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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엇을 보았니, 아들아
  나는 옥상 위의 저격수들을 보았소
  무엇을 들었니, 딸들아
  나는 난사하는 기관총 소릴 들었소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여기 망월동 언덕배기에 노여움으로 말하네

                              ( 정태춘:5.18 )
   
다시 ‘그 날’이 왔다.
핏빛 선연한 ‘그 날’이 왔다.
죽은 목숨이 다시 증언자가 되는 ‘그 날’이 왔다.
그 전 날과 그 다음 날의 생을 송두리째 뒤집어 놓은 ‘그 날’이 왔다.
빛 잃은 아들의 눈망울에 널브러진 주검을 각인시킨 ‘그 날’이 왔다.
싱싱했던 오월 그 생명의 숲에 새 소리 대신, 난사하는 기관총 소리 고막을 찟고 아버지, 어머니, 오빠, 누나, 동생의 생목숨이 고목처럼 쓰러지던 ‘그 날’이 왔다.
내가 그 자리에 없었다고, 내 가족이 피해 안 입었다고 다행이라고 가슴 쓸어내린 잔인했던 우리.
일말의 가슴 파동 없이 어찌 오늘을 맞을 것인가.
아카시아 꽃은 다시 피어 그 향기 사방으로 퍼지는데, 한 번 간 님의 숨결은 바람결에도 실려 오지 않는다.
하얀 비석으로 남은 그대!
봉분도 없이 빈 무덤 남기고 간 그대!
꿈길 걸어서라도 다시 돌아 오시라.
죽어서도 눈 감지 못한 그대!
잠시 ‘영면’하지 마시라.
두 눈 부릅뜨고 지켜 보시라.
거짓 증언 일삼고 그들의 프레임에 갇힌 망상가의 최후를!
학생은 학교로, 직장인은 일터로 돌아가는 평범한 일상을 꿈 꾼 소시민들이여!
보이는가, 그대가 흘린 피값으로 꽃 핀 민주주의를!
아, 아카시아 꽃향기 그대 부르고, 붉은 양귀비 다시 피어나 목숨값을 증언하는데 그대는 기억 속에나 피어나는 꽃!
눈물 속에 피는 꽃이 되었구려!
가슴 뚫고 지나간 총알의 상흔은 세월도 봉합 못하고, 해마다 이 날이 오면 붉은 장미로 피어나 가슴 아리게 하는구려!
내 가슴 파동 다스리고 그대에게 다시 부탁하노니, 영면하시라.
부디 편히 영면하시라!
이 땅에서 누리지 못하고 고달프기만 했던 민초의 삶.
부디 저 천국에서는 그 한을 풀고 영생복락을 누리시라!
그대가 멈추고 간 나이, “살았으면 몇 살인고?” 하고 손꼽아 보는 우리.
살아도 산 목숨 아닌 우리, 여기 아직 살아 있소.
눈 뜬 조약돌처럼 살아 있어, 당신을 추모하고 당신을 증언하오.
오, 갑자기 천둥 소리 요란터니 여기 비가 오오!
통곡하는 비가 오오.
울고 싶을 때 뺨 때려주는 비가 오오.
오늘은 5.18.
우산을 쓰지 않고 흠뻑 비를 맞아도 좋겠소.            (2020.5.18)
(사진 : 슈피겔지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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