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 여인들의 외출

2021.12.13 19:01

서경 조회 수:64

여인들의 외출1.jpg

 

     모처럼 성경학교 여인 5인방이 모였다. 명분은 야외 조모임. 장소는 뉴포트 비치 Mama DS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오후 네 시에 식당을 오픈한다고 해서 3시에 만나 약간의 시간적 여유를 가졌다. 오후의 거리는 한산했으나 서서히 식당으로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엄마의 솜씨로 만든 홈메이드를 캐치 프레이즈로 내 건 레스토랑답게 음식은 담백하고 맛있었다. 하하호호. 각기 시킨 음식들을 나누어 먹고 즐거운 담소도 나누었다.
     식당에서 나오니, 바로 바다가 나왔다. 하늘에 걸린 초승달과 낙조가 너무나 아름다워 탄성을 질렀다. 실반지 같은 초승달을 보자 별님 총총도 그리웠다. 하지만, 별님은 초저녁 하늘 커튼 뒤에 숨어 대기 중인지 보이지 않았다.
     쌀쌀한 밤공기가 뺨을 스치니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시절도 하 수선하고 코로나도 언제 물러날지 몰라 답답한 시간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모든 것 잊고 이 시간만큼이라도 즐기기로 했다.  우린 느린 걸음으로 크리스마스 장식이 예쁜 집과 상점을 기웃대며 낭만을 만끽했다. 배도 마음도 충만한 평화로 채워졌다.
     “그래도 후식으로 입가심은 해야지?
     “콜!!!
   만장일치. 하지만 기호가 다 같은 건 아니었다. 두 명은 커피숍으로 향하고 우리 세 명은 아이스크림집으로 향했다. 소문난 집이라 마음이 동했다.
     한참을 돌아서 걸어 가니, 그림같은 아이스크림 집이 나왔다. Handels. 금방 헨델의 웅장한 음악이 울려 퍼질 것같고, 한편으론 동화 속 주인공이 나올 것같은 환상을 불러 일으켰다. 원 스쿱 바닐라 콘 아이스크림 정도로 기대했는데 세 스쿱이나 올려 주었다. 완전 아이스크림 3층탑이다.
     원래 아이스크림은 아껴가며 먹어야 제 맛이지만 녹아내릴세라 이가 시리도록 핥아 먹기 바빴다.  우리는 정말 동심으로 돌아 갔다. 딸이며, 엄마였고 아내였던 우리. 이 시간만큼은 어린 날의 나로 돌아가 있었다.
     힘들게 살아온 나, 열심히 살아온 나, 아픔이 많은 나. 이제 남은 삶을 신앙 안에서 주님께 의탁하며 살고 싶은 여린 나. 우린 공통의 존재 의미와 염원을 지니고 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우리를 묶어주는 암묵적인 힘이 있다. 신앙의 벗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웠던 노을도 수평선 뒤로 사라지고 밤은 제 임무에 충실한 듯 서서히 풍경을 지워 갔다. 밤은 깊어 가나, 프리웨이에서 달리는 차량 소리 요란하다. 모두 살아 있다는 증거다.
     차창 밖의 가로수에 눈길이 갔다. 팜트리 잎새 기도하듯 팔 벌리며 하늘 향해 서 있고 활엽수는 잎 떨군 채 겨울 나목으로 서 있다. 속살을 보여 주고 선 겨울 나무 아래, 마른 잎들이 오소소 떨고 있었다.
     단풍 든 모습은 고와도 벌레 먹은 잎 없으랴. 그 많던 수분, 눈물로 다 빼 버리고 바스락거리는 마른 잎 모습이 우리를 닮았다. 어찌, 시몬을 부르며 생각없이 낙엽 밟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랴.
     하지만, 서러워 말자. 우리의 눈물을 세고 계신다는 주님이 있지 않은가. 이거야말로, 믿는 이들이 갖는 위로며 축복이다. 심지어, 나는 이번 강의 시간에 ‘환난과 위로’의 고린토 후서 1 4절 말씀도 받았다. 결국, 같은 환난(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로해 주기 위해 예비하신 말씀이었다. 가슴에 새겨 둘 말씀이요 실천해야 할 소명이다.
     화려한 색채를 버리고 모든 사물이 무채색으로 돌아가는 밤. 달빛도 창 열고 들어와 묵상하는 시간이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여운이 상기도 남아 있는 입술, 달콤함이 사라지기 전에 밤기도를 바쳐야 겠다. 즐겁고 유익한 하루였다.    (2021.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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