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병상련

2013.08.03 04:43

김수영 조회 수:48

동병상련 金秀映 평생을 살면서 몸에 칼을 대지않고 건강히 살아 갈 수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복 중에 하나가 바로 건강이기 때문이다.작년 가을에 대학 동문회에서 조국의 오대산 단풍관광을 간다기에 함께 떠나게 되었다. 관광을 마치고 미국에 돌아온 후 관절이 많이 아프기 시작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수술을 받게 되었다. 무릎관절 수술을 받은 후 병원에 삼일을 입원하고 나흘 째 되는 날 재횔원에 가게 되었다. 생전 처음 가보는 재활원. 생 무릎을 짜르고 쇠를 박아넣고 플라스틱 연골을 집어 넣어 얼마나 통증이 심한지 상상을 초월했다. 원래 엄살이 심한 나였지만 한 병실에 있는 환자를 생각해서 고통을 참느라 무척 애를 썼다. 한 여흘이 지나니까 재정신이 돌아오고 통증이 견딜만했다. 입맛도 조금씩 돌아와 음식을 먹기시작했다. 계속 양식만 먹으니 한식이 생각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가족 친지들에게 김치와 밑반찬을 사오게 해서 한식을 먹으니 살 것 같았다. 김치 맛이 얼마나 좋은지 기운이 생겨 활기를 되 찾게 되었다. 김치를 먹으니 냄새가 병실안에 가득차도 간호원이나 옆에 있는 환자들이 김치가 먹고싶다고 해서 저윽이 놀랐다. 삼십년 전만 해도 직장안에서 김치를 먹을 수 없었다. 마늘 냄새 때문에 모두들 상을 찡그리고 코를 털어막기 때문이었다. 한류를 타고 한식 세계화로 김치가 널리 알려졌기 때문인 것이다. 나는 기분이 참 좋았다. 나는 한국 신문을 구독하고 싶다고 담당자에게 신문배달을 주문했다. 며칠이 걸린다면서 이곳에 한국 남자분이 한분 계신데 중앙일보를 구독하고 있으니 빌려다 주겠다고 했다. 그 다음 날 프로그램 담당자가 중앙일보를 보라고 가져다 주었다. 오랫만에 한국신문을 보니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하루는 한인 남자 환자분이 휠체어를 타고 부인과 함께 신문을 들고 내 병실을 찾아왔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신문을 빌려 주어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부인이 하는 말이 남편이 신문을 들고 갖다 줄 환자분이 있다면서 나의 병실에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부인은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나를 쳐다 보았다. 휠체어를 끌면서 힘들게 신문을 들고 나에게 찾아오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뜻으로 불쾌감을 표시했다. 나는 그 여자의 남편에게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했는데 같은 한국사람끼리 서로 도와가며 살고자 하는 남편의 뜻을 저버린 듯 하여 참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 그 후 매일 찾아오던 남편이 신문을 갖고오지 않았다. 몸도 불편한데 뭣하러 신문을 갖다 주는냐며 부인이 잔소리를 한 것 같았다. 갖다주는 것이 미안해서 내가 워커를 끌고 찾아가 보았다. 그렇게도 친절하던 남편이 정색을 하면서 신문이 없다고 시침이를 뚝 떼었다. 그 친절하던 모습은 간곳이 없고 갑자기 달라질 수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나는 실의에 차서 내 병실로 돌아왔다. 그 다음 날 남편은 웃음을 띈체 휠체어를 끌고 와 신문을 건네 주는 것이 아닌가! 달라진 점은 들고 오던 신문을 옷 속에 넣어 감추고 와서 살며시 끄집어내어 주는 것이 아닌가! 나는 감동 그 자체였다. 부인 잔소리 때문에 신문 전달을 포기했다가 부인 모르게 감추어 가지고 와서 전해주는 그 성의와 배려에 나는 너무나 감사했다. 그 마음도 모르고 하루아침에 마음이 변한 남편의 행동에 놀래기 까지 했는데… 아! 본 마음은 그것이 아니었구나. 괜실이 내가 오해를 했구나 하고 미안한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프로그램 담당자에게 그 환자에 대해 물어 보았다. 몇년 전 리커 스토어를 하다가 강도에게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경을 헤메다가 겨우 정신이 깨어나 몇년 째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재활원은 모두가 외국 사람들이고 한국사람은 나와 그 남자 환자분 둘 밖에 없었다. 나는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이 남자 분이 너무나 고마운 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정신이 온전치도 못하면서 부인에게 들킬까봐 옷 속에 신문을 숨겨 가지고 와서 전해주는 그 성의가 얼마나 놀라운가! 나는 진한 동포애를 느낄 수가 있었다. 남편은 베풀기를 좋아하고 부인은 베풀기를 싫어하는 두 부부가 한 마음이 되면 더 병이 빨리 낫지 않겠나 생각해 본다. 남편을 보살피는 정성도 중요하지만 남편의 마음을 헤아려 남편이 원하는데로 하게하는 것도 병을 치료하는데 더 첩경이 아니겠는가! 부디 아내가 마음 문이 열려 남편의 몸과 마음을 함께 치유하는 사랑의 치료자가 되면 오즉이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머리에 총상을 입고 치료 중에 있지만 고통 당하는 다른 한국 환자를 배려하고 같이 아파해 주는 그 남자 분은 참으로 이웃을 내몸과 같이 사랑하는 참된 선한 사마리아인이 아니겠는가. 수술을 받고 고통 중에 있었지만 이 남자 환자 분의 따뜻한 심성이 나를 참으로 유쾌하게 만들어 주었다. 고마운 사람! *2014년 3월 22일 중앙일보 오피니언 열린광장에 기사가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