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통

2007.02.11 17:49

강학희 조회 수:50

밥은 먹었니?
늘 우리의 밥이신 엄마,

수저로 먹여주시고
수저를 쥐어주시고
수저를 넣어주시며
늘 먹이는 것이 삶이셨던 한 생,
밥 대신 죽도 못 넘기시는 병실에서도
밥은 먹었니?
밥덩이에 목을 매신다.

밥이 되기까지
물은 얼마나 잦아들어야 하는지
검댕이 밑바닥 보지 못하고
요즘이 밥 먹는 세상이유?
정말 푼수 없던 밥통이었다

제 속 숯덩이 되고서야
뜸이 들어가는지
아이들만 보면
밥은 먹었니?
꼭 엄마 같은 밥통이다

퍼주기만 하는
밥통, 사랑에 목을 맨다.



작가메모

이 시를 쓰게된 동기는 어느날 제 자신을 보니 꼭 엄마처럼 누군가를 만나면, 특히 아이들을 만나면, 밥은 먹었느냐고 묻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엄마를 생각하며 쓴 시입니다. 제게는 어머니하면 따쓰한 밥, 제 속을 다 퍼내는 밥통, 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바보 같은 사람을 의미하는 밥통을 연상하게 됩니다. 우리에게 어머니는 언제든 무엇이든 내가 필요할 때 달려가면 자신을 생각하지 않고 아무런 조건도 없이 그저 자신의 모든 것을 다 퍼내주시는 밥통 같은 무조건적 무상의 사랑이지요.

특히나 제 어머니는 평생 한번도 살이라곤 없을 만큼 최소한의 무게로 사시다 어느 날 넘어져 뼈들이 바스러지시는 사고로 심한 고통을 받다가 떠나셨습니다. 그때 그 고통 중에서도 미국에서 온 딸을 보고 첫번째 하신 말씀이 밥은 먹었니? 였습니다.

제게는 지금 엄마가 지상에 계시든 천상에 계시든, 엄마는 지금도 아랫목에 묻어둔 한사발의 따슨 밥이고 늘 가진 것을 다 내주시는 밥통이고, 그저 받아주고 따지지 말고 퍼주는 밥통 같이 살라는 제 인생의 추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살면서 헷갈리는 순간엔 엄마를 생각하며 제 삶을 살펴보며 살게 됩니다.

그리고 사랑은 내리 사랑이라고 하듯 엄마께 못다한 사랑을 누군가에게 줄수있다면 그 것이 바로 엄마가 제게 바라시던 소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해마다 오월 어머니날이면 저를 품으시고 세상에서 제일 먼저 사랑을 알게 해주신 엄마의 사랑에 감사드리며, 종종 일상 속에서 이런 저런 핑게로 사랑을 잊기도하는 내 자신에게 사랑을 충전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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