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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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젖은 공간

2004.09.29 17:23

청학 조회 수:428 추천:15

[눈물젖은 공간]


청학


그렇지요
세월을 종이처럼 구겨서 버릴 수 있다면
그 아름답지도 즐겁지도 않은
긴 터널 같은 백색의 공간을 구기고 구겨서
밑이 깊은 쓰레기통에 버렸을 것이었을지 모르지요
수만 초를 버티고 서서 환시나 환청보다 더 슬픈 인내를
꾹꾹 눌러보지만 장단지에 핏줄이 멍으로 변하는
그 잘난 곳의 시간의 공간들
무엇을 무엇 위한 것이 진실일까?
눈물 젖은 빵이지요

무엇 때문에, 때문에 눌러온 세월이
이젠 풀이 매겨지지 않은 빨래 마냥
너절한 노을에 물든 흰빛의 인생
스스로 위안을 받으며 스스로 안아주며
건널목을 지내야 하는 서글픈 세월
그렇지요
빨간 신호등처럼 나를 스쳐 가는 모든 것을
세워 주웠으면 하는 바램의 현실
알지요 님이여!


⊙ 원작제목 : 내가 지나온 白色 공간
⊙ 작가/시인 : 홍인숙(Grace)
⊙ 글 번 호 : 18988 (2003년 01월 0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