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석장 (2)

2005.01.08 10:21

박영호 조회 수:181 추천:12

          채석장에서(2)

          달 뜨는 밤이면
          채석장의 바위들은
          머리에 청솔을 받쳐들고
          바위 틈에 낀 청솔들은
          떠오르는 달을 머리에 이고 일어선다

          낮이면 석공들이 찾아와
          바위를 자르고 깎아내어
          집도 짓고 조각품도 만들지만
          정작 바위가 바라는 것은
          이끼 낀 천년 세월 속
          스스로 부서지고 부서져서
          흙으로 돌아가 청솔 키우는 일이다

          먼저 저승 간 친구는
          금송* 한 그루 키우느라고  
          흙도 가마솥에 삶더니
          지금은 달빛이라도 되어서
          저 바위산 청솔 비추고 있을까
  
          사시 사철 바위산에 빗발 뿌리고
          바위를 흙으로 부서내리는
          제피로스* 바람처럼
          나도 내일부터
          뒷뜰에 박힌 돌에 물이라도 주어야겠다
          언젠가는 돌이 흙이 되고
          저 허리 굽은 청솔 바로 받쳐들게                  

        * 금송(金松) – 잎이 크고 아름다운 관상용 소나무.
        * 제피로스 –   그리스 신화속의 바람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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