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그리울 때 시장에 간다


               박영숙영


길을 가다가도 누군가가
나에게 말이라도 걸어오면
사람이 그리워서
평생을 알고 지내던 친구처럼
묻지도 않는 말이
내 입에서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다

길을 가다가도 누군가가
내 등을 어루만지기만 해도
사람 정이 그리워서
가슴에서 뜨거운 용암이 솟을 것 같다

길을 가다가도 누군가로부터
봄빛같이 따스한 옆 눈길만 받아도
내 마음 그에게 주고 싶어
그의 가슴에 화살처럼 안기고 싶은
그 순간의 진실한 내 마음

나는 못 견디게 사람이 그리울 때
시장에 간다
그곳은 오일장이 서던 내 고향의 소리가 있고
그곳은 어릴 적 친구들의 얼굴이 있고
그곳은 내 부모님의 나라 내 조국이 있어

사람이 그리울 때 시장에 가서
귀를 열어 놓고 마음을 열어 놓고
조용히 눈을 감는다

시집:인터넷 고운 님이여ㅡ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