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케의 조언

2005.06.07 15:27

권태성 조회 수:103 추천:2



나는 미국 흑인 여배우 우피 골드버그(Whoopi Goldberg)를 좋아한다.
그녀는 예쁘다거나 섹시 하다는 것과는 좀 거리가 멀다 하겠지만
나는 그녀의 지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고 천박하지 않으면서도 착하고 장난기 어린 어느 이웃집 아주머니 같은 편안함이 느껴져 좋다.
얼마 전 그녀가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 Sister Act를 TV에서 보았다.
그녀가 한 천주교 에서 운영하는 고등학교의 수녀 음악 선생으로 나와
운영 부실로 교육청에 의해 문을 닫기 직전의 학교를 살리기 위해
합창단을 만들어 전국 경연 대회에 참가해서 우승을 함으로써 교육청의 마음을 돌려 폐쇄 직전의 학교를 살려 놓는다는 해피엔딩의 이야기이다. 빈민가의 학교이기에 합창단을 결성하기까지의 어려움이 만만치가 않다. 자신감을 잃고 살아가는 학생들과 합창 연습은 공부 하는데 방해만 되는 시간 낭비라며 반대하는 학부모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인간적인 고뇌와 그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좋은 결과를 얻어낸다는 약간은 코믹 하면서도 평범한 영화의 줄거리이지만 뒷맛이 개운하고 달콤하다.
나는 영화의 인상 깊은 여러 장면 중에서도 우피가 자신감 없어 하는
한 학생을 설득하는 장면이 특히 인상 깊었다.
음악에 많은 소질을 가졌으면서도 자신 없어 하는 학생에게 그녀는
유명 시인 릴케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그녀의 이야기 인즉 어는 날 시인 릴케에게 한 독자가 편지를 했다
한다. 그 독자는 시인에게 자기도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작가가 될 수 있는지 조언을 해주면 고맙겠다는 내용이었고 시인 릴케의 조언은 “당신이 아침에 일어나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이미 당신은 작가 입니다.”  이었다는 이야기를 학생에게 들려주고 주저하는 학생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며 좋아하는 음악의 길로 용기를 가지고 나아 갈 수 있게 인도해 준다.

아마도 시인 릴케의 조언이 내 마음에 크게 다가온 이유는 아직도
글을 쓰고 시인이라 불리는 것 까지도 자신이 없어 불안한 나의 마음에 많은 위로가 되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내가 시인으로서의 자격의 유무나 그리고 자격이 있다면 좋은 시인인지 아닌지의 의문에 대해선 답을 할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나는 가끔은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을 강하게 느낄 때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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