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보며
2011.09.10 16:57
거울을 보며
정용진
어제는 어린 나를 버리고
오늘은 젊은 나를 버리고
내일에는 늙은 나를 버리리니
이제 남은 것은 흰 백발뿐이로구나.
언제
어느 때
어디서, 어떻게
그런 힘 솟아 마치, 금방 잡아 올려
뱃전에서 펄떡펄떡 뛰던
고등어처럼 푸르고 싱싱하던 나를
버렸는지 나는 알 수 없다.
매일 아침 일어나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잃어버렸던 나를 다시 만난다.
반갑다고 말하기 전에
하나 더 희어진 머리카락
하나 더 늘어난 주름살.
오뉴월 무더위 땀방울에 흘러갔나.
동짓달 찬바람 설한풍에 불려갔나.
사십에 눈 어두워오고
오십에 이빨 빠지고
육십에 얼굴에 주름 잡히고
칠십에 머리에 서리 내리고
팔십에 귀 어두워지리니
아깝다.
홍길동처럼 날렵하던 몸매
이몽룡처럼 예리하던 지혜
임꺽정처럼 우람하던 체구
춘향이도 졸졸졸
명월이도 졸졸졸
월향이도 졸졸졸 따르더니
지금은 다 어디 갔느냐?
이제는 저들도 별수 없이 늙었으리라.
억울해도 할 수 없다
분노해도 소용 없다
슬퍼해도 도리 없다.
그래도 무심하게
해는 뜨고 달은 지네.
오늘도
바람은 불고 강물은 흐르고
지구는 도는구나.
늙음이여 어서오너라
나는 겁 없이 내식대로 늙으리라.
어디한번
너와나 힘껏 겨뤄보자.
정용진
어제는 어린 나를 버리고
오늘은 젊은 나를 버리고
내일에는 늙은 나를 버리리니
이제 남은 것은 흰 백발뿐이로구나.
언제
어느 때
어디서, 어떻게
그런 힘 솟아 마치, 금방 잡아 올려
뱃전에서 펄떡펄떡 뛰던
고등어처럼 푸르고 싱싱하던 나를
버렸는지 나는 알 수 없다.
매일 아침 일어나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잃어버렸던 나를 다시 만난다.
반갑다고 말하기 전에
하나 더 희어진 머리카락
하나 더 늘어난 주름살.
오뉴월 무더위 땀방울에 흘러갔나.
동짓달 찬바람 설한풍에 불려갔나.
사십에 눈 어두워오고
오십에 이빨 빠지고
육십에 얼굴에 주름 잡히고
칠십에 머리에 서리 내리고
팔십에 귀 어두워지리니
아깝다.
홍길동처럼 날렵하던 몸매
이몽룡처럼 예리하던 지혜
임꺽정처럼 우람하던 체구
춘향이도 졸졸졸
명월이도 졸졸졸
월향이도 졸졸졸 따르더니
지금은 다 어디 갔느냐?
이제는 저들도 별수 없이 늙었으리라.
억울해도 할 수 없다
분노해도 소용 없다
슬퍼해도 도리 없다.
그래도 무심하게
해는 뜨고 달은 지네.
오늘도
바람은 불고 강물은 흐르고
지구는 도는구나.
늙음이여 어서오너라
나는 겁 없이 내식대로 늙으리라.
어디한번
너와나 힘껏 겨뤄보자.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8819 | 꽃의 로댕 | 안경라 | 2011.09.12 | 55 |
| 8818 | 저 따사로운... | 김우영 | 2011.09.12 | 52 |
| 8817 | 장편 소설, 샤이엔의 언덕 | 연규호 | 2011.09.12 | 55 |
| 8816 | 장편 소설, 아오소라 영문 과 일본판 | 연규호 | 2011.09.12 | 54 |
| 8815 | 장편소설: 내고향은 소록도...문예운동 출판 | 연규호 | 2011.09.12 | 51 |
| » | 거울을 보며 | 정용진 | 2011.09.10 | 53 |
| 8813 | 추석얼굴 / 김영교 | 김영교 | 2011.09.10 | 50 |
| 8812 | 김우영 작가 독서노트 | 김우영 | 2011.10.24 | 48 |
| 8811 | 연 꽃 | 최상준 | 2011.09.10 | 47 |
| 8810 |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약자를 도운 의분(義憤) | 김수영 | 2013.04.17 | 70 |
| 8809 | 셀폰 소리 / 중앙일보 | 김영교 | 2011.09.27 | 40 |
| 8808 | 파웰 호수 | 김인자 | 2012.01.01 | 46 |
| 8807 | 신발 뒷굽을 자르다 | 정국희 | 2012.01.20 | 58 |
| 8806 | 기도 | 정국희 | 2011.10.01 | 50 |
| 8805 | 한가위 | 김수영 | 2011.09.09 | 50 |
| 8804 | 인형의 눈 | 이월란 | 2011.09.09 | 51 |
| 8803 | 회귀 | 이월란 | 2011.09.09 | 53 |
| 8802 | 중간 화석 | 이월란 | 2011.09.09 | 46 |
| 8801 | 떠난다는 것 | 이월란 | 2011.09.09 | 50 |
| 8800 | 고인 물 | 이월란 | 2011.09.09 | 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