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영화를 보다
2007.07.27 07:32
혼자서
(사실은 혼자서 영화를 보러온 몇 사람과)
바둑의 포석처럼 자리잡고 앉아
흡혈귀와 늑대가 전자총으로 싸우는
영화를 본다
누가 이겼는지 생각이 안 난다
영화를 보면서
아무도 웃지 않는다.
아무도 울지 않는다.
번쩍이고
소리지르고
피를 뿜어내는 장면에
가끔씩 놀랄 뿐이다.
영화관은 어두워서
굳이 의자 밑이나 귀퉁이를 찾아
숨을 필요는 없다
어차피 나는 보이지 않는다
저 화면의 빛과 소리와 시간 속에
먼지처럼 배어있다.
그러나
조조할인 영화가 끝나고
저 밝은 세상에 나가면
나는 무엇이 될까 걱정이다.
흡혈귀나 늑대가 살기에는
밖은 너무나 눈부실 테니까.
- 계간 <미래문학> 2007년 여름호
(사실은 혼자서 영화를 보러온 몇 사람과)
바둑의 포석처럼 자리잡고 앉아
흡혈귀와 늑대가 전자총으로 싸우는
영화를 본다
누가 이겼는지 생각이 안 난다
영화를 보면서
아무도 웃지 않는다.
아무도 울지 않는다.
번쩍이고
소리지르고
피를 뿜어내는 장면에
가끔씩 놀랄 뿐이다.
영화관은 어두워서
굳이 의자 밑이나 귀퉁이를 찾아
숨을 필요는 없다
어차피 나는 보이지 않는다
저 화면의 빛과 소리와 시간 속에
먼지처럼 배어있다.
그러나
조조할인 영화가 끝나고
저 밝은 세상에 나가면
나는 무엇이 될까 걱정이다.
흡혈귀나 늑대가 살기에는
밖은 너무나 눈부실 테니까.
- 계간 <미래문학> 2007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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