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문 앞에 서서/'이 아침에'미주중앙일보
2011.09.29 18:40
2011년 9월29일 '이 아침에'
10월의 문 앞에 서서
조옥동
열린 문을 보면 들어가고 싶고 닫힌 문을 보면 열고 싶다. 이웃 골목길을 산책할 때 여러 모양의 문들을 본다. 일년생 풀꽃들의 귀여움을 바라보게 만든 문, 창 너머로 뒷마당까지 보이는 커다란 문, 집은 크지 않지만 잘 꾸며진 장미 밭을 지나는 문, 이끼 낀 보도를 따라가다 낮은 계단을 오르면 현관문에 리스가 걸린 정갈한 문도 있다. 다시 지나고 싶은 집 앞에 서면 다가가 그 집 문을 조용히 두드리고 싶다.
철학과 정치에도 문이 있고 학문이나 문학 등 여러 형태의 문이 있다. 열어야 할 문이 있고 열어서는 안 되는 문도 있다. 어느 문으로 들어가야 바른 길 곧 그 곳의 왕도로 통하는지 알고 싶다.
간혹 열쇠를 집에 두고 연구실에 가면 캠퍼스 내 경찰에게 도움을 청하고, 자동차 문이 잠겼을 때도 AAA에 연락하여 도움을 받는다. 주인이 열어야 할 문을 타인의 도움으로 열 때는 난감함과 고마움이 교차한다.
생활이 발달 할수록 필요한 열쇠의 종류도 다양하다. 요즘은 지능이 발달하여 남의 웹사이트 문의 비밀번호까지 읽어 내고 마스터키만 있으면 빌딩안의 어느 방이나 열 수 있어 무방비 상태와 비슷한데도 사람들은 열심히 문들을 만들어 잠가 놓고 열쇠를 지니고 다닌다.
문은 왜 만들었을까? 문은 열기 위하여 아니면 닫기 위하여 있는지, 상반된 기능 때문에 혼란스럽다. 육안으론 보이지 않고 특별한 장치와 혜안으로나 보이는 문이 있다. 우리 인생은 이 문들을 찾아 쉬지 않고 열고 닫고 하기를 되풀이 하는 작업의 연속 같다. 쉽게 열리는 것이 있고 갖은 노력을 다해도 자신에겐 열리지 않는 것이 있음에도 분수를 잊고 꼭 열겠다는 집착과 욕망으로 세월을 허비하는 미련함도 있다.
우리 몸엔 여러 형태의 문이 있다. 눈과 입 같이 자신의 의지대로 여닫을 수 있는 문, 코와 귀는 항상 열려 있는 문이다. 이들은 세상과 인체가 소통하는 문으로 생리현상이나 정신상태, 감정을 표현하고 생명과 직결된다. 본인의 의지와 노력으로 얼마나 잘 관리 하는가에 따라 그 기능을 오래 보존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다른 기계적 또는 형이상학적 문들의 관리와 다름이 없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니라”고 성경은 말한다. 프랑스 작가 앙드레지드의 ‘좁은 문’은 깊은 사랑을 내면에 감추고 진정한 사랑의 완성을 위해 세상에서 누릴 행복을 버린다는 얘기다. 제롬을 외면하고 자신의 생을 연소시켜가는 알리사를 통해 내세에 준비된 더 큰 행복을 위해 좁은 문으로 가는 길이 얼마나 고통스런가를 종교적인 도덕성으로 암시한다. 천국으로 상징되는 행복 곧 참된 삶의 목적과 삶의 진정한 모습과는 함수관계다.
세상엔 문턱이 닳도록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문들이 있다. 나눔과 사랑을 실천한다는 소문이 퍼져나가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이웃 작은 상점의 문은 낡았어도 아름답기만 하다.
10월의 문턱에 서니 벌써 마음이 조급하다. 해가 짧아진 탓만은 아니고 간절한 바람이 있다. 성난 세상에 위로와 평안을 주는 계절의 문이 열리기를.
10월의 문 앞에 서서
조옥동
열린 문을 보면 들어가고 싶고 닫힌 문을 보면 열고 싶다. 이웃 골목길을 산책할 때 여러 모양의 문들을 본다. 일년생 풀꽃들의 귀여움을 바라보게 만든 문, 창 너머로 뒷마당까지 보이는 커다란 문, 집은 크지 않지만 잘 꾸며진 장미 밭을 지나는 문, 이끼 낀 보도를 따라가다 낮은 계단을 오르면 현관문에 리스가 걸린 정갈한 문도 있다. 다시 지나고 싶은 집 앞에 서면 다가가 그 집 문을 조용히 두드리고 싶다.
철학과 정치에도 문이 있고 학문이나 문학 등 여러 형태의 문이 있다. 열어야 할 문이 있고 열어서는 안 되는 문도 있다. 어느 문으로 들어가야 바른 길 곧 그 곳의 왕도로 통하는지 알고 싶다.
간혹 열쇠를 집에 두고 연구실에 가면 캠퍼스 내 경찰에게 도움을 청하고, 자동차 문이 잠겼을 때도 AAA에 연락하여 도움을 받는다. 주인이 열어야 할 문을 타인의 도움으로 열 때는 난감함과 고마움이 교차한다.
생활이 발달 할수록 필요한 열쇠의 종류도 다양하다. 요즘은 지능이 발달하여 남의 웹사이트 문의 비밀번호까지 읽어 내고 마스터키만 있으면 빌딩안의 어느 방이나 열 수 있어 무방비 상태와 비슷한데도 사람들은 열심히 문들을 만들어 잠가 놓고 열쇠를 지니고 다닌다.
문은 왜 만들었을까? 문은 열기 위하여 아니면 닫기 위하여 있는지, 상반된 기능 때문에 혼란스럽다. 육안으론 보이지 않고 특별한 장치와 혜안으로나 보이는 문이 있다. 우리 인생은 이 문들을 찾아 쉬지 않고 열고 닫고 하기를 되풀이 하는 작업의 연속 같다. 쉽게 열리는 것이 있고 갖은 노력을 다해도 자신에겐 열리지 않는 것이 있음에도 분수를 잊고 꼭 열겠다는 집착과 욕망으로 세월을 허비하는 미련함도 있다.
우리 몸엔 여러 형태의 문이 있다. 눈과 입 같이 자신의 의지대로 여닫을 수 있는 문, 코와 귀는 항상 열려 있는 문이다. 이들은 세상과 인체가 소통하는 문으로 생리현상이나 정신상태, 감정을 표현하고 생명과 직결된다. 본인의 의지와 노력으로 얼마나 잘 관리 하는가에 따라 그 기능을 오래 보존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다른 기계적 또는 형이상학적 문들의 관리와 다름이 없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니라”고 성경은 말한다. 프랑스 작가 앙드레지드의 ‘좁은 문’은 깊은 사랑을 내면에 감추고 진정한 사랑의 완성을 위해 세상에서 누릴 행복을 버린다는 얘기다. 제롬을 외면하고 자신의 생을 연소시켜가는 알리사를 통해 내세에 준비된 더 큰 행복을 위해 좁은 문으로 가는 길이 얼마나 고통스런가를 종교적인 도덕성으로 암시한다. 천국으로 상징되는 행복 곧 참된 삶의 목적과 삶의 진정한 모습과는 함수관계다.
세상엔 문턱이 닳도록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문들이 있다. 나눔과 사랑을 실천한다는 소문이 퍼져나가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이웃 작은 상점의 문은 낡았어도 아름답기만 하다.
10월의 문턱에 서니 벌써 마음이 조급하다. 해가 짧아진 탓만은 아니고 간절한 바람이 있다. 성난 세상에 위로와 평안을 주는 계절의 문이 열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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