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

2011.04.23 01:24

정용진 조회 수:49

제비
                 정용진

산가로 이사를 와서
집을 말끔히 페인트칠을 하고
서재를 꾸며 놓았는데
제비들이 떼로 몰려와
창가 처마 끝에 마구 집을 지어댄다.
진흙을 떨구고, 똥을 싸놓고
집을 버린다 싶어 장대를 들고
제비집을 헐어버리기 시작했다.

하루는
제비둥지와 함께 하얀 알 몇 개가
땅에 떨어져 깨졌다.
아이쿠, 이러다가 내가 놀부가 되겠구나,
하던 짓을 즉시 멈추고 제비에게
함께 살자고 항복서를 썻다.

혹시, 올 봄에는
황금박씨를 물고 오려나 기대하였더니
지난해 제가 깐 새끼들만 떼로 몰고 와
창공에 무지개를 그린다.

하는 수 없이
나는 호미를 들고 나가
텃밭에 박 씨를 심었다.
늦가을에는 달덩이같이 둥근
참 박이 주렁주렁 열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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