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곡(思母曲) 아리랑

2014.02.02 09:33

박영숙영 조회 수:1

사모곡(思母曲) 아리랑

                  박영숙영

울 엄마 꽃이었던 한때
어여쁜 새색시 수줍기만 했다는데
자식 품은 엄마 된 후
여인의 마음은 꽃밭 속에 숨겨놓고
만물상점이 되어버린 엄마의 머리 위에
밥줄이 올려져 있었다.

손톱 발톱 다 닳아서
살결이 말발굽으로 변하도록
봄이면 산나물 뜯기
여름이면 미꾸라지 잡기
이웃이 부르면 품삯 받고 일해주기
겨울에는 낯선 동네 헤매는 무속인 되어서
고지를 점령하는 장군처럼 용감하게
힘차게도 밟고 넘던
이 고개, 저 고개, 아리랑 고개

자식들을 고아원에 버리던 시절에도
가슴에 품은 뜨거운 불씨 주머니
얼음물로도 끌 수 없어
피 끓는 사랑에 온몸이 다 사그라지도록
부처님 전 빌고 빌며
가슴까지 다 내어주고 나니
진달래처럼 청순케도 어여쁘고
난초같이 기품 있던 엄마의 모습은
백 년 가뭄으로 말라간
사리(舍利)꽃이 되었다.


시집:사부곡 아리랑 (아버님께바치는 헌시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