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시
2007.03.31 03:46
사랑
시
쓰기 어렵다.
시인이란 시인은
열 번씩, 스무번씩
돼지 새끼 낳듯 뽑아놓았을 터.
백 번씩, 골 백번씩
사랑을 하면서
살다간 사람들은
말로
일기로
편지로
몸으로
사랑을 휘갈겨 놓았으니
내가 쓰는 사랑 시는
신라의 한 처자가
냇가에서 떨군 눈물이
노래로 흘러흘러 내려온 것.
햇빛에 바랜 이 거무튀튀한 자국은
조선시대의 한 처자가
잠 못 자고 쏟아놓은 핏자국일까.
인디안 청년이
도끼로 나무에 팍팍 찍어
약혼녀에게 남긴 유언일지도 몰라.
내가 마침내 찾아냈다고
생각하는 시 구절도
필시
오래 된 책장의
케케묵은 먼지일 터.
그래도 사람들은
사랑을 앓고,
시인들은
사랑 시를 쓰고,
시인이 되다만 나는
그대의 문 앞에서 서성거리며
아직도
어려워
어려워
하고 있다.
-- <미주문학> 2007년 봄호
시
쓰기 어렵다.
시인이란 시인은
열 번씩, 스무번씩
돼지 새끼 낳듯 뽑아놓았을 터.
백 번씩, 골 백번씩
사랑을 하면서
살다간 사람들은
말로
일기로
편지로
몸으로
사랑을 휘갈겨 놓았으니
내가 쓰는 사랑 시는
신라의 한 처자가
냇가에서 떨군 눈물이
노래로 흘러흘러 내려온 것.
햇빛에 바랜 이 거무튀튀한 자국은
조선시대의 한 처자가
잠 못 자고 쏟아놓은 핏자국일까.
인디안 청년이
도끼로 나무에 팍팍 찍어
약혼녀에게 남긴 유언일지도 몰라.
내가 마침내 찾아냈다고
생각하는 시 구절도
필시
오래 된 책장의
케케묵은 먼지일 터.
그래도 사람들은
사랑을 앓고,
시인들은
사랑 시를 쓰고,
시인이 되다만 나는
그대의 문 앞에서 서성거리며
아직도
어려워
어려워
하고 있다.
-- <미주문학> 2007년 봄호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3279 | 서울서 온 편지 | 정해정 | 2007.04.01 | 52 |
| 3278 | 한솥밥 한식구 | 정해정 | 2007.04.01 | 50 |
| 3277 | <이야기할아비>와 <샌타클로스> | 정해정 | 2007.04.01 | 50 |
| 3276 | 미안해 로미오 | 정해정 | 2007.04.01 | 48 |
| 3275 | 기도 | 박정순 | 2007.04.01 | 46 |
| 3274 | 어떤 거래 | 박정순 | 2007.03.31 | 49 |
| 3273 | 두향을 찾아서 | 박정순 | 2007.04.01 | 40 |
| 3272 | 독한 남자들 | 노기제 | 2007.03.31 | 39 |
| 3271 | 눈밭에서의 봄꿈 | 노기제 | 2007.03.31 | 50 |
| » | 사랑 시 | 김동찬 | 2007.03.31 | 51 |
| 3269 | 목련, 그 화사한 미소를 위하여 | 장태숙 | 2007.03.30 | 46 |
| 3268 | The Flight (비상)by Sara Teasdale /번역시 | 김영교 | 2007.03.30 | 54 |
| 3267 | 내 시가 흐르는 샘은 | 권태성 | 2007.03.29 | 45 |
| 3266 | 열쇠문화 | 정해정 | 2007.03.29 | 51 |
| 3265 | 등잔 밑 | 정해정 | 2007.03.29 | 47 |
| 3264 | 인사동 장날 | 정해정 | 2007.03.29 | 56 |
| 3263 | 관포지교 | 정해정 | 2007.03.29 | 53 |
| 3262 | A Silly Dream | 오영근 | 2007.03.29 | 47 |
| 3261 | 성난 비바람 | 노기제 | 2007.03.28 | 54 |
| 3260 | 감꽃 / 감태준 | 김영교 | 2007.03.26 | 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