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덜트 스쿨

2007.06.13 18:46

구자애 조회 수:41

달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희뿌연 별 서너 개 등에 지고
이젠 돌아가야 할 시간
응당 있어야 할 자리에 없는 달처럼
설명할 수 없는 이유들이 절실할 때
지친 눈동자들은 더욱 빛난다
페인트 묻은 작업복 차림으로 매일이 토끼눈인 훌리오
웃으면 은사시나무잎이 입 속에서 팔랑이는
고향이 우간다라는 뤼겔
절반도 알아듣지 못하면서
시간 채우는 일이 위무인 듯
몇몇은 할미꽃처럼 고개를 가누지 못하고
통하지 않는 말보다 서로 누추한 눈빛이 더 편한
모양모양 사람들이 반벙어리처럼 더듬거려도 오늘이 흐뭇한 곳
엇갈리는 대화, 반복되는 낯선 단어로 다독이며
습관인양 먹는 밥처럼
맛도 모르고 삼킨 문장들이
언젠가 몸 밖으로 기어 나와 일어설 때
누구나 이겨낼 어두운 밤은 있으리라

드디어
마지막 수업종이 방생하듯 울린다
우르르-
잠시 움츠렸던 지느러미 파닥이며
일제히 바다로 향하는 저,성어떼
집어등 밝히며 액셀러레이터 밟는 우리
돌아갈 집이 있는 나는, 오늘 만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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