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공사

2006.02.24 21:23

장태숙 조회 수:83


봄이 서서히 부화하는 버몬트 길
도로보수공사가 한창이다
주황색 원추형 표지판이 갈 길을 알려주고
아스팔트 뜯어내는 굴삭기의 소음
진입차단을 알리는 노란 끈이 진저리 친다
딱딱한 딱지처럼 들러붙어 한사코 분리를 거부하는
세월의 찌꺼기들
날카로운 손톱에 뜯겨져 한 움큼 잡혀있다
삶의 바퀴에 짓눌리고 상한 상처
게워내는 일은 저토록 소란스럽고
정체 중인 차량들
소음과 매연 털어내듯 서둘러 빠져 나간다
한때, 수천 수만의 자동차 쌩쌩 달렸을
햇살 통통 일어서 반짝거렸을 길
군데군데 찢기고 곪아 터진 몸으로
지난 시간 반추하는 눈빛이 측은하다
감쪽같이 덮어씌운다고 생의 자취 사라질까?
상처는 희미해질 뿐 흔적은 남는 것을
집착을 거둬낸 남은 생애
또 그렇게 견딜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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