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시(軟枾)

2005.09.03 15:38

박영호 조회 수:143 추천:9

      
      연시(軟枾)

      하늘 향한 높은 가지 끝에
      연시 몇 점이
      푸른 하들에 박힌 듯 곱다.
      
      고국 북한산 산정에서
      맷새 피빛 발에 묻어온 흰서리가  
      멀리 태평양을 건너와서
      북미(北美) 햇살에 물든 것인가

      이 땅에 힘겨운 영혼들아
      무엇이 그리도 서러워서
      가지 틈새에 걸려 울고 있느냐

      맥없는 가을 바람에도
      우수수 떨어질 열매들 같지만
      그래도 끝까지 동녘 가지 붙들고
      지는 해 노을까지 받아서
      붉게 붉게 익어라

      그리하여
      가을이 떠나갈 어느 달밤에
      그리움이 붉게 차오르는
      뭉청거리는 여인의 젖가슴같은 무게로
      땅 위에 툭 떨어져내려
      새빨갛고 질펀하게 터뜨러지거라
      동방의 붉은 빛깔이 이 땅에도 번져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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