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공사
2006.02.24 21:23
봄이 서서히 부화하는 버몬트 길
도로보수공사가 한창이다
주황색 원추형 표지판이 갈 길을 알려주고
아스팔트 뜯어내는 굴삭기의 소음
진입차단을 알리는 노란 끈이 진저리 친다
딱딱한 딱지처럼 들러붙어 한사코 분리를 거부하는
세월의 찌꺼기들
날카로운 손톱에 뜯겨져 한 움큼 잡혀있다
삶의 바퀴에 짓눌리고 상한 상처
게워내는 일은 저토록 소란스럽고
정체 중인 차량들
소음과 매연 털어내듯 서둘러 빠져 나간다
한때, 수천 수만의 자동차 쌩쌩 달렸을
햇살 통통 일어서 반짝거렸을 길
군데군데 찢기고 곪아 터진 몸으로
지난 시간 반추하는 눈빛이 측은하다
감쪽같이 덮어씌운다고 생의 자취 사라질까?
상처는 희미해질 뿐 흔적은 남는 것을
집착을 거둬낸 남은 생애
또 그렇게 견딜 수 있으리라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559 | 광주에 가다 | 오연희 | 2005.03.02 | 165 |
| 558 | 지게 사 오던 날 | 정찬열 | 2005.03.14 | 153 |
| 557 | 세월(1) / 종파 이기윤 | 이기윤 | 2005.03.01 | 88 |
| 556 | 귀향 . 1 | 백선영 | 2005.04.28 | 93 |
| 555 | 純 情 / 종파 이기윤 | 이기윤 | 2005.03.01 | 62 |
| 554 | 꽃잎의 항변 | 천일칠 | 2005.02.28 | 67 |
| 553 | 무지개 / 종파 이기윤 | 이기윤 | 2005.02.27 | 53 |
| 552 | 향수(1) / 종파 이기윤 | 이기윤 | 2005.02.27 | 62 |
| 551 | 밤에 피는 꽃 | 서 량 | 2005.05.06 | 253 |
| 550 | 풍경 / 종파 이기윤 | 이기윤 | 2005.02.26 | 55 |
| 549 | 포토맥의 실낙원 | 오영근 | 2009.07.17 | 53 |
| 548 | 우주선의 침실 | 오영근 | 2009.07.20 | 54 |
| 547 | 모래시계 | 윤석훈 | 2005.02.26 | 62 |
| 546 | 화신(花信) | 정용진 | 2005.02.26 | 64 |
| 545 | 당신은 | 권태성 | 2005.02.25 | 62 |
| » | 보수공사 | 장태숙 | 2006.02.24 | 83 |
| 543 | 문門.2 | 강학희 | 2005.02.25 | 57 |
| 542 | 문門.1 | 강학희 | 2005.02.25 | 58 |
| 541 | 엄마의 기도 | 안경라 | 2005.07.12 | 60 |
| 540 | 번개와 적막 | 강학희 | 2005.02.25 | 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