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음이 아름다운 이유

2017.05.07 07:56

김학천 조회 수:323

 오래 전 멕시코 지방에 의료 미션을 갔을 때 일이었다. 일행을 태운 버스가 'Alto'교통 표지판 앞에서 우선멈춤을 했다. 그러자 조수석에 앉은 분이 운전하는 분에게 저 단어의 뜻이 뭐냐고 물었다. 그러자 운전하던 분은 '내 이름이야'라고 해 모두 의아해했다. '내 본명(가톨릭 세례명)이 알베르토 잖아, 그걸 줄인 말이지.' 그제야 농담인줄 알고 모두 웃었다.

 여기서 Alto는'우선멈춤'으로 쓰였지만 '높다'란 뜻이기도 하다. 한데 여성의 성부(聲部)에서는 소프라노보다 낮은 음역을 가리키기도 한다. 한 단어에 '양보'란 의미와 '높고 낮은' 상반된 뜻까지 모두를 포함하고 있는 셈이다.
 사람은 혼자서 고음과 저음 두 가지 소리를 동시에 낼 수 없다. 그러나 중앙아시아 몽골지역 사람들은 혼자서도 고음과 저음 두음을 동시에 낼 수 있다고 한다. 드넓은 대평원에서 소리를 멀리 보내기 위해 고안해 낸 '흐미' 발성법이 그것이다. 이는 예외적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은 혼자서 한번에 한 가지 소리밖에 낼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찾아낸 것이 화음이다. 그리고 이 위대한 발견 덕분에 우리가 듣는 음악은 그 아름다움을 더한다. 
 한데 화음이 아름다우려면 균형이 잘 잡혀 조화로워야 한다. 옆 사람들의 소리가 나보다 높으면 내가 더 올려야 하고 내 소리가 옆 사람들의 소리보다 높으면 내가 낮추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먼저 잘 듣고 옆 사람들보다 더 높거나 낮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사람들 간의 불화는 나만의 생각이 옳다고 믿고 나만의 소리만 높이는 데서 생겨나기 일쑤다. 해서 잠시 나를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를 가질 때 서로의 삶이 얼마나 조화로워지는가를 알게 될 게다. 이는 다시 말해 남에 대한 배려와 양보에서 가능한 일이란 얘기다. 
 잘 알려진 이야기가 있다. 일본의 한 평범한 여인이 남편과 함께 조그만 점포를 열었는데 장사가 너무 잘 돼 매출이 쑥쑥 올랐다. 그러나 이웃집 가게들은 문을 닫을 지경이 됐다. 이는 자신이 바라는 바가 아닐뿐더러 신의 뜻에도 어긋나는 거라고 느낀 그녀는 가게 규모를 줄이고 손님을 이웃 가게로 보내주곤 했다. 그러면서 시간의 여유가 생기자 평소 관심 있던 소설 쓰기에 전념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은 훗날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이다. 
 양보와 배려는 절대로 거창한 게 아니라는 걸 자연은 우리에게 보여준다. 해서 오광수 시인은 봄이 아름다운 것은 '여러 가지 색들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고, 여러 가지 소리가 화음을 이루기 때문'이며'가슴으로 모두를 품었기 때문'이라고 읊었다. 그리고 봄이 왔는데도 '아직 잔설들이 곳곳에 남아 있는 것은 가는 겨울에게 모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 봄의 넓은 마음'이라고 노래했다. 그렇지 않으면 봄도 똑같이 추울 것이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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