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산문) 등불 - 코르렌코

2012.01.06 10:00

지희선 조회 수:268 추천:30

언젠가 아주 오랜 옛날,  어두운 가을 저녁에 나는 배를 타고 침울한 시베리아의 강을 지난 일이 있었다.

갑자기 저 앞에 툭 튀어나온 시커먼 산기슭에서 조그만 등불이 반짝했다.  등불은 밝고 강하게,

그리고 아주 가까이서 빛나고 있었다.

" 아이, 고마와라 !"

그는 기뻐서 말했다.

"숙소가 가까왔나 봅니다 ! "

사공은 머리를 돌려 어깨 너머로 등불을 바라보더니 다시 묵묵히 노를 저어갔다.

" 아직 멀었읍니다 !"

나는 사공의 말을 믿지 않았다. 등불은 어둠 속에서 저 앞에 나타나 저렇게 서 있지 않은가.

그러나 사공의 말은 옳았다. 실제로 등불은 멀리 있었던 것이다.

어둠을 뜷고 저렇게 가까이 다가와 반짝이며 기대를 갖게 하고 사람을 자기 곁으로 오라고 손짓하는 것이다 .

밤에 비치는 이 등불의 속성인 것이다.

다시 세 번 노를 저어갔다.

그리고 길은 끝난 것 같았다.... 하지만 등불은 그곳에 없고 멀리 있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또 칠흑같이 컴컴한 강을 따라 노를 저어갔다.

배는 떴다 잠겼다하며 골짜기와 벼랑을 지나갔지만 등불은 여전히

저 앞에서 번쩍하며 손짓하고 있었다. 여전히 가까운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멀리서.....

나는 지금도 때때로 그 컴컴한 강과 그 생생한 등불이 생각날 때가 있다.

내 이전에도, 내 이후에도 숱한 등불이 그렇게 가까이서 여러 사람을 손짓해 왔지만,

인생은 여전히 침울한 해안에서 흐르고 등불은 아직도 멀리 있기만 하다.

</IFRAME>그라고 다시 노를 저어 가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여전히....... 등불은 저 앞에 있기만 하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 공자(孔子)의 삼계도(三計圖) 서경 2018.11.08 233
42 함께 나누고 싶은 시 - 새벽별/박노해 서경 2016.07.26 127
41 함께 나누고 싶은 시 - 세상을 살아가면서/모셔온 글 [1] 서경 2016.07.26 216
40 함께 나누고 싶은 시 - 어머니의 언더라인/박목월 서경 2016.07.26 265
39 나무와 행복 고고리 2016.07.02 554
38 [성가대 십계명] 고고리 2016.06.25 8329
37 푸른다리(Blue bridge) 고고리 2016.06.25 202
36 송화 가루/김현 file 지희선 2013.09.09 8581
35 [다시 읽고 싶은 책] 최명희<혼불 >- 이성원 기자 지희선 2012.12.10 1222
34 (시) 봉황수(鳳凰愁) - 조지훈 지희선 2012.12.10 207
33 (퍼온 글) 삶을 북돋우는 국어 교육 - 김수업 지희선 2012.10.08 451
32 The Story of Jump - Jade Vendivel(박미옥) 지희선 2012.03.12 9681
31 (초대글) 글짓기와 백일장에 대한 몇 가지 단상 - 강호인 지희선 2012.01.16 778
30 본인 작품이나 함께 나누고 싶은 작품 올려주세요. 지희선 2012.01.08 8206
29 (수필 감상) 발가벗고 춤추마 - 장은초 지희선 2012.01.06 446
28 (외국 산문) 열쇠와 자물쇠 - 미셀 투르니에 지희선 2012.01.06 8292
» (외국 산문) 등불 - 코르렌코 지희선 2012.01.06 268
26 (외국 산문) 생일에 대하여 - 무라카미 루유키 지희선 2012.01.06 873
25 (외국 산문) 연 - 노신 지희선 2012.01.06 155
24 (외국 산문) 북간도 - 마가렛 모아 지희선 2012.01.06 241

회원:
4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1
어제:
4
전체:
1,317,482