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3/2011 ‘이 아침에’/미주중앙일보

닫힌 마음을 여는 열쇠
                                               조옥동/시인
열쇠는 우리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다. 남녀 누구든 주머니나 손가방 속엔 몇 개의 열쇠를 갖고 다닌다. 현대인은 열쇠의 주인이기보다 오히려 열쇠가 없이는 하루도 지낼 수 없는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 집에 들어갈 때 차를 탈 때 열쇠가 없으면 속수무책이다.

이 시대엔 권력과 재력은 얼마나 많은 열쇠를 가졌는가로 측정될 정도다. 결혼에는 아파트 키와 고급 승용차 키로 일등 신랑이나 신부를 판단하는 세상이다. 문명의 발달과 병행하여 더 많은 종류의 열쇠를 가진 자가 더 좋은 문명의 혜택을 누리는 듯이 보인다. 실제로 국가나 서민에겐 꼬인 정국을 풀 열쇠를 쥔 정치가나 꽉 막힌 경제를 시원하게 뚫어 줄 열쇠를 쥔 경제인이 나타나 곳곳에 퍼진 병마와 빈곤과 억압의 문을 열어주기를 꿈꿔본다.

2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과연 IT강국답게 디지털시대의 편리함을 이 곳 미국보다  앞서 실생활에 이용하고 있었다. 버스나 전철을 타고 내릴 때도 현금보다 카드로 지불하고 그때그때 사용한 금액과 키머니의 밸런스를 읽을 수 있었다. 아파트에 드나들 때는 출입구에 장치한 키보드에 비밀숫자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열렸다. 숫자가 열쇠가 된 실생활에서 서울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빨리 숫자를 깨친다고 했다.

지능이 발달할수록 열쇠의 형태도 발달하여 가까운 미래에 각자의 지문이 자신의 열쇠로 사용하는 때가 온다면 각자의 손가락을 도둑맞지 않으려 기이한 잠을 쇠를 차고 다니고 또 손가락 보험을 사야 될 것 같다.  

내 가방도 키카드와 열쇠를 매단 열쇠꾸러미로 제법 무겁다. 연구실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또 한 꾸러미다. 매일 함께 일하는 스태프나 동료들끼리 각자 책상이나 사물함에 잠을 쇠를 장치한 것 자체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데 외부인의 출입으로 발생할 도난을 염려함이다. 남을 경계하며 때로는 공연한 의심을 품게 됨은 슬픈 일이다.

컴퓨터를 켜면 여러 웹사이트에 접속하기 위한 ID나 패스워드까지도 현대인에겐 열쇠들이다. 옛날 곳간 열쇠 하나만 잘 관리하며 살던 순박한 시대는 꿈속의 세상같이 여겨진다.
어느 것이든 열수 있는 만능열쇠가 있다면 누구도 이 마스터키를 거절할 이는 없을 것이다.

사람마다 더 갖고 싶은 열쇠가 있다. 천국문을 연다는 열쇠와 수만 달러가치의 고급 승용차의 열쇠를 놓고 둘 중 하나만을 당장 선택하라면 사람들은 어느 것을 선택할지 궁금하다.

며칠 있으면 예수님이 주검에서 다시 살아나신 부활절을 맞는다. 성경에는 ‘다윗의 열쇠’가 두 번 나온다. 다윗의 열쇠는 천국의 열쇠요 구원의 열쇠임을 의미한다. 구약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신들만이 선택된 민족이요 천국에 들어가는 열쇠를 가진 민족이라 믿었다. 그런데 계시록에서 요한은 다윗의 열쇠를 가진 자를 바로 예수님으로 보았다.

다윗의 열쇠를 가지신 이, 곧 열면 닫을 사람이 없고 닫으면 열사람이 없는 권세를 가진 분이다. 자신의 죽음으로 사랑을 증거한 분이다. 그  분은 오직 하나, '사랑'이란 열쇠로 세상 모든 이의 닫힌 마음을 열고자 했다. 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을 위해 스스로 천국문을 여는 열쇠가 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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