 풀리는 날,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 두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돌아오는 미래를 위해 만남의 식탁을 준비하고픈 간절한 마음, 희망도 7월의 포도송이처럼 익어가고 있다.

시인은 38년의 짧은 생애를 식민지의 피압박 민족으로 암울한 수난의 시대를 살다 갔다. 비극의 절정에 선 개인과 조국의 상황을 초월하는 비전을 갖고 세계와 치열한 대결과 저항의 정신으로 살다 갔다. 그리 열망하고 가슴 속에 그려본 무지개, 조국의 독립을 못보고 떠났다. 겨울 같은 조국의 상황에서 조국 해방은 이 시인에겐 강철로 된 무지개 같이만 여겨져 그를 펼쳐 보려 더욱 저항의 열정을 풀무질 했을 것이다. 7월엔 이육사가 생각나 듯 올해로 한일합병 국치의 날 100주년을 맞아 이상화, 윤동주, 한용운 등 청포도처럼 맑은 감성과 지성으로 조국애를 노래한 민족시인 들이 그리워진다. 수많은 지식인들이 강요된 식민지 상황에서 순복하거나 변절하였을 때 오히려 더욱 강렬한 모습으로 자신의 삶을 내던진 민족의 꽃들이기에. 정열의 7월이 가기 전, 강렬한 햇빛 아래 우리도 이 시대의 꿈을 노래해 보자.

          7- 31-2010 "이 아침에 "/미주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