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요양원
2014.01.23 16:21
나무 요양원 / 강민경
그 많은 살점을
피눈물로 떼어냈으니
몇 안 남은 잎에 집착함은 당연한 일
금방이라도 떠나고 말 것 같이
분, 초를 다투는 환자들을 돌보느라
피땀 쏟는 가을 나무는
회생을 기도하는 사람들의 요양원입니다
손발이 천 개여도 모자란다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자기를 바친
의사의 치료도 역부족
한 잎 두 잎, 한 사람 두 사람
가까이서 멀리서
가족들이, 동무들이,
날카로운 겨울바람에 찔리지 않으려고
죽을힘 쏟는 그 진동은 겉이 멀쩡해 보이는
나에게도 끝없는
압박,
가슴 파먹는 으스스한 냉기 거둬내지 못해
안달인 발걸음걸음 사이에 어느새 감춰둔
싹 눈의 명확한 해빙은,
새순 짙은 숲에 혈을 이어온 나뭇잎
새로운 봄만이
나무 요양원입니다.
그 많은 살점을
피눈물로 떼어냈으니
몇 안 남은 잎에 집착함은 당연한 일
금방이라도 떠나고 말 것 같이
분, 초를 다투는 환자들을 돌보느라
피땀 쏟는 가을 나무는
회생을 기도하는 사람들의 요양원입니다
손발이 천 개여도 모자란다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자기를 바친
의사의 치료도 역부족
한 잎 두 잎, 한 사람 두 사람
가까이서 멀리서
가족들이, 동무들이,
날카로운 겨울바람에 찔리지 않으려고
죽을힘 쏟는 그 진동은 겉이 멀쩡해 보이는
나에게도 끝없는
압박,
가슴 파먹는 으스스한 냉기 거둬내지 못해
안달인 발걸음걸음 사이에 어느새 감춰둔
싹 눈의 명확한 해빙은,
새순 짙은 숲에 혈을 이어온 나뭇잎
새로운 봄만이
나무 요양원입니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0099 | 겨울 홍시 | 강민경 | 2014.02.08 | 3 |
10098 | 알래스카 겨울 까마귀 | 동아줄 김태수 | 2014.02.05 | 0 |
10097 | 뿌리 | 최영숙 | 2014.02.04 | 1 |
10096 | 문자 보내기 | 강민경 | 2014.02.03 | 1 |
10095 | 사모곡(思母曲) 아리랑 | 박영숙영 | 2014.02.02 | 1 |
10094 | 가시꽃 향기 (하) | 김영강 | 2014.01.31 | 1 |
10093 | 가시꽃 향기 (상) | 김영강 | 2014.01.31 | 1 |
10092 | 회혼, 사랑의 찬가 | 김수영 | 2014.01.27 | 2 |
10091 | 노년, 인간답게 살다가 인간답게 떠날 수 있어야 | sonyongsang | 2014.01.25 | 1 |
10090 | 미리 하는 이별 | 박영숙영 | 2014.07.24 | 0 |
10089 | 강설(降雪) | 성백군 | 2014.01.24 | 1 |
10088 | 낙엽 한 잎 | 성백군 | 2014.01.24 | 2 |
» | 나무 요양원 | 강민경 | 2014.01.23 | 1 |
10086 | [이 아침에] 네 자매가 함께 떠나는 여행 (1/22/2014) | 오연희 | 2014.01.23 | 0 |
10085 | [이 아침에] 한복 입고 교회가는 날 (12/21/13) | 오연희 | 2014.01.23 | 0 |
10084 | 새벽기도 | 서용덕 | 2014.01.22 | 0 |
10083 | 푸른 색 접시 | 최영숙 | 2014.01.22 | 1 |
10082 | 노란 병아리 | 김사 | 2014.01.20 | 0 |
10081 | 바하마 사막의풍차 | 이상태 | 2014.01.18 | 0 |
10080 | 담 안의 사과 | 강민경 | 2014.01.17 |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